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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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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초에 응원하러 왔던 어느 한 팀 경기만 스코어 헤아려가며
한포인트 한포인트에 일희일비하면서 집중해서 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눈길 가는대로 마음 닿는대로 이 코트 저 코트를 배회하며
마구 한눈을 팔면서 보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코트에서의 멀티 테스킹은 컴퓨터 모니터 앞에서 이화면 저화면 띄워놓고
왔다갔다하는 것보다 훨씬 어려운 일인듯 하다.
내가 볼 때마다 잘쳐서 이겼겠지 싶던 팀이 내가 볼 때만 잘쳤는지 지고 나오기도 하고
마지막 끝나는 포인트를 못봐서 어느 팀이 이긴 건지 그들의 표정 살피는 것으로는
확신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즉, 이기고도 대수롭지않은 일처럼 잠자코 있어서
어째 풀이 죽어보이는게 졌나보다싶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온사방에 자랑하듯 어떻게 졌는지(물론 억울하게 졌을테니...)를 소상히 밝히는 사람도 있어
멀리서 그 괄괄한 목소리만 들었을 때는 이긴 걸로 착각하기 십상이다.

지고 나서 어깨춤까지 춰가면서 패배를 자축하는 사람은 여지껏 단한명도 못봤고
지고 난 기분이 얼마나 더러운지는
이 운동을 해본 사람들은 또 이 운동에 목숨 건 사람들은 너무 잘 알고 있을테지만
지고나올 때 남들 앞에서 보이는 반응의 양상은 너무나 다르다.
응원한 사람 무안하게 있는대로 성질을 부리는 사람부터
제풀에 까불어져 의기소침해서 한쪽 귀퉁이에 쭈그러져 있는 사람,
툭툭 털고 잊어야죠하는 밝은 표정으로  내일의, 다음주의 경기를 기약하는 사람도 있다.

최근 난 체중의 유의미한 변화도 없는데 살이 많이 빠져 보인다는 인사치레받느라 바쁜데
질 때마다 그 왕성한 식욕도 없어지고 욕구불만을 꾸역꾸역 먹는걸로 해소하는 나쁜 습관마저
희미해지는 걸 느낀다.
이렇게 계속 지다가보면 어느 시점에서 몰라보게 날씬해지는 행운이 굴러들어올지도,
또 그러다보면 몸이 가벼워져서 어느 순간 발도 덩달아 빨라진다?.....

지고나서 꿈보다 해몽  아니 변명이라고 억지로 낙천적인 척하려는 건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