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세대교체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십수년전 젊은 정치신인들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이뤄졌던 국회개원을 앞두고
언론에서 젊은 피 수혈이란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손가락을 깨물어 피를 뚝뚝 떨궈서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사극 장면이 떠올랐지만
그 표현조차 신선하게 받아들여졌고
다 죽어가는 나라가 금방 회생될 것같아 가슴 벅찼던 기억이 난다.
교과서에 나오는 수필 "신록예찬"을 달달 외우며 큰 세대라서인지
선택만 할 수 있다면 젊음을 선호하는게 인지상정이라서인지
젊은 게 그냥 좋고 젊다는 게 시리도록 부럽다.

시합 관전하는 걸 내가 직접하는 것보다 더 좋아하다보니(어쩔 수 없는 대리만족?)
몇년 전 아니 작년까지만해도 정말 잘하던 사람이
어째 몸도 무거워 보이고 공 쫓아 뛰는 것도 전만 못해 보이고....
명성에 비해 실망스런 플레이를 하고 있는 걸 보게 된다.
사람들은 이를 세대교체 또는 물갈이라고들 말하는데
몇 년간 확고부동의 세계랭킹 1위였던 페더러가 지난 주 나달에게 1위자리를 내준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물론 페더러광팬인 나는 그의 재기와 1위 탈환과 롱런을 믿어 의심치 않지만.

만일 부상이나 개인적인 이유에서 오는 한시적 슬럼프라면
이를 극복하고 오히려 이 기간에 기량을 더 향상시켜 컴백하는 사람도 있고,
세월 앞에 장사없다는 만고진리의 말이 무색하게
오랜 구력에서 오는 경험과 기다림의 지혜로 빵빵 쳐대는 파워짱 젊은 혈기를 눌러
노장은 결코 죽지않는다 다시 돌아올 뿐이다라면서
일찌기 맥아더가 했던 말을 시원스레 뒤집어버리는 분도 계시는 것같고,
하지만 대부분은 공이 무섭고 후배들 들이대는게 겁난다면서
상처받은 자존심에서 오는 좌절과 울분으로 경쟁의 장에서 스스로를 도태시켜 버리지 싶다.

앳되고 철없어 보이는 10대후반과 겁없어 물불 안가리는 20대초반이 주름잡는
세계무대를  중계방송으로 보여주는 TV를 지켜보면서 그들의 멋진 경기에 열광하다가도
점점 젊어지는 그들의 나이에 생각이 미치면 내 나이는 더욱더 초라해 보이고
동영상 거듭보면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숙지하고 따라해보려는 시도가
아서라 말아라 다칠라!로 부질없고 어리석게 느껴지고.

어느 나이 지긋하신 분이
자신이 한 십년만 아니 한 오년만 젊었어도 하시면서
아직 젊은데....늦기는....하고 내게 충고와 격려의 말을 해주신 적이 있었다.
세월은 늦출 수도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더욱 현재에 충실해야한다는 걸 잘 알면서도
나 역시 한 십년만 아니 한 오년만하는 원망을 되뇌고 있으니!

최근 이름을 A에서 B로 바꾼 공 잘치는 분에게
새이름으로 새인생을 잘 살고 있는지하는 안부를 물었더니
A가 술과 담배로 몸을 다 망쳐놔서 B의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농 섞인 답을 들었다.
글쎄 젊다고 돌을 들어도 무겁지 않고 돌을 씹어도 다 소화시키는 것도 아니고
젊다고 과로나 과음으로 인한 피로가 자고난다고 훌훌 털어지는 것도 아니고
젊다고 어디 쑤시고 아픈데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나이들면 다들 젊은 날을 부러움과 회한으로 돌이켜보게 되나보다.
갑자기 노인소리를 듣는 한이 있어도 젊은 사람들에게
젊음을 혹사하거나 낭비하고 탕진하지말라는 당부가 하고 싶어진다.
하지만 요즘 젊은 사람은 똑똑하고 현명해서
일찍부터 건강 챙기고 재택과 노후에 관심이 많다니
이런 내 걱정이 기우겠지만.....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