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과천언니랑 마산동생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내가 선배들은 언니, 형하면서 쫓아다녔지만 후배들에게는 별반 살뜰하게 대하지 않았던 이유가
아마 귀찮은 동생(?)을 셋이나 둔 맏이였기 때문에 그러니까 출생순위가 성격형성에 미친 영향 탓일 것이다.
졸업하고는 누굴 언니나 선배라고 부를 기회가 없었던 데다
주위에서 관찰되는 행님, 동상하면서 엎어지는 관계에 대해 지극히 부정적이어서
테니스 시작하고도 한참동안 이 호칭문제로 시비가 있었다.
손윗사람에게도 꼬박꼬박 이름 석자에 "씨"를 붙였더니 싸X지가 없어보인다는
뒷꼭지 뜨신 말을 들어야해서
언제부터인지 나보다 나이가 위면 다 언니라 부르고 오라버니라 부르기 시작했더니 그것참 편하기가....
게다가 머리도 예전처럼 파딱파딱 돌아가지 않아
이루 이름 외고 있는 것도 정신적으로 무척 피곤한 일이니 옳다구나하고 코트의 관행을 따르기로 했다.
하지만 손아래사람의 이름은 외우고 있어야 하니
내 나이가 미디언 값인 클럽에선 외워야하는 이름이 절반으로 주는데 그게 어디냐!
친하게 지내는(거의 나를 지들 친구로 여기는) 산악회 후배 두서너 명을 빼고는
나보다 나이어린 사람과 어떤 관계로도 얽힌 적이 없었던 나로선
테니스치면서부터 갑자기 동생들이 쏟아지듯 마구 생겨났고
이 관계에 미숙한 나로선 이 새로 형성된 다양한 관계에 어찌할 바를 몰라 쩔쩔 매게 되었다.
내가 공을 잘쳤으면 그래서 나이든 고수였으면
그런대로 코트의 질서에 엇나는 일 별로 없이 잘 지냈겠지만
어리버리한 내 눈에는 공 잘치는 사람은 키도 커보이고 나이도 나보다 많아보여
나이 어린 사람에게 한동안 언닌 줄 알고 언니라 부르기도 했다.
후배가 젊은 고수의 범주에 드는 사람이면 나로선 말빨도 안먹히고 오해도 생기고
그래서 서로 보이지않는 불편함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마산서 날보러 올라온 황명숙씨는 올림픽 코트에서 심판보러 올라왔을 때 만나고
이번이 두번째인데 십년지기마냥 가깝게 느껴졌고 한 배를 탄 사람이라는 생각에
허물없이 대할 수 있어 좋았다.
아마 과천사람처럼 맨날 보고지냈다면 싸우기도 여러번 했을지 모르는
성격 강해보이는 똑부러진 동생인데 그때마다 금새 화해해서 다시 공치고를 반복했을 것이다.  
멀미 때문에, 아직 아이가 어려서, 차가 없어서, 여행 엄두도 못낸다 등등의 이유를 내세워
먼길 온 손님을 나는 꼼짝않고 편히 이곳 과천에서 맞아 미안했다.
다음엔 멀미약 패치를 붙여서라도 아직 밟아보지않은 마산 땅을 한번 가보리라.
마산이나 과천이나 공치는 사람들은 이름만 다를 뿐 쌍둥이처럼 닮아있다는 것도 확인할 겸!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