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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보내는 일 참 쓸쓸한 일인 것같다

난 사람들을 웃기는 것이 즐거웠다.
(손이 커서 음식을 대책없는 분량으로 만들고선 나누는 걸 좋아한 적도 있었지만
최근엔 가사노동 무서움증에 걸려 우리식구 한끼 때우는 것도 버겁다.)
진작에 코미디언으로 나섰으면 돈도 벌고 유명해졌을텐데하는 후회가 막심하다.
하지만 소재빈곤으로 고민하거나 아무도 웃어주지 않아 엄청 스트레스 받을 걸 생각하면
(외국의 유명한 코미디언 중 폭식,술, 마약, 도박 등에 빠지거나 중압감에 자살한 사람도 있다하니)
그냥 지금처럼 싱거운 얘기나 글을 써서 주위사람들한테 좀 웃기는 아줌마라는 인상을 주는 정도가
딱이다.
공치면서도 나한테 공이 안 올 때면 지루하고 심심해서 이런 저런 농담을 많이 했다.
아웃을 자꾸 받아주면 자꾸 아웃 공을 치듯
재밌다기에 점점 더 강도 높은 농담을 하다보면 내 공 안쳐서 빠지고 파트너한테 야단맞고....
심심풀이 땅콩삼아 웃자고 들으면 웃고 넘길 말이었지만
같이 웃어놓고 집에가서 곰곰 생각하니 자길 빗대서 한 농담이었다며 길길이 뛰는 사람,
내 농담 속엔 늘 가시가 돋혔다거나 남을 상처주는 독설을 서슴없이 한다는 평까지 들으니
기가 막혀 한동안 코트에서 입도 뻥긋 하기 싫었다.
그러다 여러해 나를 겪은 사람들이 내가 뭐 잔머리까지 굴려가며 말을 꼬아서
누굴 일부러 골탕먹이려는 인간은 아니라는 잠정적 결론에 다다르게 된 듯했다.
긴장해가며 잘보이려 애쓰지 않아도 되고 쓸데없는 오해받을까봐 조바심할 필요없다는게
오래사귄 사람들이 편한 이유겠지만.
다시금 맘이 편해져서 생각나는대로 입에서 나오는대로 툭툭 내뱉는 나쁜 습관이 고개를 든다.

공치면서 사람을 만나고 겪다보니 자신의 좋은 첫인상을 배신하는 사람도 종종 있고,
겉모습 얼핏보고 사람을 평가해서는 안되겠다싶게 사귈 수록 속깊은 진국도 있고,  
이젠 나도 관상 제법 보는데 싶게 처음 느낌 그대로 반듯하고 고운 결의 마음을 지닌 사람도 있다.
아홉달만의 짧은 만남을 아쉬워하면서 오늘 내가 관상쟁이 다됐다 싶은 젊은 엄마 한 분을 떠나보냈다.
일년도 채 안되는 인연이었는데 따로 선물을 챙겨갖고 나온 사람도 있어서 내 빈손이 많이 부끄러웠다.
누가 처음 이 엄말보고 천생여자야했는데 같이 공치는 동안 곧고 착한 마음이 한결 같았다.
군인남편의 임지발령통보에
아내와 아이들은 정들자 이삿짐 싸는 고단한 생활의 반복을 감내해야한다니 마음이 짠하다.

모임 구성원의 변동은 비단 군인가족뿐 아니라 민간인들도 지방으로 내려가거나 외국엘 가버리거나 애매한 거리로 이살 가거나해서 들며날며 한다.
또한 실력과 구력수준에 맞게 club hopping을 하며 옮겨다니기도....
이합집산이랄까?

옷깃만 스쳐도 인연이란 불교적 표현이 인연에 대한 가장 상투적인 표현이지 싶다.
부모자식의 연은 전생에 원수지간이었다고 하는데 이 말은
"요즘 젊은 사람들은..."라는 말이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했을 세대간 갈등을 해석하고 이해시키는 편리한 도구이지 싶다.
아들이 속을 썩일 때마다 앞선 생에서 난 이 녀석한테 무슨 끔찍한 잘못을 했을까를 궁금해하면서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일어나고 있는 이 격렬한 감정들을 현실로 수긍하고 받아들이게 되는데
그런 마음먹기만으로도 적잖은 위로가 된다.
배우자의 연으로 만나려면 전생에 뭐라더라?
그렇다면 한 클럽에서 매일 지지고 볶고하면서 만나 공치게 되는 인연은 전생에 뭔 관계였단 말인가?
양희은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쓸쓸하다고 했는데 이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닐런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