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본문 바로가기


카카오 함량

내가 요즘 지하철을 주요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다보니
곳곳에 붙어 액자에 넣어진 편지글이나 수필, 경구 같은 걸 자주 읽게 됐다.
내용이 자주 바뀌지는 않는 듯하고 종류도 몇 안되고 글의 톤도 어느 종교나 단체가 주관하느냐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기차들어오길 기다리면서 때론 가던 길 멈춰서서 읽다보면 개중에는 잔잔한 감동을 주는 것도 있어 힐끗 시선을 줘서 새글이면 꼭 훑어보게됐다.
반면 역사 혼잡으로 탑승 시 갱도로 떨어질 수 있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설치한 스크린에 있는 대형 광고는
위치와 크기 그리고 현란한 사진과 문구로 의식적으로 찾아 읽지 않아도 눈에 확 들어온다.
몇달전 카카오 함량이 높다(56%, 72%)는 고급 초코렛 광고가 이 대형스크린에 올랐다.
테니스치는 사람의 주요간식 아이템이 초코렛인데다 구체적으로 어디에 좋은진 모르지만 건강에 좋다는 폴리페놀함량이 바로 카카오함량이라 이 광고를 보고 바로 사먹어보았는데
오랫동안 밀크초코렛 맛에 길들여 있어서인지 첫입엔 좀 씁쓸했다.
오늘 편의점에 카카오함량이 99%인 일제초코렛이 있기에 이것도 사먹어 봤는데
초코렛이 이렇게 쓸 수 있을까?(주인이 음독자살을 꾀하는 줄 알고 삼킬까말까 혼란스런 혓바닥)
이런 걸 만들어 팔리길 기대하는 사람도 있구나!(미친 기업가정신)
제품화되어 수출까지 한 걸보니 이 쓴 맛을 즐기는 사람도 제법 있나보다! (존중해야할 타인의 취향)
이렇게 쓴 카카오에 이것저것 조제해서 내가 알던 달콤쌉쌀한 초코렛으로 발명한 사람은?(인간미각에 대한 천재다)
뭐 이런 쓰잘데없는 생각들이 삐죽삐죽 떠올랐다.
지난 세기말에 한 권위있는 잡지에서 20세기의 인물로 상대성이론을 주창한 아인슈타인을 뽑았는데,
물리학적인 건 잘 모르지만 그 상대성이란 말만은 내게도 지대한 영향을 준 것같다.
절대자를 신앙하는 방법에서 극단적인 사람들이나
이념이나 투쟁성에서 선명하려는 사람들이 아닌 대다수는
상대적인 시각을 견지할 수 있을 것이고
양보와 조율을 통한 적정 선에서의 타협이 극단으로 치닫는 갈등을 막는 상식적인 해결책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지만 테니스판에선 상생이 없는 듯하다. 우리의 정치판처럼.
복식에서 니편과 내편만 있듯이.
에러를 자주하는 사람을 네트 너머에선 아군이 한 명 더 있다고하고 파트너가 에러쟁이면 적과의 동침이라거나 셋을 상대로 고군분투하고있다는 농담 반 진담을 하는데
이 때만 그 경계가 모호한 것인지 결국 이도 니편내편 가르기의 연장선인지...

아무튼 난 100%나 99%의 카카오를 감당할 수 없었다. 아마 내 입맛의 적정선은 56%에서 72% 사이 어디쯤에 있는 것같다.
매서운 추위보다 내치고 가르는 코트의 살벌함이 올 겨울 날 더 춥게 한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주니 12.25 02:29
    우리나라는 유행이 사람 잡는거 같습니다. 정말 그 (쓰디쓴) 맛을 즐기려고 먹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 피아노의숲 12.31 22:29
    제 주위에 있는 분들 중에서 99%를 좋아하시는 여자분들이 꽤됩니다. 남자 중에서는 먹을 수 잇다는 사람을 못봣습니다.
  • 주니 01.01 17:34
    99%는 맛으로 먹기보단 난 이런거 먹는다는 일종의 과시욕으로 보입니다. 다른 나라도 아닌 우리나라라서 이런 생각이 드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전 몇 해전부터 고디바 85% 다크 초콜렛을 좋아해서 가끔 사먹습니다. 물론, 남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