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본문 바로가기


무덤과 클레이코트

몇 세대 전만해도 선산을 지키는 묘지기를 따로 뒀을 정도로 무덤은 벌초 외에도 항상적인 관리를 요하는 일이었다.


첫기일 한달 전 쯤 남편과 아버님 산소를 둘러보고 풀도 베고 주변 정리를 하고 왔었는데 정작 기일 친정동생들과 묘소를 찾았을 때는 우리 부부가 다녀갔던 흔적은 없어보였다.

버려진/잊혀진 무덤이 얼마나 쉬이 자연으로 회귀할까하는 생각을 하면서 문득 산새들 지저귐이 정겨웠던 대공원 근처 산 속에 있었던 복돌이 코트가 떠올랐다.

나의 테니스 원년인 2002년 봄 그곳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문을 닫고 여지껏 방치되고 있는데  한동안 관리인의 눈을 피해 개구멍으로 들어가서 몰래 테니스를 치다 쫓겨나기도 했다.

하지만 석회가 없어 라인도 못긋고 비 한 번 오고나니 불규칙 바운드가 너무 심해져 아무리 라켓든지 몇 주 안되는 초보여도 그런 데서는 도저히 공을 칠 수 없어 이후 더는 발걸음을 하지 않았다.

클레이코트의 경우 롤러로 눌러주고 부러쉬로 빗겨주고  자주 소금이나 모래, 황토 등을 보충해주는 쉼없는 관리의 손길을 요하는 마치 시지프스의 노역과도 같은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일인데 이처럼 식물의 생육에 척박한 땅인 코트도 사람 손이 뜸해지고 발길이 끊기기 무섭게  쭉쭉 갈라진 땅에서 파릇파릇 풀이 돋아나고 이내 쑥대밭으로 변하는 걸 보면서 그 무서운 생명력에 탄복하는 한편 아까운 코트가 사라짐이 못내 아쉽다.

로또에 당첨되면 실내코트도 만들고 테니스 꿈나무도 키우고..... 


하고 싶은 일이 많겠지만 아무래도 나는 이 복돌이 코트부터 인수할 것같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