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은 먹는게 귀찮고 싫지만 그렇다고 거식증으로 입원가료할 정도는 아니라 날씬한 몸매를 유지할 수 있고 안 먹고도 깡으로 공 잘칠 수 있는 행운을 타고났다는데 나도 자는 게 귀찮고 싫지만 그렇다고 불면증으로 정신병원에 입원할 정도는 아닌 것까진 비슷한데

 

날씬한 몸매와 깡은 커녕 .....

아마 기질적으로도 불면증이 있는데다 후천적으로 수면장애가 있는 삶을 선택한 때문인 것같다.
아침형 참새같은 부지런한 인간들이 혐오하는 야행성 올빼미족의 불건전하고 나태한 삶을.


밤만되면 낮동안 몽롱하던 의식이 맑고 선명해지면서 하고 싶고 하게 하는 의욕과 추진력이 샘솟고 간식으로 곡기 대신하듯 찔끔찔끔 조는 걸로 버틸대로 버티면서

 

오후 6시 이후 아무 것도 안 먹다가 오후 11시 이후 아무거나 왕성하게 다 먹기 시작하고 쓸데 없고 안해도 되는 일을 효과적으로 효율적으로 하게하는 이 늦은 시간에 골몰 분주하다보니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 남편한테 모너터 앞에 앉아 있거나 TV 앞에 누워 비디오 보는 모습을 들키면

 

"당신 밤마다 그 짓만 안해도 지금쯤 테니스가 상당히 늘었을껄!"하는 야유를 듣는다.

수면부족이 나의 테니스에 주는 폐해는 분명하다.


유독 수면부족이 심각한 날의 자각증세에 대해서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스코어가 헷갈리는 건 기본이고 인도 아웃같아 보여 골라서 라켓대는 것을 극구 피하다 한참 들어온 것을 확인하고나서 망연자실하고, 아웃은 작은 키에 점프를 해서라도, 사이드라인 베이스라인 벗어나서라도 받아서 (받으면서 아웃인데 하는 뒤늦은 자각이 들면서...)

 

냅다 멀리멀리 아웃시켜버려 설마 그런 명명백백한 아웃을 받을까싶어 아웃콜도 안했던 파트너의 어안을 벙벙하게 만들고,


그럭저럭 위태위태 잘 받아 넘기다가 마지막 한 샷 그 바보같은 마지막 샷을....아이고 내 팔자야

돈 벌러 회사다니느라 또 고등학교 자주 지각않고 다니느라 아침형인간 노릇을 할 수 밖에 없는 가족들의 아침을 챙겨야하고

 

나도 아침 레슨에 요일마다 모임 지각않고 다녀야하기 때문에 자기 시작하는 시각에는 분명 올빼미인데 깨어나야하는 시각에는 참새가 되어야하는데서 비극적 운명이

그런데 시합에선 결승전이 밤늦은 시각에 또는 아주 이른 새벽에 있다한다.


체력은 타고 난데다 밤만되면 서브도 잘들어가고 집중력에....공도 잘 될 텐데....


좀 기둘리다보면 나의 올빼미 구멍에도 둥근 보름달 환하게 뜰 날이......


그런데 예선통과가 문제네 문제야!!!!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