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와 나의 삶
내 나이 서른 중반에 우연찮게 테니스 코트가 있는 아파트 단지로 이사 오게 되면서 시작하게 된 테니스 이력도 어느새 십여 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코트에서 만난 분들 상당수가 구력을 대충 십년 단위로 계산하는 걸 보면 구력이라 할 거리도 못 되는 짧은 기간이지만...
늦게 배운 도둑질 날 새는 줄 모른다고, 추우나 더우나 동네 코트를 꼬박꼬박 출퇴근하는 생활이 이어지고, 틈만 나면 테니스 관련 웹사이트다 관련 서적이다 가리지 않고 열독하고, 메이저 경기들은 눈이 빨개져 가면서 새벽까지 시청하고, 가까운 코트에서 대회라도 있을라치면 열 일 제쳐두고 관람하러 가는... 최소한 생활 패턴 만큼은 나름 테니스 광팬으로 자칭할 만 했다. (물론 아내와 가족의 눈총은 당연히 따르는 기본 옵션이었고..)
그러다 어찌 어찌해서 가족과 함께 이국 만리 호주, 그것도 내게는 호주 오픈으로 익숙한 멜버른에 건너와 살게 되는 기회가 생겼고... 내가 본을 잘 못 보인 탓이겠지만, 초등학생 아들 녀석이 테니스 선수를 하겠답시고 설쳐대는 바람에 팔자에 없던 'Tennis Daddy' 노릇까지 하고 있다.
이렇게 적어놓고 보기 알게 모르게 테니스로 맺어진 인연이 수월찮게 깊은 것이 전생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하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다.
코트에서는 곧잘 테니스가 곧 인생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수월치 않은 운동이니만큼 땀 흘려 노력하는 자만이 보상을 받게 되고, (심지어 반드시 그런 것 만도 아니라는 점조차도 인생과 흡사하다...)
타인과의 또 자신과의 경쟁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게임마다 곡절 많은 인생역정처럼 드라마가 숨어있으며, 한 포인트 한 포인트에 플레이어들 사이에 희비가 교차하고, 코트를 중심으로 작은 커뮤니티에서 온갖 우여곡절이 펼쳐지는 것을 보면 과연 인생의 축소판이라고 할 만 하다.
불교 교리에서 세상을 설명하는 말 중에 '인드라 망'이라는 것이 있다고 한다. 세상은 끝없이 펼쳐진 그물과 같고 그 각각의 그물코마다 구슬이 달려있는데 각각의 구슬 표면에 다른 모든 구슬들을 반사되어 비친다는 설명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땀 흘려 테니스 치는 순간 순간 그 땀방울 하나가 인드라 망의 구슬처럼 모든 세상의 이치를 드러내 보인다고 생각하는 것도 나름 그럴 듯 하지 않을까. 아닌 게 아니라, 돌이켜 보면 테니스 코트 안에서 혹은 밖에서 문득 문득 빠져들었던 많은 생각들이 내가 나머지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과 여러 면에서 뗄 수 없을 정도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보면, 최근 십여 년의 내 삶 속속들이 들어와 박혀있는 테니스와 함께 했던 시간들, 생각들이 결국 내 삶 그 자체였는지도...
테니스 에세이 난의 최혜랑님 글을 언제나 즐겁게 읽어왔던 팬으로서 최근 글 올리시는 빈도가 뜸해지신 것에 못내 아쉬워하던 참에 정동화 님이 뒤이어 열심히 글을 올려주시니 한편 반갑기도 하고 한편 맨날 눈팅만 하고 날름날름 받아 먹기만 하던 나 자신의 태도가 송구스럽기도 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내 모자란 생각의 단편들을 정리해서 전테교를 찾는 골수 테니스 동지들과 함께 나누었으면 한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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