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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식

기독교신앙이 절대적이었던 중세 유럽의 어느 곳에선 한 농부가 겨울 난로에 넣을 땔감을 구하러 숲에 들어갔다가 주일을 지키라는 계명을 어겼다고 중형에 처해졌다는 얘길 들었다.
글쎄 내 생각에는 주1일휴무는 종교적 논리보다 농노(고용자 측면)입장에서도 강제노역에서 풀려나 일주일에 하루는 쉴 수 있으니 좋고, 영주나 귀족(사용자 측면)에서도 노동력의 질적 보존을 위해 하루 쯤 양보하는 것이 득되므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경제논리에서 더욱 철저히 강제된 게 아닌가 싶다.
우리네 조상님들도 휴무가 있으셨는지 궁금한데 농번기/농한기가 있어서 욕심많은 양반들 보기에 상민들 겨울에 펑펑 노는 게 눈꼴 시고 배아팠을 지 모르는데....
몇년전 주5일 레슨이 주4회(수요일 레슨없음)로 바뀌자 지도자님들이 협회만드시면서 그렇게 됐다고 비난하는 여론이 많았다. 가뜩이나 비 와도 빠지고 눈 와도 빠지는데 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불경기에 다시 주 5회 레슨으로 복귀했다는 얘기도 전해지고.
레슨비인상만큼이나 이런 부분도 예민한 문제고 코치님의 보복이 두려워서(?) 아직 레슨받고 있는 저같은 아줌마로선 이런 부분을 솔직하게 얘기하는게 좀 뭣한데.
이번 전테교전국모임에서 아이디가 휴식인 분한테 공으로 아주 혼이 났다.
아이디를 보고 그게 마치 그 사람의 테니스인생이나 테니스철학을 대변하는 거라는 선입견을 갖기 쉬운데 사실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걸 잘 알면서도(루키는 더이상 신참이 아닌 상급자로 변신 중이었고....수년전 철벽발리는 철벽을 지향하는 염원에서 그런 아이디를 선점한 것인데 결국 이름 지은대로 철벽이 되었다는) 잠깐 나도 어마어마한 착각에 빠져서 매일치고 종일쳐도 앞선사람 따라잡기 힘든 판에 "휴식"이라니 공에 대한 열정이 부족하거나 공을 매우 설렁설렁 치는 분이겠구나 했다가 그 분의 찰지고 호된 공에 번번히 당하면서 테니스에서 휴식의 필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꼈다.
팬들은 섭섭하지만 이제 호주오픈 시리즈가 시작하기 전까지 올해의 테니스시즌은 끝나
대부분의 선수들은 휴식에 들어간다는데 이 기간을 여하히 보내느냐가 내년 시즌의 성적과 직결될 것은 자명하다.
일요일 종일토록 냉장고 안에 있는 이것저것으로 가족들 식사를 적당히 떼우게하고 뒹굴며 지냈더니 월요일 코트에서 발놀림이 오히려 가벼웠다.
이제까지 난 운동신경이 둔해서 하루만 쉬어도 다음날 공이 버벅거린다는 생각이었는데 이게 운동중독자의 자기최면은 아니었는지도 생각해봐야겠다.
이제 오십 코 앞에 닥친 나이고 작년 올해 운동과부하로 근육이 끊어지는 부상도 잦았으니
일주일 빡빡한 모임을 좀 솎아서 쉬고 싶을 땐 결석비 부담없이 좀 쉴 수 있어야지 싶지만
욕 먹을 일이 무서워 자꾸 교통정리를 미루고 있으니...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 한계령 11.22 11:06
    혜랑님이 말씀하신 휴식님이 전모때 저의 파트너였던 귀여운 그녀를 말씀하시는군요.
    정말 발리가 야무지고 코스가 좋아 전위플레이를 너무 잘 하는 든든한 파트너여서
    저는 그 날 휴식님의 덕을 톡톡히 보았네요.

    저도 언젠가 대명의 내력이 궁금해서 물어보았더니
    "한계령인은 왜 한계령이냐고?"하길래 특별한 이유는 없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휴식은 편안해 보이는데 한계령은 너무 고단하게 느껴지네요.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