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정서는 일년 내내 겨울철 아파트 실내공기마냥 바짝 말라있나보다.
이번 주 내내 대공원 드라이브 코스로 벚꽃구경가자고 조르는 언니는
가을이 깊을 땐 청사가는 길, 그 은행잎 빼곡히 쌓인 은행나무가로수길을 함께 걷자고 했었는데....
난 그저 코트에서 공만 치고 싶으니.
테니스코트에서도 팬스 너머로 눈을 들어 고개를 돌리기만 하면
삭막한 겨울풍경이 어느덧 연두빛 여린 잎이 터져나와 봄기운이 완연해져가는 변화가 보이고
그러다 어느결에 아카시향기가 언뜻언뜻 전해오는 것도
단풍으로 곱게 물든 가을산이며
잎을 떨구고 벗고 있던 마른가지들이 눈꽃송이 한껏 안고 있는 따뜻한 겨울정경마저도....
공 치다 말고 한 눈 판다는 핀잔을 들을지언정 슬쩍슬쩍 훔쳐보는 그저 먼 풍경으로만 보고 싶다.
바람타고 날라드는 꽃잎으로 꽃비가 내리는 코트에서 그저 공만 치고 싶다.
이 봄이 나없이 그렇게 가버리더라도
바구니 가득 든 공으로 맞발리라도 하고
새로 딴 공이 헐도록 어깨가 뻐근하고 손바닥이 얼얼하도록
죽도록 그냥 공만 치고 싶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