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와서 퓨어드라이브의 사용기를 작성한다는 것은 진부한 일일지 모른다. 10년동안 최고의(?) 라켓으로 군림하여 왔고, 어느 곳엘 가나 퓨드를 들고 운동하는 동호인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10여개의 라켓을 헤메다가 이제와서 퓨드를 사용하는 것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라켓이라는 인식에 대한 반감이 들어서이기도 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라켓의 시타기는 반드시 다른 라켓과의 비교를 할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가지 라켓만 사용해보고 시타기를 적는 것은 그렇지않아도 주관적인 시타 느낌에 더 주관의 요소를 부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 라켓은 마누라와 달리 언제든지 바꿀 수 있고 교체비용 또한 직장인이라면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수준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퓨드는 어떤 부류에 속하는 라켓이며 어느 라켓과 비교되어야 마땅한가라는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퓨드는 300그램의 적당한 무게에 이븐밸런스이므로 많은 동호인들에게 친화적인 스펙이다. 라켓을 무게로만 분류한다면 290~300그램의 라켓들은 트위너급 내지는 준투어급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퓨드를 320그램이 넘는 윌슨의 식스원 투어90이나 헤드의 프레스티지같은 라켓들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체급이 완전히 다르기 때문에 그것은 전혀 다른 영역인 것이다. 퓨드보다 약간 무거운 식스원 투어95라던가 래디컬 프로, 블레이드 98 등은 가능한 비교가 될 수 있다.

 

어쨋거나 라켓의 무게는 절대적이다. 이것은 플레이어의 신체 스펙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므로 프레스티지가 아무리 좋다한들 일반적인 체격의 동호인에게 이를 추천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290~300그램의 트위너급 라켓은 크게 두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는 클래시컬한 스트레이트빔 형태를 취하고 있는 헤드의 래디컬, 던롭의 에어로젤 300, 바볼랏의 퓨어스톰과같은 라켓이다. 둘째는 프레임의 두께가 일정하지 않은 바볼랏의 퓨드, 윌슨의 프로 오픈, 헤드의 익스트림같은 라켓이 있다.

 

헤드부분은 일정하고 목부분만 가느다란 바볼랏 에어로스톰이나, 요넥스 라켓 등의 중간분류도 있으나 거기까지 세분화하면 프레임의 모양 및 두께별로도 세분화해야하므로 생략하기로 하자.

반발력

퓨어드라이브라는 라켓을 이보다 더 잘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퓨어드라이브는 반발력이 아주 좋은 라켓이다. 그리고 그 반발력은 항상 논란이 되어왔다. 보통 가벼운 라켓들이 파워 보강을 위해 반발력이 높도록 설계되는 경향이 있는데 퓨드는 300그램의 비교적 무거운(?) 무게임에도 불구하고 반발력이 아주 높다.

 

높은 이유는 당연히 프레임이 두껍고 텝퍼드빔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케블라가 섞여있고 스티프니스가 높은 아주 강성의 라켓으로 파워도 좋다. 바볼랏이 자랑하는 도르레 형태의 볼록 튀어나온 우퍼를 탑재한 그로멧시스템 또한 반발력에 일조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라켓은 적당한 스윙으로도 볼을 멀리 보낼 수 있으므로 빠른 스윙을 요구하지 않는다. 그러나 퓨드는 스펙상의 스윙스피드 또한 moderate-fast로 빠른 스윙을 요구하고 있다.

 

이 부분이 항상 퓨드를 이런 라켓으로도 만들고 저런 라켓으로도 만드는 재밌는 점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퓨드에는 빠른 스윙이 필요하다. 느린 스윙으로 퓨드의 반발력을 이용하여 툭툭 치는 사람들도 많지만 퓨드는 빠른 스윙으로 반발력을 제압할 때 제 기능을 발휘한다. 빠른 스윙으로 스핀을 극대화시키면서 반발력 또한 극대화시킨다고 볼 수 있다.

 

반발력이 좋으므로 상대적으로 긴 볼을 구사할 수 있다. 빠르게 넘어가서 베이스라인에서 꺾이는 탑스핀을 구사한다면 상대방이 받기 굉장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반면에 동사의 에어로프로드라이브는 퓨드와 외형상 목부분이 납작한 것만 다른데 상대적으로 스핀 친화적이고 반발력이 퓨드보다 떨어진다. 에어로를 사용했을 때 느낌은 스핀은 저절로 걸리므로 더 밀어주는데 중점을 줬던 기억이 난다. 같은 스윙으로 더 포물선이 높고 짧은 볼이 나온다. 이는 에어로시스템이 스핀에 특화된 설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퓨드는 에어로보다 복식에서 빛을 발한다. 직진성이 있는 퓨드의 반발력은 수비적인 넘기기 샷이 잘되고 찬스에서 한방 크게 공격할 수도 있으며 반발력을 이용한 짧게 끊어치는 발리(복식에선 필수죠)가 아주 잘 구사되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사용해본 라켓중에 프린스의 TT워리어(요즘은 벤데타라는 신형이 나오죠) 다음으로 발리가 잘되는 라켓이다.

 

사실 예전에 써본 프레스티지 MP도 생각보다 발리가 무척 좋은 라켓이었다. 아니 어떻게 보면 퓨드보다 발리 구질 자체는 더 좋았다. 그러나 이는 펀치력이 좋은 단식의 발리에 적합하지 복식의 끊어치는 발리는 퓨드같은 라켓이 더 좋았던 것 같다.

반발력은 컨트롤과 역의 관계에 있는 것 같다. 퓨드의 컨트롤은 상대적으로 래디컬이나 에어로젤 300같은 스트레이트빔 라켓보다는 떨어진다. 그래서 스트로크를 주무기로 삼는다면 일장일단이 있겠지만 래디컬이 퓨드보다 좋다고 생각한다.

 

래디컬은 투어급만큼은 아니지만 어느정도 볼을 잡아서 던질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고 사용자의 능력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지만 퓨드의 반발력을 이용한 파워는 래디컬보다 한 수 위다. 래디컬은 상대의 강타에 가끔 밀리지만 퓨드는 300그램임에도 불구하고 강타에 왠만해서는 잘 밀리질 않는다.

엘보우

퓨드는 엘보우라켓이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가지고 있다. 스티프니스가 70으로 시중에 유통되는 라켓중에 가장 강성인 편에 속하기 때문이다. 수많은 퓨드 유저들은 제대로된 폼으로 정타를 치는 플레이어라면 절대 엘보에 걸리지 않는다고 반문한다. 그러나 동호인들이 제대로된 폼으로 항상 정타를 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고 본다.

 

게다가 비교적 폼이 좋은 상급자들도 강성이 높다면 엘보에 걸릴 확률이 있는 것 같다. 본인은 초보에서 중수로 가는 길목에 있는 동호인인데 퓨드로 바꾸고 나서 팔꿈치가 시끈거리는 걸 가끔 느끼고 있다. 그래서 바볼랏은 코르텍스 시스템을 개발하여 목 부분에 장착하여 충격흡수를 획기적으로 개선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코르텍스 이전 버전인 퓨어드라이브팀과 퓨어드라이브 코르텍스를 동시에 사용해본 바로는 코르텍스라고 빗맞은 공에 대한 충격을 완벽하게 흡수해주진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거의 똑같다고 느끼는데 어쨋거나 코르텍스가 있는 것이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조금이라도 엘보에는 나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텅스펜을 첨가한 GT시리즈가 나오는데 시타해본 바로 별 차이를 못느꼈다.

 

텅스텐은 프린스가 이미 몇 년전에 TT시리즈에 사용한 기술로 별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다. 에어로프로드라이브도 신형보다 코르텍스가 없는 까만 구형이 고가에 중고거래되는 것을 보면 코르텍스 시스템은 엘보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타구감에는 안좋은 것 같다.

 

그래서 어렵게 구한 퓨드팀 새것을 코르텍스 버전과 함께 잘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가끔 농담으로 퓨드로 바꾼 것을 금단의 문을 두드렸다고 얘기하곤 한다.

어쨋거나 엘보의 위험이 큰 라켓이므로 항상 올바른 폼으로 스윙하려 노력하고 있고 스트링도 인조쉽을 사용하고 있다. 노파심에 엘보방지보호대(LP)도 착용한다. ^^*

 

그러나 엘보를 예방하기 위해 인조쉽을 사용하는 것은 약간 어불성설이다. 스트링은 경기력 향상을 위해 본인에게 또는 라켓과 궁합이 좋은 것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그런데 재밌게도 사용해본 결과 퓨드에는 인조쉽이 의외로 잘 어울린다. 기존에 스트레이트빔 라켓을 쓸때는 인조쉽 풀잡을 절대 사용하지 않았었다. 파워가 너무 약하고 타구감도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강성의 반발력 좋은 퓨드는 인조쉽과 아주 잘 어울린다.

 

인조쉽으로도 충분한 파워를 낼 수 있고 스핀도 극대화할 수 있었다. 게시판 글들을 읽다보면 의외로 퓨드에 인조쉽을 사용하는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인조쉽을 50파운드 이상으로 강하게 메서 풀스윙할 때 우퍼의 반발력도 느낄 수 있었으며 퓨드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었다.

앤디로딕


퓨드하면 앤디로딕이 떠오른다. 앤디로딕하면 특유의 강서브가 연상되므로 퓨드도 서브에 유리할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었다. 퓨드의 장점은 플랫과 스핀을 두루두루 구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빨랫줄같은 플랫서브도 가능하고 리시버를 코트밖으로 밀어내는 스핀서브도 잘된다. 아쉬운 것은 본인은 강한 플랫서브를 구사할 줄 모른다는 것이다. ㅠ

퓨드의 올라운드적인 성격은 스트로크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퓨드는 플랫으로 밀어치는 사람과 강한 탑스핀을 구사하는 사람 모두를 만족시키는 라켓이다.

 

단 플랫이건 탑스핀이건 공을 충분히 눌러줘야 아웃이 안된다. 대강 밀어치면 무조건 아웃이고 대강 스핀걸면 엔드라인을 살짝 넘어간다. 팔로우스로가 확실한 탑스핀을 걸어주면 강하게 직진하여 엔드라인앞에서 뚝떨어지는 볼을 구사할 수 있다.

 

그러고보면 퓨드는 참 앤디로딕의 플레이스타일과 어울리는 라켓인 것 같다. 물론 로딕의 라켓은 퓨드 로딕 버전보다 더 무거운 커스텀 라켓이겠지만 말이다.

본인은 한손 백핸드를 사용한다. 한손/양손이 어울리는 라켓이 따로 있겠냐만은 퓨드는 양손백핸드가 어울리는 라켓이라고 생각한다. 본인이 사용했던 래디컬이나 에어로젤 300같은 라켓에 비해 한손 백핸드가 2% 부족하다.

 

신기하게 스트레이트빔라켓들은 한손백할 때 헤드가 쉽게 돌아간다. 개인적으로 잠깐 사용했었던 윌슨의 케이팩터 투어90은 한손백이 가장 잘되는 라켓이었다. 에어로젤 300도 아주 좋았었다. 하지만 퓨드의 한손백은 이상하게 굼뜨고 날린다.

 

앞으로 쭉 미는 샷과 헤드를 제껴서 감아치는 샷을 번갈아 사용하는 걸 즐기는 편인데 퓨드로 바꾼 이후 헤드를 떨어뜨려서 감아서 넘기는 샷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된다. 대신 백핸드 슬라이스 샷은 아주 좋다. 강하게 깎아서 공격적으로 넘길 수도 있고 수비적인 슬라이스도 아주 자연스럽게 넘어간다. 슬라이스 사용비율도 증가했다.

퓨드가 잘 맞을 것 같은 플레이어

퓨드는 전술했듯이 밀어치는 사람/감아치는 사람, 툭툭 연타치는 사람/강하게 치는 하드히터 모두에게 만족을 주는 라켓이다. 그러나 퓨드는 반발력을 제압해서 강타하는 사람에게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20~40대의 탑스핀으로 풀스윙을 하는 양손백핸드 플레이어에게 추천하고 싶다. 개인적으로 초보자에게는 퓨드를 절대 권하지 않는다.

 

엘보의 위험이 높고 반발력이 좋아 올바른 스윙을 익히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본인은 초보자가 라켓 골라달라고 하면 덮어놓고 래디컬과 에어로젤 300중에 고르라고 한다. 덴스패턴의 꽉찬 타구감을 원하면 래디컬, 오픈의 시원시원한 맛을 원하면 에어로젤 300이다. 바볼랏에 퓨어스톰도 있지만 역시 바볼랏의 우퍼시스템은 초보자에겐 마약같은 것이라 생각한다.

 

스트레이트빔으로 기초를 닦은 후 투어90, 프레스티지 등으로 업그레이드하거나 퓨드 등으로 스타일 변경을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하지만 이것도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은 아니므로 참고정도로만 생각하면 될 듯 싶다.

또한 퓨드만이 정답은 아니다. 타사에도 퓨드와 같은 스펙의 라켓들이 많다. 에어로젤 500투어, 익스트림, 프로 오픈, 스피드포트 블랙 등 선호하는 회사의 라켓을 고르면 된다.

 

본인이 퓨드를 고른 것은 퓨드가 이런 형태의 라켓으로는 가장 선구자로서 입지를 굳혔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약간씩의 차이는 있겠으나 큰 차이는 없다고 생각한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