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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에 완전 미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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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에 완전 미쳤어.

어떤 스포츠, 오락 및 잡기 등 한 분야에 몰입되면 헤어 나오지
못하는가 보다.
마약성 중독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만큼 매력이 있고 도전해 볼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테니스, 이것도 예외는 아니다.
테니스에 미치면 다른 어떠한 것도 보이질 않는다.
얻는 것도 많지만 잃는 것도 너무 많은 것 같다.

어디 테니스뿐이겠는가!
예전에 저와 같이 낚시를 하던 양반이 매 주말만 되면 낚시터로 향한다.
보통 낚시를 떠나면 하루 밤은 지새고 낚시를 해야 월척이라도
잡지 않겠는가!
마누라는 주말 생과부로 만들어 놓는다.
이 양반 마누라와 아이들에게 조금 미안했던지 어느 주말에는
가족들과 야유회를 간다고 약속을 했다.

가족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소풍을 가는 기대감과 설레임으로 그 날을
기다렸다.
그러나 이 낚시꾼은 붕어가 눈에 어른거리고 그 당기는 묵직한
붕어의 챔질 맛을 놓칠 수가 없었다.
모든 감언이설로 어느 호가 좋다며 결국에는 낚시터로 유인해서
가족들은 근처 공원에 놀게 하고 이 양반은 낚시를 하고 있더란다.
정말 못 말리는 낚시광이었다.

테니스를 하는 동호인들도 마찬가지이다.
테니스 코트를 떠나면 물을 떠난 붕어 마냥 입만 벙긋벙긋하고
있을 것이다.
저도 마찬가지였다.
저의 실험실 학생들이 MT를 간다고 했다.
금-토, 양일간 무주 스키를 타러 간다는 것이다.
박사과정 학생에게 “야, MT를 왜 하필 토요일에 가느냐?”라고 한다.
저는 머리를 180도, 심지어는 360도까지 돌리고 있었다.

매년 MT를 가면 학생들과 함께 2박3일 동안 즐겁고 아름다운
추억거리를 만든다. 그러나 이번에는 다르다.
오랜만에 찾아온 대회가 토요일에 개최되기 때문이었다.
토요일 2시부터 대회가 시작되니까 1박하고 그 다음 날 오전 12시
정도 출발을 하면 2시 정도에 도착이 가능하다.
그러면 대회에 출전하는 것은 무리가 없다.
일정을 변경시켜 본다.

그래도 믿기지 않는다.
혹시 변수가 작용할지도 모른다.
또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문자가 들어온다.
아침 클럽에서 월례대회를 오전 7시부터 한단다.
“아, 고마운 것”, 저는 학생들에게 양해를 구한다.
클럽에서 월례대회를 하는데 내가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여
카페에 올려야 된다고 한다.
그래서 잠정적인 결론을 얻는다.

저는 무주에 차를 가지고 가서 밤 12시까지 학생들과 함께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바로 내려온다.
그리고 학생들은 하루를 스키를 타고 그 다음 날 여유의 시간을
가지고 좋은 곳을 관광한다.
저는 차를 몰고 무주스키장까지 가서 학생들과 합류를 하고
학생들이 스키를 타자는데 혹시나 다리에 부상이라도 입을까봐서
사양을 한다.
아니, 중요한 시합이 내일인데 몸을 아껴 두어야 한다.

학생들이 스키를 타고 내려온 시간은 10시가 넘고 있었다.
다들 즐거운 표정들이었다.
다시 숙소로 와서 삼결살에 소주 한잔을 곁들이면서 파티를 한다.
저는 학생들에게 유익한 말들을 하고 바로 자리에 일어서서 내려온다.
머리속에는 온통 내일 대회에 나가는 생각뿐이다.
거의 새벽 3시가 되어 집에 도착을 한다.
지금부터 바로 잠을 자더라도 7시에 월례대회에 참석을 하려면
거의 3시간 정도밖에 자지 못한다.

  “아, 안 되는데...”, “어떻게 하나?”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고
지나갈 때 잠이 들었는가 보다.
지역대회이기 때문에 동배들은 파트너를 구해 함께 출전을 하지만
금, 은배들은 대회장에서 파트너를 추첨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복걸 복인 셈이다.
파트너를 잘 뽑으면 우승도 가능하다.
그렇지만 웬만큼 기본 실력은 있어야 우승을 할 수 있지,
아무나 우승은 어렵다.

저는 새벽 5:30분에 눈을 떴다.
알람이 깨운 것이다.
다시 알람을 끄고 잠을 청한다.
잠이 오질 않는다.
그리고 7시, 창밖을 내다보니 클럽 회원들이 월례대회 준비가 한창이다.
그런데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다.
“에라, 모르겠다.  잠이나 다시 자자.” 얼마나 잔 것인지 눈을 떠니
10시가 넘고 있었다.
회장이 직접 전화까지 해서 월례대회에 참석을 해 달라고
간곡하게 부탁을 했는데...

저는 또 다시 머리가 휑하고 돌아간다.
학생들과 무주 MT를 갔는데 도저히 빠져 나오질 못했다고 한다.
그래 그것이 좋겠다.
테니스 대회에 출전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라도 할 수 있는가 보다.
“이러다가 또 예탈이나 하면 무슨 창피이지, 아마 그렇지는 않겠지”라고
위로를 한다.

저는 아예 11시까지 자고 여유롭게 일어나서 사우나를 하고 카페에
글도 올린다.
그리고 대회 1시간 전에 코트에 나가서 박스 볼로 대회에서 공략할
서브, 스트로크 등을 점검한다.
그리고 대회장으로 향한다.
오늘은 뭔가가 잘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왜 일까?  잘은 모르지만 감이라는 것이 있다.
이렇게 처절한 몸부림을 쳐서라도 꼭 대회에 나가야 된단 말인가?
“완전히 테니스에 미쳤어. 그래 단단히 미쳤어.” 그러나 어쩌라!
그래도 좋은 것을...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