핸드폰을 잃는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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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핸드폰을 잃어버렸다가 몇 시간만에 되찾았는데 그게 전조현상이었나보다.

새로 시작한 새벽 수련을 거르기 싫어 성치 않은 몸으로 주섬주섬 옷입고 이른 걸음을 했다.
몸과 마음이 워낙 하나인데 몸이 쉬고자하는 걸 마음이 억지로 다잡아 끌고 나왔더니
맥놓은 사람마냥 호흡에 집중할 수도 동작을 제대로 따라할 수도 없었다.

아침에 핸드폰 분실한 걸 알았다.

새벽에 왜 쓸데없이 휴대폰은 들고 나가서 칠칠치 못하게 흘리고 다니느냐고
껀수잡은 남편이 호통을 쳤지만
이번에도 잃었다기 보다 호의적인 누군가에 의해 곧 되찾아질 것같은 막연한 느낌이었는데
아무리 전화를 해도 습득한 사람이 받으려 하질 않았고
발신자정지를 해놓고 통신사 사무실에 가서 최종위치추적을 해보았더니
반경 44미터 지점을 알려주는데 내 동선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엉뚱한 곳이었다.

이런 경우 찾을 가능성은 희박하니 저렴한 기기로.....하는 직원의 권유가 있었지만  
피로가 엄습해와서 그저 집에 가서 쉬고 싶다는 생각 뿐이었다.

테니스 쉬는 중이니 누나야, 엄마 입원하셨어!같은 급한 기별이야 집에서 받으면 될테고
당분간 핸폰없는 세상에서 핸폰있던 세상과 담 쌓고 은둔생활에 들어가야 할 듯싶다.
내게 전화한 누군가는 부재중전화와 문자메시지를 씹었다고 짜증내며 날 씹겠지만
핸폰 전화번호부와 함께 사라져버린 과거의 인연이라 여기고
물 속으로 풍덩 무겁고 지친 몸을 담그고 오래도록 숨을 참는 그런 잠수가 하고 싶다.

다시 라켓 들만큼 기운을 차리는 날이면
아마 그때는 새로 산 핸드폰을 들고
테니스 지인들을 불러세워 번호 하나하나 챙겨담고 있겠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