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종암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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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님 한분이 요즘 더워서 그런가 도무지 테니스에세이가 읽을 만하지 않다고
불만을 토로하셨다.
고문님이 답글을 안달아주시니 맥이 빠져 못쓰잖아요하면서 장난스럽게 응수는 했지만
글을 안쓴다고 그동안 쌓인 울분이 없었던 것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먹이감 던지듯이 이런 글을 써보라는 주문을 해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내가 고민하고 있는 사안들을 글로 풀어놓았다가 또 무슨 봉변을 당하랴싶어
참는 게 상책인 것같아 주저주저하게 되기도.

80년대 초 대학원 분위기는 다른 과에 비해서는 비교적 진보적이었지만
그래도 위선적이다란 느낌이 들지 싶게 성차별의 기류는 완연했다.
학부에서 다른 전공을 했던 사람이나 다른 학교 출신자도
자신이 처한 이 핸디캡을 뛰어넘으려면 각고의 노력을 해야한다는 걸 절감하면서
자조적으로 자신을 잡종이라 불렀는데
결국 난 잡종암컷이 되는 셈이다.
테니스를 치다보니 다시한번 내가 잡종암컷이란 이중고를 자각하면서
심한 자괴감에 빠져들게 된다.
평소 남자회원들과 허물없이 잘 지내는 것처럼 보여서인지
이런 류의 불평을 할 때면
언닌 모든 남자회원들이 다 테니스남편아냐?하는 비아냥을 들을 정도인 나조차
이런 소외감을 느끼면서 서운한 마음이 들곤하는데
하물며 내성적이고 숫기없이 공치는 외짝아줌마들은 그 정도가 얼마나 심할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남편과 테니스를 함께 치는 부부회원인 경우(물론 남편이 공을 잘쳐야 당당하겠지만)
남편이란 빽을 믿고 비빌 언덕이라도 있어 코트는 편하고 만만한 곳으로 비춰질테지만
나 같은 사람은 맨땅에 헤딩해야하는 존재라 코트는 거친 사각의 정글일 뿐이다.
(어릴 때 타이거마스크란 만화를 본 세대가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가장 적확한 표현)
시대착오적일만치 남존여비 사상이 투철한 테니스문화에서 살아남으려면
때론 비굴하리만치 타협도 해야하고
때론 욱하는 성질대로 들이댔다가 당하기도 하고(포여사란 별명은 포기한 여자란 뜻)
민폐 대상을 슬슬 피하기도 하면서 자신이 바로 민폐인 경우를 당하기도하고
......
내가 성격적으로 깍쟁이도 아닌데....
.... 술을 못해 내 쪽에서 더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때문일까?
테니스십년지기가 생겨날 때 쯤이면 어떻게 될까?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