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그 안좋은 기억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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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마다 한쪽 구석엔 테니스코트가 있던 시절이 있었고
잠겨져 있지 않아도 선생님들만 들어가서 공을 칠 수 있어 학생들에겐 금지구역이나 다를바 없었다.
고3때 정말 재수없게(?) 테니스에 미쳤던 담임선생님을 만났는데
수시로 코트 쪽을 향해 빨리 종례해달라고 소리소리 질렀던 기억이 난다.
선생님이 취미생활로 늘 분주하셨기 땜에 우리반은 그 흔한 입시 상담 한번 안하고 일년을 마쳤는데
나중에 다른 반보다 우리반 진학결과가 몹시 저조하다면서 오히려 우리한테 막 화를 내셨다.

결혼 초 남편이 자기 한달 봉급에 상당하는 프린스 라켓을 샀다.
그라파이트라나 뭐라나 하면서.
(나도 이브랜드 저브랜드로 라켓을 자주 바꾸는 편이지만 아직도 프린스 라켓만은 절대 안산다.)
아무튼 그 시뻘건 라켓 땜에 싸웠던 기억이 생생한데 얼마 후 뭘 또 사야된다고....
테니스치러 나가면 어김없이 다음날 아주 일찍(새벽에) 들어온다.
테니스는 밤새 맥주 맛있게 마시려고 치는 건지!
테니스 중계하면 TV앞에 하루종일 앉아 있는데 옆에서 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천불이 솟는다.
집안일도 공평하게 같이하고 대화도 많이 하는 민주적인 가정을 꾸미자는 결혼 전 약속은
테니스와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다.
내가 테니스를 치기 시작하면서부턴 남편과 공치는 사람이 제일 부러웠다.
한참 전 업종전환을 했던 남편한테 나중에 위자료 안달라고 할테니
제발 한번만 쳐달라고 애원애원을 해서 겨우 예약한 코트에 가서 쳐봤더니
한때 테니스에 미쳤던 남편이 꽤 잘치는 줄 알았는데 어째 나보다 더 ....
그럼 옛날에도 테니스를 빙자해....의혹과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금 와 선 남편의 어설픔이 이해도 된다.
테니스는 감각 운동이라 오랫동안 안치다 치면 공을 라켓 가운데 맞추는 일도 쉽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그땐 일부러 못치는 척 하는건지 아님 옛날 테니스친다면서 뭐하고 다녔는지
뚜껑 열리게 화가 치밀었었다.

아이 초등학교 테니스코트는 오랜 방치 끝에 교사증축으로 날라갔고,
이웃 학교는 그나마 테니스를 좋아하시는 교장선생님이 계셔서
정년한 코치 한 분한테 레슨하게하면서 코트 관리를 맡겨
아이들이 축구공 꺼내러 담 타넘고 들락거려도(가끔 미니 축구 내지 족구를 한 흔적도)
땅도 고른 편이고, 벽치기 할 벽도 있고, 집에서도 가까와
막 라켓잡은 초보는 벽치기를 하든 누구랑 난타를 치든 무척 공치고 싶었지만
나이드신 코치님이 워낙 꼬장꼬장 텃새를 부리셔서 집 앞에 코트가 놀고 있어도 그림의 떡이었다.
왜 그리 코트 인심이 팍팍한건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