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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우님,

테니스를 운동으로 택하신 것은 탁월한 선택입니다.
제 주위의 테니스 동호인들은 테니스를 택한 것이 평생에 가장 잘한 결정이라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아직까지 테니스의 즐거움을 많이 누리지 못하신 것 같군요. 정말로 안타깝습니다.

아래에 제 소견을 자세하게 적겠습니다. 그런데 글이 너무 길어 지루할 것 같아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면,

1. 단식 게임을 하시면 재미를 느끼게 됩니다. 실력 차이가 나는 사람들과 복식을 하게 되면 위축되어 재미를 느낄 수 없습니다. 단식이 어렵지 않습니다. 테니스 선진국 유럽과 미국의 할머니들과 초등학생들은 99% 단식만 합니다.

2. 레슨만 받아서는 경기력이 늘지 않습니다. 경기 횟수가 늘어야 테니스 시합에 적응하게 됩니다.


그러면 단식 상대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가 대두되는 문제겠지요.

1. 비슷한 구력의 테니스 친구를 물색하십시오. 인터넷에 공지를 해 보면 되지 않을까요? 아니면 공설 테니스장에 가면 혼자 와서 벽치기하고 있는 동호인들 있습니다.

2. 인터넷 동호회를 이용해 보세요. '전현중의 테니스 교실'에서는 초보자들을 친절히 이끌어 주는 것 같더군요. "테니스 산책"도 전국적인 모임이고 회원 실력도 상,중,하 가 골고루 있습니다.

다음은 레슨만 받고 돌아가는 초급자들에게 드리는 조언입니다.
                          
                                                    "제발 레슨에만 의존하지 마세요!!!"

테니스 코리아의 어느 에세이에 3년간 레슨을 받았지만 테니스에 제대로 입문도 못하고 결국은 골프로 돌아선 어느 동호인의 원망이 술회되어 있더군요. 제가 당한 일인양 안타까왔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작은 착각 때문에 테니스를 포기하기에 이르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제가 짐작하는 그 분의 착각이란
"테니스는 반드시 레슨으로 시작해야 한다."
"레슨은 오래 받을수록(최소한 1 년 이상) 좋다."
"레슨을 받으면 경기력이 갖추어질 것이다." 등 입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레슨 없이도 즐기는 테니스는 얼마든지 가능하고 레슨에 의존하는 사람은 대부분 입문에 실패합니다.

테니스를 숙달하기 위해 레슨이 중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레슨에만 올인하는 것은 참으로 외골수적인 생각입니다. 오히려 단조롭고 힘든 레슨이 때로는 테니스를 포기하게도 만들 수도 있습니다.

레슨은 무엇이 바른 자세인가를 알려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나 레슨이 동호인 초보자의 테니스 경기능력을 완성시켜 주기에는 많이 미흡합니다.

만약 어느 동호인이 경기는 하지 않고 레슨만 10년을 받았다고 가정할 때 그의 경기력이 어느 정도나 될 것 같습니까? 그가 어느 날 막상 경기에 들어가면 몇몇 좋은 스트록 위너가 나오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훨씬 많은 스트록, 발리 에러와 잘못 선정한 포지션, 파트너와의 공조 불능으로 연전연패 할 것이라고 봅니다. 아마도 그런 약점이 해결되자면 추가로 몇 년이 더 걸릴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레슨보다 실전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봅니다. 비교적 빨리(예를 들어 레슨 시작 후 1, 2개월 이내에) 시합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레슨에 비교해서 실전 경험이 더 중요하다고 보는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나라 테니스 레슨은 지루할만큼 깁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테니스 레슨을 주 4-5회씩 최소한 반 년, 아니 일 년이상 여러 해 받는 것을 기준으로 삼습니다. 일 년 동안 꾸준히 레슨을 받는 것도 웬만한 사람으로서는 해내기 힘들지만 설사 그렇게 하더라도 포핸드, 백핸드를 안정시키기도 어렵고 발리나 스매시, 서브는 초보 수준을 벗어나기가 거의 불가능합니다. 레슨을 받는 느낌은 마치 고행을 하는 수도사처럼 고통스럽고 단조롭습니다.

그러나 제가 본 미국과 프랑스의 레슨은 이렇게 장기간 지속되지 않았습니다. 매일 레슨을 받는 경우는 2 주간 정도가 고작입니다. 제 아이가 미국서 8살 무렵에 레슨을 받았는데, 2 주째 목요일에는 게임을 시키더군요.'전현중'테니스 사이트에서 중국의 테니스 현황을 읽었는데 총 10 시간의 레슨이 일반적이고, 그 레슨이 끝나면 게임에 들어간다는군요. 물론 오래가는 레슨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처럼 길지는 않습니다. 프랑스에서 관찰해 본 결과는 7-8 개월 정도의 레슨이 있었는데 그 경우는 일 주일에 한 번만 만납니다. 횟수로는 고작 30회 정도였습니다.  

물론 매일 레슨에서 반복적인 스트록을 하는 것이 나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레슨이 실전 경험과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레슨자가 들이는 투입시간에 비해 경기력 향상의 정도는 많이 적습니다. 무엇보다도 지루함을 견디지 못하고 테니스를 그만두게 되는 결과는 누가 책임을 집니까?

지루한 레슨을 참고 또 참고, 6 개월이나 1 년을 받다가 끝내 포기하고 마는 입문자를 수 없이 많이 보았습니다. 제가 나가는 클럽의 경우를 보면 매년 어림잡아 수십명이 입문했다가 경기 한 번 못해보고 탈락하고 맙니다. 그들의 보람 없이 낭비된 수고를 생각하면 한탄이 절로 나옵니다.

2) 지금의 레슨 방식은 직업선수를 육성시키는 방법이고 동호인에게는 맞지 않습니다

어떤 폼을 몸에 밸 때까지 무한히 반복하도록 하는 레슨 방법은 프로 선수들에게는 꼭 필요한 유일한 길입니다. 그들은 오로지 최고가 아니면 안되지 않습니까? 최고가 되기 위해 10년 정도 모든 것을 걸고 훈련에 임합니다.

직업선수로서 한국 랭킹 200위만 되어도 우리 동호인들에 견주면 코트 위를 날아다닐 정도의 고수이겠지만, 선수로서는 실패한 인생이겠지요. 그러니까 랭킹 10위 언저리에 들 때까지 죽기 아니면 까무라치기로 강타 위주, 공격 위주의 스트록을 수련해야 합니다.

그러나 즐기는 테니스가 목표인 동호인은 그렇지 않습니다. 네트를 넘기기만 하면 일단 합격입니다. 무리한 공격을 하다가 에러를 연발하는 사람보다 약하더라도 끊임없이 넘기는 사람을 동호인들은 더 인정해 줍니다. 그들이 승률도 더 높지요.

동호인들은 어떤 기술이 몸에 밸만큼 충분한 레슨시간을 확보하기가 어차피 불가능합니다.동호인들이 일주일에 평균3-4회 20분씩 레슨을 받는다고 할 때, 1년간 꾸준히 레슨을 받아도 실제로 순수한 훈련시간을 따져 보면 60시간에 불과하고 이는 직업선수들 1주일 훈련량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 정도의 훈련량으로는 '페더러' 같은 감각을 타고 났더라도 동네 선수 수준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입니다.

테니스는 반복적인 수련을 통해 동작이 몸에 배어야 한다는 점에서 피아노와 비슷한 점이 있습니다. 모짜르트 같은 음악 천재라도 하더라도 하루 30분씩 피아노 레슨을 받고 만다면 60 평생 피아노를 쳐도 일류 피아니스트가 될 수 없으리라는 것을 생각해 보십시오. 레슨만을 통해서는 기량향상에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몇년간 지속적인 레슨을 받은 결과 실력이 늘었다고 하는 사람이 주위에 있습니다. 그들의 얘기를 자세히 들어 보면 레슨 이외에 꾸준한 시합 출전과 엘리트 테니스클럽에 소속되어 고수들과 반복적인 실전 경험을 한 것을 알게 됩니다. 결국은 많은 실전 훈련이 더 중요한 관건이었던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나는 레슨을 1 년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받았다."고 해 봐야 그 운동량은 열심히 시합에 몰두하는 동호인 친구들 2-3 주일 운동량 밖에 되지 않는 것입니다. 2-3주일 훈련량으로 테니스를 잘 치게 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 아닐까요?

자기 나름의 훈련 시간을 더 확보해야 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게임을 하는 것이지요. 게임 횟수가 1,000 회는 되어야 비로소 테니스 경기의 기본적인 감각을 체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레슨만 받고 실력이 늘기를 기다린다면 인생을 네 번은 거듭나야 되지 않을까요?

3) 레슨공과 실전공은 다릅니다

레슨 때 치게 되는 공은 일정한 길이와 속도로 공급됩니다. 그러한 공은 실전에서는 10 개 중에 한 개나 나올까 말까합니다. 게임 중에는 나에게 오는 공이 매 번마다 길이, 스핀의 양, 각도, 고도, 빠르기, 역모션 등에서 다릅니다.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다르게 치는 것이지요. 레슨 때도 변화있는 공을 주는 때가 있지만 그 변화의 폭은 게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게임 공은 게임을 통해서만 배울 수 있습니다. 우리 주니어 선수들을 어릴 때부터 해외의 대회에 출전시켜야 한다는 논리도, 1류의 기술은 연습구로 익힐 수 없고 시합을 통해서만 익힐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레슨 받는 동안, 시합을 멀리하면, 멀리하는 기간만큼 게임공 적응시기가 늦어지는 것이지요.

4) 레슨 30%, 게임 40%, 나홀로 학습 30%를 권합니다

레슨이 중요한 이유는 아마도 레슨을 받아야 그나마 초보자들은 공을 만져라도 본다는 점도 있습니다. 복식 경기 일변도인 한국 동호인 클럽에서 복식경기에 초보자가 끼어들기가 아마도 불가능할 것입니다.

실전 경기 경력이 1,000 세트 정도는 되어야 복식 테니스 경기의 논리를 어렴풋이 짐작이라도 할 수 있게 된다고 믿습니다. 다운더 라인보다 크로스 공을 주로 구사해야 하는 점, 두 사람의 사이가 취약점인 것, 넷 플레이의 중요성, 첫 서브 성공의 필요성, 전위의 위치 선정, 첫 발리 처리, 스플릿 스탭, 로브 공에 대처하는 법, 평행진 전술, 베이스 라인에서 강타의 위험성, 사이드 공격의 불리한 점, 등등은 레슨을 10년을 받더라도 코치로부터 듣기 어려울 것입니다.

그 이유는 코치가 무성의 해서가 아니라 위의 테마들은 4 명의 경기자가 팽팽하게 대치한 실제 상황을 두고서만 설명과 이해가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박스볼을 주고 받는 일 대 일 레슨에서는 그 의미 전달이 절대로 불가능합니다.

비슷한 레벨의 입문자를 수소문해서 실전을 많이 하시기 바랍니다. 복식이 어려우면 단식을 즐겨하기 바랍니다. 단식이 체력상 무리라고 생각하지는 마십시오. 미국과 프랑스에서는 초등학교 아이들도, 할머니들도 단식을 합니다.

어정쩡한 팀웍으로 하는 복식 10 경기보다, 단식 한 경기가 배우는 점이 많습니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나면 핸디캡을 주고 받으면 됩니다. 매 경기 30점을 주거나 받으면 왠만한 실력 차이가 나도 팽팽한 경기가 됩니다.

단식에서는 모든 샷을 내가 기획하고 실행하기 때문에 샷의 결과를 보고 나의 오류를 찾아내는 것이 간단명료합니다. 복식에서는 매 샷의 성공과 실패가 네 명의 경기참여자 중 어느 사람의 몫인지 판단하기가 모호하기 그지 없습니다.

부디 테니스 생활에서 즐거움과 성취감을 마음껏 누리시길 빕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