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한 장 차이로 희비쌍곡선 게임

테니스 동호인들이 출전할 수 있는 대회가 정말 많은 것 같다.
전국대회가 아니고 지역대회만 하더라도 매 주 토, 일에는 대회에
출전할 수 있다.
예전에는 이 지역에서 1시간 정도의 반경 거리에 있는 지역에서
개최되는 대회는 대부분 출전을 해 보았다.
대략 1년에 40-50회 정도에 대회에 출전을 할 수가 있다.

저는 어깨 부상으로 인해 수술을 하고 거의 1년 이상을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대회에 출전하여 출중한 고수들과 함께 맘껏 뛰고 달리면서
파이팅을 하는 짜릿한 묘미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으리라.
승패에 연연하지 않고 오직 테니스 하는 재미에 몰입되어 대회에
출전을 했었다.
어깨 수술이 거의 완쾌되어 최근에는 몇 번의 대회에 출전해 보았다.

저에게는 출전 선수 모두가 고수이다.
한 게임을 승리한다는 자체도 벅차고 어렵다.
그러나 마냥 즐겁다.
황홀하고 삶의 의미를 맘껏 느끼는 것 같다.
고수와의 실력 차이는 아주 먼 거리에 있는 것 같은데 게임이
끝나고 나면 “깻잎 한 장 차이”라는 사실이 뇌리에 맴돈다.
특히 타이브레이크에서 패할 때는 더욱 더 그렇다.
매치에서 네트 앞에 온 찬스의 볼, 바로 눌러 때리면 게임은
끝나는데 그것을 결정짓지를 못해 게임에서 역전패를 당한다.
너무나 억울하고 아쉽다. 이럴 경우, 실력이 바로 깻잎 한 장
차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깻잎 한 장 차이의 갭은 너무나 크다.
어쩌면 고수와 하수의 차이도 깻잎 한 장 차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실력은 너무나 현격한 거리가 있는 것이다.
이 깻잎 한 장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동호인들은 수많은
날들을 테니스 라켓을 갈고 연마하지 않았을까?
수년이 될 수도 있고 수십 년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나의 테크닉을 연습하고 완성하여 실전에 멋지게 활용할 때는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겠는가!

제가 속해 있는 클럽에는 전국대회 우승자들이 몇 명 있다.
이 선수들은 파트너가 조금만 받쳐주면 우승을 할 수 있는
실력의 소유자이다.
올해도 많이 우승하는 현장에서 응원을 하며 우승하는 감격을
함께 맛보았다.
이 선수들이 우승하기까지 2-3번의 고비가 있다.
그 고비가 가장 어려운 게임이지만 진짜 깻잎 한 장 차이로
승리를 거둔다. 그리고는 우승을 쟁취한다.
바로 이 때, 깻잎 한 장 차이라는 비유가 적절할까?

예전에 아주 중요한 게임에서 4:0으로 리드를 하다가 역전패를
당한 경우도 있다.
심지어 5:0으로 리드를 하다가도 역전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5:1 또는 5:2 스코어를 역전 스코어라고 한다.
그 만큼 역전되기 쉬운 스코어라는 이야기이다.
리드하는 선수들은 마음이 포근해지고 리드 당하는 선수들은
작전이고 뭐고 없이 이판사판으로 덤빈다.
그리고 한 게임, 한 게임씩 물러서다 보면 바로 역전이 되어 버린다.
정말 테니스는 이것이 묘미인 것 같다.

클럽이나 동네에서 하는 게임이 아닌 대회에서는 이변도
자주 일어난다.
서로 긴장된 상태에서 누가 에러를 하지 않느냐에 관건이
있는 것 같다.
화려하고 찬란하게 볼을 치는 선수치고 4강까지 살아남는 선수는
잘 없는 것 같다.
에러 없이 자신의 볼을 잘 처리하는 선수들이 입상을 하는 이유도
대회라는 특수성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대회에서 패하고 가방을 울러 매고 코트장을 떠날 때는 정말
쓸쓸하고 처량하다.
“그 놈의 깻잎 한 장 차이 때문에...”, 이렇게 이야기는 하고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자신의 위로하기 위한 수단이다.
그 깻잎 한 장의 차이는 다음에도 일어날 수가 있다.
그리고 깻잎 한 장 때문에 웃을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깻잎 한 장 차이...” 멋진 비유이다.

우리가 게임 도중, 라인 시비가 있을 경우가 많이 있다.
이런 경우에도 “깻잎 한 장 차이”로 인과 아웃에서 희비가 교차된다.
이 한 점 때문에 게임의 승패가 결정될 수도 있다.
볼 털끝 하나가 라인에 걸쳐도 인이다.
정말 깻잎 한 장 차이로 인인 셈이다.
이 깻잎 한 장으로 시비가 붙는 것을 보면 이 사소한 갭이 전체 게임을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끝까지 자신이 옳다고 주장을 하는 것이다.

우리의 삶도, 인생도 깻잎 한 장 차이일까?
수능 점수 한, 두 개의 차이로 대학의 합격과 불합격의 희비가
쌍곡선이 되는 것일까?
그리고 Toeic 점수 1-2점이 취업을 하는데 승패를 좌우할까?
깻잎이라고 하지 않고 호박잎 한 장 차이라고 했으면 조금 더
정겨울 것 같다.
깻잎은 너무 여유가 없는 것 같다.
물론, 아주 미소한 차이라고 해서 깻잎이라고 했겠지만 콩잎
한 장 차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다.

깻잎 한 장 차이는 희비쌍곡선이지만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평온을
주는 것 같다.
두 선수의 실력이 별반 차이가 없는 뜻으로 이기고 지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야 패자에게 한없는 위안과 아름다운 선물을
주는 것 같다.
그러나 깻잎 한 장 차이는 아주 실력 차이가 난다.
이 깻잎 한 장 차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이 추운 날씨에도 테니스
날을 갈고 다듬지 않겠는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