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 속 사진 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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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냅사진 속에서는 어느 가족이나 다 행복하다.
전문가들은 표정의 미세한 그늘과 바디랭귀지와 인물들의 포지션 등에서
가족관계의 진실과 갈등의 심도를 알아낼 수 있다 장담하지만
그게 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억지처럼 들린다.
간혹 잔뜩 찡그리고 있는 표정이 있어 자세히 들여다보면 정면으로 들어온 빛 탓이고
어색하게 굳어있는 모습들은 한참 같은 포즈를 취하느라 얼어버린 것 뿐이고
남의 집 앨범사진은 거기서 거기로 행복하기만 하다.

테니스코트나 그 주변에서 찍은 사진도 가족사진처럼 행복한 순간의 포착이다.
거기엔 속없이 행복한 사람들만 있을 뿐 난마처럼 얽혀있는 인간군상의 모습 따윈 없다.
달처럼 뒤는 감추고 환한 앞면만 보이는 건지.
바짝바짝 다가서 환하게 웃는 얼굴을 카메라 앞에 디밀고 있거나,
졸지에 친한 척 어깨동무를 한 모습도 별로 어색해 보이지 않고,
살짝 돌아 앞사람을 안고 차근차근 포개 서있는 모습도 촌스러워 보이지 않는다.
현수막을 배경으로 한 인증샷의 경우
앞줄은 철퍼덕 앉고 다음 줄은 쭈그리고 키 큰 사람은 뒤로뒤로 보내 겹겹이 거족적으로 찍고,
결전의 의지는 잠시 감추고 시합 전 네트 앞에서 라켓 가지런히하고 정겨운 포즈를 취하거나
시합에 골몰해 언제 찍혔는지도 모르는 어정쩡한 사진이 불만스럽다가도
대회가 한창인데 염불보다 잿밥 쪽으로 관심이 쏠려버린 아저씨들의 거나하게 취한 모습은
웃음 빵 터뜨리게 한다.
녹색 담장의 미묘한 차이를 눈여겨보지않고, 웃고 있는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지 않았더니
그 사진이 다 그 사진같아 남의 코트 사진이 우리네 건 줄 알고 한참 들여다 본 적이 있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