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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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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경기가 열리고 있는 올림픽코트로 어려운 걸음을 했는데 비가 왔다.
청명하기로 유명한 대한민국 가을하늘인데 하필 눈치없이 비를 뿌리는 그 넘의 ....!
눈 뜨면 살림하는 시늉만 해놓고 공치러 나와 라이트 끄고 코트 나서는게 일과던 시절
우리와는 딴세상 사람인 선수들 경기를 보겠다고 초보가 오전 운동도 않고 일어서면
고수들 뼈있는 한마디 한마디가 내 등 뒤로 주렁주렁 달려나온다.
내 안에 일고 있는 주저와 붙드는 유혹을 뿌리치고 나오는 건 잠깐의 결단이면 족하지만
남들 열심히 운동할 시간에 옴짝않고 앉아 보기만 하는 건 인내와 희생처럼 여겨졌다.
그런데 비오면 바로 실내코트로 옮겨 경기를 속행시키기라도 해야지
하늘 올려다보며 기약없이 기다리게 한다거나,
잠시 후면 다시 퍼부을 비구름 아래서 애꿎은 타월을 적셔가며 코트랑 비랑 숨바꼭질 놀이를 하고 있으니.....
실내코트! 그거 아껴뒀다가 국끓여 먹으려나 싶어 애가 타서
대회관계자인듯한 사람이 눈에 띄면 붙잡고 이런저런 의견을 전했다.
죠코비치가 서브할 때 여러번 바운드 하는 걸로 사람들 신경을 긁어놓기 훨씬 전부터
선수가 서브 모션 들어갔는데도 떠들고 움직이는 사람들,
화장실 갔다와 다음 end change 까지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막는다고 싸우는 사람  
.......들이 내 신경을 상당히 곤두 세웠다.
그런데 몇 해 테니스 풍상을 겪다보니 웬만한 일에는 다 그러려니하고 눈감게 됐다.
비가 올 수도 있고 농사 때문에라도 꼭 와야하는 것이고
비오면 우산 펴들고 묵묵히 기다리고 결정이 내려지면 따르고... 불평도 군말도 없이
꼼짝없이 몇시간 앉아 있던 사람들이 잠깐동안 하고 싶은대로 하는 걸 규칙이라고 윽박지르는 것도 그렇고,
공 쫓아 뛰면서 땀 쏙 빼고 숨 헉 차기를 좋아하는 사람을 어거지로 앉혀 놓고
훌륭한 선수들이 하는 것이니 눈 똑바로 뜨고 보라하면 기꺼이 따를 사람이 몇이나 되려나 싶고
고수가 하수에게 공 안쳐주고 어쩌다 한게임이라도 할라치면 끊없는 잔소리를 견뎌야 하는 것도
그들이 테니스에 바쳤던 세월에 대한 보상이려니 ....

그런데 매사를 이렇듯 맺고 끊지 않고 구렁이 담 넘어가듯 그러려니로 일관하다보니
코트에 언성 높일 일도 없어뵈고 핏대 세울 사건도 더는 눈에 안띈다. 자연 할 말도 쓸 글도 없어지고.

이 넘의 그러려니가 지혜에서 나온 달관인지 아니면 타협이고 포기인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