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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전하면서 나누기를 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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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를 두쪽 내는 일도 내겐 쉽지 않다.
아귀힘이 없다보니 맨손으론 엄두도 못내고 작은 과도라도 손에 들려있어야 자를 수 있는데
공평하려 애를 써도 나눠진 반쪽을 살펴보면
백설공주가 받아든 사과처럼 빨갛게 잘 영근 쪽이랑 덜익어 푸르딩딩한 쪽으로 나눠있거나
어느 한편으로 더가있거나 덜가 있곤 한다.
그러니 사람이나 세상일을 둘로 나누는 일은 엄청 어려울 것같은데도
이분법이란 칼은 사람도 세상도 숭덩숭덩 잘도 나누어놓으니 그것 참 신기하다.
테니스가 두부나 무우토막이라 생각하고 한번 나누어 볼 것같으면  
먼저 샷마다(stroke, volley, lob, drop) 포핸드가 있고 백핸드가 있다.
그렇다면 서브는? first가 있고 second가 있다.
그 샷이 라인 안이냐(걸쳤냐 포함) 밖이냐에 따라 in 또는 save가 있고 out 또는 wide가 있다.
그리고 게임에는 단식게임과 복식게임이 있고,
남녀가 유별해서 선수도 각각 ATP/WTA에 나눠 속한다.
코트도 네트를 사이에 두고 앞뒤로 나눠있고
다시 듀스코트랑 애드코트 좌우로 나눠있다.
그 위에서 뛰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프로필을 볼 것같으면
오른손잡이/왼손잡이로,
다시 왼손원핸드/왼손투핸드로 나뉘고,
(양손투핸드도 있긴 하지만 극히 예외적이니까 빼고)
실력이 막상막하여도 랭킹 상 high ranker/low ranker로 나뉘어 있다.
그런데 관객들의 관점에서 보면 선수들을 아주 다양하게 나눌 수 있다.
예쁘거나 잘생긴 선수/그만 못하게 생긴 선수(내눈엔 잘치면 다 예뻐보이지만),
키큰 선수/아담한 선수,
앳되 보이는 선수/나이듦이 확연한 선수,
뚱뚱한 선수/날씬한 선수,
발 빠른 선수/굼띈 선수,
전에 경기하는 걸 본 적이 있는 선수/처음보는 선수(본 듯한데 기억에 안남아있는 선수),
서브가 좋은 선수/서브가 시원치 않은 선수,
친절하게 사인 잘해주는 걸로 봐서 성격도 좋아보이는 선수/성격도 XX같은 게 거의 확실시 되는 선수,
빨래줄같이 쭉쭉 뻗는 공을 주로 치는 선수/보름달 닮은 샷을 마냥치고 있는 선수,
파워 플레이를 하는 선수/겨우겨우 꾸겨 넘기는 선수(pusher)
단번에 확 무너져버리는 와르르선수/악바리로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쇠심줄선수
.
.
.
마지막으로 관객을 나누자면
관전하는 걸 본인 운동보다 더 좋아해
시합있는 일주일동안은 당분간 내 공 접고(이미지트레이닝?) 부지런히 경기장을 찾는다든지
TV중계를 안하면 인터넷 뒤져서라도 꼭 보는 축이 있는가하면,
그까이것 봐봤자 내 공치는데 하나 도움이 안된다고
경기장에 한발짝 발 들여 놓거나 중계방송 보는 것에도 인색한 축으로 나뉘는 것같다.
그런데 이 이분법이란 편리한 넘이 흑백논리니 어쩌구하며 세간의 비난 또한 엄청 받는다니
(회색분자들이 자기 설 자릴 요구하며  설치는 때문인 것같은데)
동호인 수에서 제일이라는 축구 다음이 테니스라던데
매년 국제경기개최하느라 애쓰는 사람들 빈자리로 허탈하게 만들지 않을 만큼
간간이라도 경기장을 찾는 회색분자가 좀 더 많아졌으면 한다.
더구나 이번 긴 연휴 동네코트에는 사람들이 몰려 한참 기다렸다 겨우 한두게임하고 왔다는데
그럴바엔 내 눈 앞에서 코트 사방을 누비며 화려한 샷을 구사하고있는 선수들을 보면서
속시원한 대리만족을 누려봄이 어떨까한다.
내 것으로 못해서 그렇지만
매년 시합이 있었던 다음 주엔 코치님한테 샷이 좋아졌다는 칭찬을 듣곤 했는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