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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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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들통날 거짓말을 밥 먹듯이하고 천지사방으로 바람 피우고 돈은 어찌알고 뒤져가는....남편이 있다.
그리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몹쓸 인간을 사랑하는 자신이 미친X이라고 울며 탄식하는 여자가 있다.
한참 전에 본 한국영화 속 신파의 한 장면인데 문득 테니스가 내겐 그녀의 나쁜 남편이 아닌가싶다.

테니스는 내게 열심히 하면 조만간 잘할 수 있고
그땐 확실한 내 사람이 되어 주겠다 뭐 이런 듣기좋은 거짓맹세를 들려주었다.
일단 공과 함께 하면 없던 웃음도 절로 나오고 뛰고 쫓으면 재미있고 행복감에 젖어 들게 되니
한발만 더 뛰면 다 잡힐 듯하고 한 뼘만 더 뻗으면 또 잡힐 듯하고
감이 올듯 올듯 하니 그 말을 믿을 수 밖에.

골프는 돈 많이 든다고 시작해볼 엄두도 못냈는데 테니스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
잘치는 남들도 받는데 뒤쳐질까봐하는 불안에서 아이 학원비를 줄여서라도(친엄마?) 레슨 받아야하고
남들처럼 철철이 신상(품)은 못사입더라도 상설할인점 매대에 누워있는 이월상품으로 바닥 쉬 닳는 운동화, 유행타는 운동복을 산뜻하게 바꿔줘야한다.
먹고 마시는 자리 자꾸 빠졌다간 남들 눈 밖에 나니까 한두번 거르면서 그래도 눈치껏 따라다니다보면
남편 혼자 힘들게 버는데 놀면서 쓰기만하는게 마음 걸리고 ......
한번 보고 말 사람이 아닌 회원들의 애경사를 챙기다보면 또 돈이고

넌 수술까지하고도 아직 테니스에 미련이 남아있니? 친구는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이었다.
계속 공치려고 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이 친구에게 어떻게 설명해줘야하나?싶어 잠시 숨을 골랐다.
어쩔 수 없이 내 삶이 점점 신파와 닮아가는 것을.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