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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슨없는 아침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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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레슨에 이상하리만치 강한 집착을 갖고 있다는 것을 나도 안다.
주변에 마음으로 아끼는 사람한테는 제발 포인트 레슨이라도 몇번 받아볼 것을 강권하기도 한다.
죽을 때까지 배워도 끝이 없다는걸 깨달아서?
글쎄 배움에 무슨 허기가 들었다고...피식
포, 백, 발리, 발리, 스매시 가끔 서브 앤 발리, 리턴 앤 발리....
이젠 뭐 달리 새로울 것 하나없는 끝없는 반복과 심심하기만한 단조로움일 수도 있는데
쉽게 싫증내고 벌써 질렸다고 포기하고 달아나버리느라 늘 새로운 것만 전전하던 내가
몇년 변덕 한번 안부리고 꾸준히 할 수 있었던 이유가 뭘까 되짚고 싶어진다.
체육적인 소질을 타고 나지 않았다는 결론에 대한 사후약방문 격인가?
몸치라고 자타공인하는 선배가 10년 쉼없이 레슨받고나니 어느정도 극복이 되더라했으니
그렇다면 난 아직 몇년 더 유예기간을 얻은 셈인데,
매번 공과 라켓이 만나는 순간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발견해서라면 허장성세일테고
눈뜨면 남보다 코트에 일찍 나가는 습관이라면 돈 꽤나 드는 나쁜 습관이겠고
누워 마냥 딩굴딩굴하는 게으름을 집 밖으로 밀어내 테니스로 이어주는 부지런한 탯줄역할인지
아니면 뭔가에 쫓기듯 뒤쳐져 남겨지는 두려움을 피하려는 강박인지
그리고 이처럼 쉼없이 몰아대며 초조하게 만드는 것이 나의 조급증 탓인지
핵시계처럼 째깍대며 얼마남지 않았다고 다그치는 시간과의 싸움인지,
치고 올라오는 연부역강한 후배들 때문인지
한여름 무더위와 장마철, 엄동설한같은 레슨 비수기에
코치님들의 안정적인 고정수입을 마련해드리려는 도리?ㅋㅋ
전에도 몇번 부상 중임에도 불구하고 레슨 계속 받겠다는 고집을 부렸다.
손바닥을 다쳐 라켓을 쥘 수 없는 동안 왼손으로 바꿔잡고 레슨을 받은 적도 있었고
작년 어깨 아플 때 투핸드 백핸드만 줄창 몇달을 받았는데도
내게 치명적이던 백핸드가 상대에게 치명적인 백핸드로 진화하지 못한 걸 알고 씁쓸했다.
늘 아픈 타령인 무릎 때문이었는지 발목을 삐끗하고 나서였는지
왕후의 레슨이란 비아냥에도 불구하고 앉아서 레슨 받았던 기억도 있는데
테니스가 발로 하는 운동인 걸 감안하면 가히 낭비적이고 미친 짓이었던 것같다.
코트에서 어서 나오라는 전화랑 같은 내용의 문자가 몇 개 와있는데
레슨없는 이 아침 차도 마시고 글도 올리고.....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