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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로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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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샷에서 공치는 재미가 극대화될까?

일전에 한 책에서 로브나 쇼트를 specialty shots라고 따로 분류해놓은 걸 본 적이 있는데
이같은 명명법이 이 두 샷에 전문성을 부여하려는 의도에서였다기 보다는
어쩐지 수상쩍고 불명예스럽기도 하고 쉽고 떳떳치 못하게 한 포인트 따려는
불순한 의도를 슬쩍 꼬집는듯한 인상을 받았다.
강 스트로크와 깍아내지르는 발리 등 거의 모든 샷을 다 받아 넘기는 철옹성의 상대에게
더 강하게 더 각을 주는 것만이 능사도 아니고 번번히 별무소득이겠지만
기습적으로 발리로브 띄우고 떡밥처럼 쇼트놓고 다음 볼 기다리는 작전은 치사하지만 자주 주효하다.
위 두 샷으로 포인트를 얻고나면 상대를 골탕 먹였다는 사디스틱한 웃음이 입가에 번지지만
한편 왠지 모르게 따라붙는 찝찝하다는 뒷맛이 즐거움을 반감시키기에 충분하다.

네트 너머의 상대가 한발 옴짝 떼보지도 못하게 크로스로 또는 다운더라인으로 패싱을 날리는 것도
공 쳐본 사람만이 느낄 수 있는 짜릿한 쾌감이겠지만
테니스의 꽃이라하는 스매시로 멋지게 위닝샷을 꽂았을 때에 뭉텅 분비되는 아드레날린에 비하랴싶다.

그런데 올해 US Open에서 패더러가 죠코비치와의 준결승 매치포인트를 마무리한
일명 magic shot으로 불렸던
다급히 뛰어가 미처 돌아설 겨를도 없어 네트를 등진 채 두 다리 사이로 공을 받아넘기는
between the legs shot이야말로 공치는 남자들의 로망이 아닐까싶다.
때론 돌아서서 잡아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TV 속 선수들이나 가끔 하는 그 멋진 샷을 언젠가 나도 한번 구사해보겠다고 벼르다가 마침내....하는
폼생폼사로 해서 포인트 한점이 허망하게 희생되기도 한다.

-겨울에 공치는 재미는?

아무리 추운 날씨라도 공 몇 번 넘기며 뛰고 나면 몸은 이내 더워지고 심지어 땀까지 난다.
(비록 땀방울이 곧 얼어붙는 한이 있어도)
얇아도 겹겹이 입은 옷은 두툼한 옷 한겹보다 공기층을 많이 품어 훨씬 따뜻한데
어느정도 체온이 상승하고 나면 이제까지 우선순위에서 밀렸던 활동성에 대한 욕구가 증가해서
양파 껍질벗기듯 한겹 한겹 벗어서 네트 포스트에 걸어놓게 되는데
이는 벗는 사람은 물론 지켜보는 사람에게도 건강하고 섹시한? 모습으로 보인다.
잘 튀어오르지도 않는 공은 자주 짧아져 상대에게 위닝샷을 허용하는데
짧고 깔리는 공에는 상대도 난감해하는 모습이 역력한데 어프러치샷하며 달려오다 에러를 내는 걸 보면
표정관리가 어려워지고 한바탕 웃고 나야.....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