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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력이란 것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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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치는 부모를 만나 갓난아이적부터 코트를 드나들었던 꼬마가 있었는데
조금씩 발 떼면서 걸음마하고,  입 떼면서 몇 마디 알아들을만한 말을 하기 시작하자
코트의 귀염둥이가 되었다.

그런데 마스코트녀석이 얼마 지나지않아 보는 사람마다 쫓아다니며
아줌마는/아저씨는 구력이 어떻게 되세요?하고 묻더란다.

그 말이 오죽이나 자주 공치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으면
구력이 뭔지 알 턱이 없는 코흘리개의 입에까지 올랐나싶다.

한국사람들은 만나자마자 나이부터 물어 형/아우/갑장 등으로 확실히 나누려드는데
혹이나 나이를 속여 이 상하관계라는 선형적 흐름의 관계망을 흐트려놓는 사람이 있으면
발칙한 범죄자로 또는 상종못할 인물로 찍혀 영구제명이 되기도 한다는데...

주민등록등초본 떼서 제출해야하듯
이 구력이란 것은 테니스시민들이 코트에 구두로 제출해야하는데
테니스에 입문한 순서 즉 테니스로 태어난 생년월일로 선후배관계를 재설정하자는 취지로
나이와도 다르지만 실력과도 결코 정비례하지 않는 좀 독특한 변수다.

오늘 우리코트에서는 격월로 있는 여자복식 지역대회가 열렸는데
경험삼아 시합 나온 구력 얼마 안되는 사람도
상대가 손도 못대는 포핸드 한방으로 리턴 에이스를 내버리고
뜀박질하는 몸놀림 발놀림도 가벼워보이고 무엇보다 열심히 끝까지 공쫓는 그 마음가짐이
비록 좋은 결과는 못냈지만
구력만 믿고 테니스에는 전혀 투자 안하고 있던 구력 이십여년짜리의 간담을 서늘하게도 했고,
빵빵 내리찍는 스매시도 다 걷어내고 가도 가도 보내도 보내도 계속 되받아 넘어오는 질긴 공
아니 집중력이 놀라운 공?
구력 오래된 사람치고 수비 탄타하지 않은 사람 없고

글쎄 구력이란 또 뭘까?
공 보는 눈이 생기면서 예전처럼 영양가없이 애만 쓰고 급하기만 했던 대신
다음 공이 어디로 올지에 대한 예지력으로 차분해져서 여유도 생기고
또 공이 끊기지 않고 계속 되넘어 오는 랠리의 경험으로
바로 다음 준비동작을 하게 되는 것 아닐까한다.

그넘의 구력 쌓일 날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며 학수고대했었는데
이제 슬슬 구력과 실력으로 남과 비교가 되는 중압감에서 벗어나고자
구력 줄일 궁리에 골몰하게 되었으니.....

결국 이 밤 구력! 더 두고 볼 일이란 잠정적 결론에 도달했는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