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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이 술술 밥이 술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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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는 엄청 좋아하지만 술은 전혀 안하는 사람을 찾는 일은  
코트에서 독서왕이나 영화광을 만나는 일만큼이나 확률적으로 드문 일일 게다.

추울 때는 공도 안되고 부상위험이 높다면서 방콕하고 있었거나
스키같은 겨울 스포츠에 빠져 코트에 그림자도 안비치며 테니스를 전폐했던 사람도
가끔씩이라도 회원들과 술자리를 가졌다면
겨우내 코트에 나와 공은 쳤지만 술자리는 한번도 안따라갔던 사람보다
코트 돌아가는 사정을 더 빠삭하게 꿰고 있을 것이다.

술자리에서 새롭고 끈끈하게 형성된 인간관계에 어둡다보면
술 느는 만큼 공도 늘게 되어있다는 코트의 진리?를 외면하거나 반역하는 일이
지난하고 외로운 길이라는 걸 절감하게 된다.

술은 마시는 만큼 늘게 되어있다는 일반적 진리에도 예외가 있어
타고 나기를 술이 전혀 안 받는 체질로 태어난 사람은
대리운전기사 용도로 술자리지킴이을 하면서 버텨본다.

술은 못해도 밥이라도 자주 같이 먹어야 정이 들 것 같았는데
요즘은 몸이 장난 아니게 불어 식사같이 하자는 말은 하나도 안반갑고
누가 같이 한끼 굶자는 기발한 제안을 해줬으면하고 바랄 정도다.

이 기회에 근력운동도 하고 대공원산책로도 한두바퀴 돌아주고
미술관이든 백화점이든 하다못해 슈퍼마켓이라도 바삐 쏘다니면 좋으련만
리모콘 작동하느라 손가락 까딱하는게 고작이니
아무 이유는 없지만 날 칭찬해준다면 춤을 추게 될 것 같다.

테니스 치면서 재미 쫓는 일에만 익숙해져서
재미없는 일이지만 꾹 참고 하는 능력이 반감 내지 소실됐나보다.
하기 싫으면 쌓아 놓고도 딴 전을 피우고
보기 싫으면 코 앞에 있어도 쌩까버리게 되고...

애꿎은 테니스 핑계나 대지말고 새 봄에 몸과 마음을 새롭게 하면서
게으름은 털고 너그러움은 들이고 해야할 텐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