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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울아 거울아 이번엔 어디가 아팠으면 좋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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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럭 하나도 건드리지 말라는 말이 있다. 털끝이야 건드린다고 아플까마는.
테니스는 정말 소소한 육체적인 부상도 마음 속에 있는 잘잘한 근심걱정도
엄청난 경기력의 하락을 가져오는 묘한 운동인 것같다.

무엇보다 발로하는 운동이라
발목 접질리는 일, 무릎통증, 장단지 근육통,
발톱이 죽거나 빠져버리는 일도 부지기수겠고
신발 속에서 이리쏠리고 저리부대끼고 땀으로 범벅되어 장시간 혹사된 발에 잡힌 작은 물집도
기권패를 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고

라켓을 들고 하는 운동이니
손가락, 손바닥, 손목, 엘보, 팔근육, 어깨 어느 부위도 아파서는
실력발휘를 할 수가 없다.

십여년 전 발목뼈가 부러져 수술을 받고 무릎 위까지 기브스를 하고 있을 때
정형외과에서 진료를 기다리면서 동병상련으로 말문을 튼 동료환자들 중
팔에 기브스하고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다.

목발을 짚고도 다리가 아래로 내려가면 피가 쏠려 통증이 심한데다
거동하기 불편해서 계단만 보면 으악이었고 어떤 상황에선 다른 이의 도움을 꼭 받아야해서
팔이야 나다니는데 문제가 없어보이고 오른손잡이가 왼팔 다친거면 한 팔로 대충하면 되겠지 싶었지만
팔을 다친 사람은 나름대로 답답하고 갑갑한 자기처지에 대해 크게 불만해하면서
다친 다리로는 나다니지만 않으면 집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않느냐며 오히려 날 부러워하는 눈치였다.

테니스치면서 다쳤던 부위들을 쭉 떠올려보니
라켓만 안잡으면 뛰어다니지만 않으면 그저 견딜만한 부상도 많았던듯싶다.
물론 주부로서 평소에도 쪼끔밖에 안하던 집안일을 아주 더 쬐끔만 하긴 했지만.

어깨가 아팠을 때도 잠을 못잘 정도로 아팠지만
허리만큼 누워서 쉴 수도 없게만들고 테니스를 접어야하나하는 고민을 하게하는 통증은 없는 것같다.

얼마전 방학을 맞아 하계훈련 칼간다고 열심이던 나랑 동갑인 선생님이
발에 아대를 칭칭 감고 나온 걸 보니 이 나이엔 열심이 오히려 독이라는 생각도 들고....

뭔가 하기싫은 일이나 내키지않는 일을 회피하려고 꾀병을 부린다거나
정신적인 문제가 있어서 동정받으려고 내지 애정결핍으로 상상 속 질병에 대한 칭병을 하지 않는다음에야
일부러 아플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난 정형외과, 통증클리닉, 한의원, 침술원 등의 단골환자가 되어
한군데 자꾸 가기도 민망해서 이번엔 양의를 다음번엔 한의를 찾고 있으니

내가 만약 부상종목도 선택할 수 있다면 글쎄 어디가 좋을까?
그저 터럭 하나 정도였으면.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