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테니스 男性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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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데군데 찢어진 포스터엔 여자가 주저앉아 머리를 떨구고 있고
제목은 “내가 버린 여자”란 한국영화가 있었다.
아마 한창 미팅하고 이성에 관심에 많던 시절에 개봉을 한 듯한데
난 생애통산미팅횟수가 내 짧은 열 손가락보다 적었지만
(다섯 손가락도 충분한듯. 주변에 널린 게 남잔데 뭐 따로 번거롭게 미팅을....하면서)
그렇다고 남자한테 관심이 아주 없지는 않아서
공개석상에서 담배 빡빡 피워대는 터프한 여학생들과 도서관 앞
(안이 아니라)에 죽치고 앉아
시국을 논하고 세상 바꿀 대안을 모색하다가 심심해지면
지나가는 남학생을 상대로
내가 버린 남자/나를 버린 남자로 나눠 부르며 시간을 죽였다.
이때 왕창 마신 이차흡연의 영향으로
지금도 감기는 꼭 목이 칼칼해지면서 시작하는데

그래 잘 버렸다/저렇게 뺀질뺀질하게 생긴 놈들은 다 .../잘 생겼는데 아깝다/한번 더 트라이해봐/열번 찍어 안 넘어 가는.....

아마 남학생들도 모여앉아 지나가는 여학생을 성적인 상품 대하듯
외모로 평가한다는 걸 의식한 유치하기 짝이 없는 대항의식의 발로였는지
그들의 행태를 무비판적으로 따라했던 것 같다.
곁들여 의식은 투철하니 선명하니 치열하니 하면서 여자문제에 관한 한
유치찬란한 신파에 이기적이고 치사하고 지저분하다는 소문의
어느 남자선배를 공분하면서 성토하기도 했는데....

요즘도 남학생 거리품평회하는 철부지적 못된 버릇이 남아있어
내 주변에 공치는 아저씨들을 상대로 등급을 매기고,
주기적으로 등급 미세 조정을 하고 있다.

내가 번번이 이기는 남자/내가 자주 이기는 남자/나를 자주 이기는 남자/나를 매번 이기는 남자/내가 형택이 오빠랑 편을 먹어도 이길 것 같아 보이지 않는 남자...

사람 위에 사람 없고 공 위에 공 없다면서
평등을 지향하고 테니스 유토피아를 꿈꾸지만
마음으로는 이렇게 사람을 가르고 나누고 있다니 부끄럽다.
이러다 철 나자 죽을 것 같다.
철이 아예 안 날 수도?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