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코트의 생리가 낯설고 얼핏 이해가 안 될 정도로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을 것이다.
생소한 용어와 복잡한 규칙을 익히고
보는 눈 키우고, 손발 부지런히 움직여 습득해야 할 기술도 만만찮은데
사람사이의 일은 뭐가 그리 복잡하고 헤아리고 눈치 봐야 할 게 많은지?
해서 초심자 시절에는 누구나 이런저런 불만과 의문이 있겠지만
오랜동안 테니스물을 먹다보면 구력이 쌓이고 실력도 늘게되고
그에 따른 클럽 내 입지나 지위상승으로 인해
소위 기득권에 편입되어 과거의 불이익을 상쇄할 특권과 호사를 누리느라
한때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초심을 거반 잊게 되는 것같다.
실력향상이 동류그룹에 비해 원만하지 않아 만년B조에 머무는 사람조차
코트의 풍상을 겪으며 예민했던 마음은 무뎌지거나 속으로 삭힐 줄 알게 되고
한 때는 반발했던 그 코트의 질서에 이제는 별생각없이 그러려니하고 순응하고 안주하게 된다.
그러지도 못했으면 애저녁에 라켓 접고 일찌감치 코트를 떠났을테지만.
실력으로 A/B가 나눠지는 건 어쩔 수 없는 현실이겠지만
코트의 실력자가 임의적으로 두 그룹으로 나눠 절대 섞어 안치는 분위기로 가게되면
감정의 골이 깊어져 언젠가는 곪아터지는 경우도 제법 많다.
나는 테니스에 목숨 건 사람으로 통하는데 그게 욕인지 칭찬인지 모를 때가 많다.
한 때 공을 열심히 쳤던 사람들 중에는
어느날 테니스가 부질없는 시간낭비라는 깨달음에다
인생에서 우선순위에 둬야할 가치가 못된다는 회의가 겹쳐
열정이 사그라들면서 투자하는 시간도 급격히 줄어들게 되어 공치는 일이 갑자기 시들해지고
다른 일이나 취미에 새롭게 빠져들면서 나름의 여유와 풍성함이 생겼다고 한다.
또 어떤 분은 테니스에 몰입이나 집착으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려고
자제력이란 브레이크를 수시로 밟아준다고.
테니스로 해서 얻은 것과 잃는 것의 경중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그게 다 가지않은 길에 대한 욕심이고 미련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이 나의 테니스인생에 있어 어디쯤이고 나는 어느만큼 와있는걸까?
단단히 미쳐야 쬐끔씩이라도 느는 이 운동의 끝은 어딜까?
총회대회에서 내년까지는 A조에서 버텨보고 후년부터는 B조로 내려오시겠다는
고문님말씀이 오래도록 귓가에서 가시지않는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