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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어 짐작하는 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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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를 먹으면서 그러니까 노안이 와서 눈이 침침해지기 훨씬 전부터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사람이름이나 단어가 빨리 안 떠올라
"아 그거말야,  왜 그사람있잖아"하면서 듣는 사람이 못알아먹는 지시대명사를 들먹이며
횡설수설 갑갑한 대화를 하게 됐다.
수면부족이 심한 어떤 날은 폴트나 아웃, 렛 같은 지극히 일상적인 테니스 용어나 스코어조차
술술 나오지 않아서 줄줄이 낳은 자식들 이름 헷갈리는 흥부맨치로다가
이것저것 죄다 입에서 나오는대로 불러제낄 때도 있다.
그럴 때 듣는 이는 그저 의아한 표정을 예의상 지어보이면 되지만
말하는 사람으로선 당장 말문 이어갈 일이 막막한 답답한 심정에다가
우리말로 간단한 의사표현하는 일조차 노화라는 숙적 앞에서
안되는 영어회화 땀비적비적내며 하는 것보다 더 버벅대다니하는  
그야말로 인생무상에다 삶의 회의가 겹쳐 미칠 노릇이 된다.
主로 酒가 십상인 연말 송년 모임이 한창이다.
술을 입에 안대도 이렇게 몸이 힘든데
연일 새벽일찍까지 부어라 마셔라 해대는 사람들은 오죽할까싶다.
그래서 주말 조기반에 푸석한 얼굴로 나와 에러만땅의 공을 쳐대는 B조아저씨들이 대견하기까지하다.
나도 테니스와 전혀 상관없었던 젊은 시절,
노땅들의 추태나 노탐을 혐오하고 젊은 사람들 숨통 틔워주도록 고려장 운운한 적도 있었다.
그러던 내가 곧 그 노땅들의 나이에 근접해가니.
요즘 젊은 후배들한테 다소 섭섭한 마음이 들 때면
새로운 공식을 도입해서 스스로를 달래곤 하는데
그 사람과의 나이차를 내 나이에 더해
내가 얼른 이해 안되는 행동이나 말씀을 하시는 한참 나이든 선배를 떠올려보면서
그렇게 되면 아직 그 세월을 살아보지 못한 사람들한테 이해나 여유를 바라는 일이 무리라는
자연스런 결론에 도달하고 불편하게 굳었던 마음이 좀 누그러든다.
나이 뿐 아니라 실력차에도 이 공식을 대입해보면 어떨까?
나보다 구력이 안되는 하수에 대해서도 실력에 있어 월등한 고수를 대할 때도
내 입장에서만 생각하고 가타부타하는 편협함을 탈출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지는 않을까싶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