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태훈입니다.

오랜만에 라켓을 한자루 샀습니다. 비내리던 지난 토요일, 테니스도 못치고 할일도 없고

사용하던 울트라2 미드의 줄이 끊어지고 와이프의 라켓줄도 갈아줄 때가 되어서 스포텔을

찾았습니다. 막상 갔더니 가방에 들어있을 줄 알았던 울트라가 없더군요 ㅠㅠ. 집에서 라켓을

휘두르다 어디 쳐박아둔걸 잊고 달랑 가방만 들고나온거죠.

할 수 없이 와이프의 라켓줄만 수리를 부탁하고 구경하던 중 엔코드 90중 제 손에

딱 맞는 4 3/8 그립이 딱 한자루 있더라고요. 홧김에 냅다 질렀습니다. 프로스탭 투어 90도 4 3/8

그립이 딱 한자루 있었는데 둘중 망설이다 아무래도 신형을 써보자 싶어서 질렀지요.

스펙은 다들 아시겠지만 헤드 90에 무게는 줄매고 윌슨에서 딸려나오는 길쭉한 엘보링끼우고

오버그립 한장 감으니 348그람 나오더군요. 제가 주로 사용하는 울트라시리즈에 비해 20그람

정도 가벼운데 집에서 들고 휘둘러보니 뭐 울트라보다 훨씬 가뿐하다.. 라는 생각은 안들더군요.

일요일은 전날 과음으로 늦잠을 자고 오후엔 선배 결혼식에 집안행사까지 있어 운동을 못하고

월요일 퇴근하면서 레슨시간을 고대했습죠. 밥먹고 라켓들고 나가려니 비가 쏟아지더군요.

20분간 집안에서 스윙연습만 했습니다. 결국 어제 저녁 쳐봤습니다. 참. 스트링은 아이소스피드

토너먼트라는 걸로 폴리줄이며 거성(스포텔) 자동 48파운드로 맸습니다. 라켓의 느낌은 아무래도

최근 가장 많이 사용한 울트라 2 미드와 비교해야겠네요. 울트라 2는 헤드가 엔코드보다 작고 항

상 부드러운 줄(프로케넥스 수퍼스핀) 48파운드로 맸습니다.

레슨 시작은 발리부터입니다. 처음 맞는 느낌은 딱딱하다.. 였습니다. 줄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되

지만 라켓 무게가 줄어 공의 무게가 울트라에 비해 더 많이 팔로 전달되는 느낌입니다. 하지만

프레임에 공이 맞아도 진동이 없더군요. 전혀 라켓이 떨지 안습니다. 휘는 느낌도 없고요. 반발력

이 제법 좋아서 공이 길게 길게 뻗습니다. 처음엔 울트라처럼 스윙을 가져갔더니 베이스라인을

조금씩 벗어나데요. 볼을 잡아서 보내는 느낌이 아니라 좀 튕겨내는 느낌이다 싶었습니다. 역시

스트링의 영향 + 프레임 자체 반발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울트라가 스윙을 가져가면서 공의 방향

을 조절할 여지가 있는 반면 엔코드는 공이 맞는 순간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에 좀더 면이 정확해

야겠다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가벼워진 무게때문인지 반응속도가 빨라지고 공의 속도도 빨라졌습

니다. 그리고 서비스라인 근처에서 발앞에 빠르게 바운드되는 공도 좀 편하게, 길게 공을 받아

낼 수 있었습니다. 암튼 발리의 경우 어깨의 부담감은 줄었지만 손맛은 편치않고 빠른 맞발리에서

좀더 순발력있게 대응할 수 있게되었습니다.

포핸드의 경우 공에 파워를 싣기가 힘들었습니다. 울트라의 경우 무게가 있다보니 대충 휘둘러도

엄청 공이 묵직하게 날아갔는데 엔코드는 공에 힘이 집중되는 느낌도 떨어지고 역시 공이 맞는

순간 라켓을 떠나는 느낌이 강합니다. 스윙스피드를 더 높여야 확실히 묵직한 공을 날릴 수 있다

는 생각입니다. 스핀의 경우 이건 순전히 스트링의 영향이라고 생각되는데 잘 안걸립니다. 공이

스트링배드에서 미끌어지는 느낌이 들정도입니다. 짧게 떨어지는 공을 쫓아들어가서 감아올릴

경우 네트에 걸리는 볼이 많습니다. 제 실력이 모자란 면도 있지만 발리에서처럼 라켓에 닿으면

튀어나가는 느낌이라 볼을 섬세하게 감아줘야 넘어갑니다. 울트라의 경우 볼을 움켜쥐었다가

네트 바로 위로 던진다는 느낌일 정도로 쉽게 감아올렸었는데.. 라켓무게 감소로 인한 스윙스

피드 향상의 효과는.. 글쎄요.. 저는 라켓 무게를 이용해서 가속시키는 타입이라 무거운 라켓이

오히려 스피드가 더 나는 것 같네요. 컨트롤의 경우도 발리와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레슨받을

때 발리로 대주는 코치의 좌우를 코치의 라켓이 닿는 범위 내로 계속 찔러서 코치가 실수로 짧

은 공을 내주면 쫓아들어가서 발리로 이어가는 레슨을 하는데 자꾸 완전히 빠지는 볼이 나오네요.

섬세한 좌우 컨트롤이 좀 부족하고 거리조절은 괜찮습니다. 스핀이 잘 안걸리길래 좀 무리한 스

윙을 할 경우 볼이 좀 뜨는 경우만 빼고요.

백핸드의 경우도 포핸드와 비슷하네요. 면 안정성은 좋고 무게가 가벼워 스윙이 자연스러운데 역

시 공이 빨리 라켓을 떠나 스핀에 애를 먹습니다. 반면 슬라이스는 쭉 깔려서 빠르게 들어가긴

하는데 역시 맞는 순간 방향이 결정이 되버려 컨트롤에 애를 먹었지요.

스트로크의 경우는 확실히 스윙스피드를 훨씬 높여야 좀 묵직한 볼이 나오고 스핀도 더 걸리는

것 같습니다. 파워는 스윙스피드가 아주 빠르다해도 프로스탭 6.0 95 보다 약간 나은 수준일까요.

다만 툭 대서 넘기는 볼은 꽤 잘넘어가네요. 네트를 간신히 넘어가는 의도치 않은 드롭샷이 많이

나왔습니다.

서브의 경우 역시 스핀이 안걸리는 느낌이고 파워도 부족한 느낌입니다. 스윙은 더 편하고 공도

빠르게 날아가는 것 같은데 묵직해보이지 않네요.

이 라켓을 사면서 인터넷에서 주워들은 얘기로는 팅팅거린다고 해서 걱정을 했는데 그런 느낌은

없더군요. 파워가 좀 떨어지리라는 것은 각오한 바였고 발리할때 조작성이 나아지길 기대했는데

그 부분은 충분히 충족시켜주어 만족스럽습니다. 아직 방향조절이 좀 어렵고 볼이 의도치않게 강

하게 나가는 경우가 있지만 웬만한 패싱샷을 다 커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이 듭니다. 반

발력때문에 로우발리, 하프발리가 다 편하고요. 스트로크도 의외로 손목만 이용해서 넘기는볼도

잘되서 수비가 좀 편하고 암튼 울트라 미드보다 좀 손맛은 안좋지만 더 쓰기 쉬운 라켓이라는 느

낌입니다.

전체적으로 복식경기에는 참 쓸만한 라켓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단식에선 파워가 좀 아쉬울 것 같

기도 하고요. 일단 이점은 스트링을 바꿔봐야 좀 더 정확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