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하는 것만으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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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정동화

구름 언저리에 걸쳐있는 햇살이
정다운 캠퍼스를 거닐게 한다.
황매산이 부끄러울 정도로
공대 1호관과 2호관을 연결하는
언덕 아래로 철쭉꽃이 수줍은 듯
빨갛게 홍조를 띈다.

침묵이 지나간 골 가에는 소나무가
우뚝 서 있고
벤치에는 종강을 마친 학생들이
즐거운 얼굴들로 따사한 햇빛을
두 눈에 가득 담고 밝은 표정을 한다.

오랜만에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햇살을 풀잎 속에 담으며
네 잎 크로버의 진실한 사랑의 의미를
행운 속으로 비추어 본다.

너무 빨리 느껴버린 나의 겨울 속에서
많은 길을 즐거움으로 받아 들였다.
오고 가는 사람들마다 찾고 있는
겨울 끝에 피어나는 따뜻한 시간 속에서
나는 하얀 흰 눈을 그리워한다.

이젠 식어버린 커피를 부어버리 듯
미처 마시지 못한 시간이 쏜살같이 지나간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따뜻한
하얀 흰 눈을 두 손에 움켜지고 황홀해지는데
하얀 시간이 하염없이 녹아내린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손바닥을 펴고 바라보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흰 눈의 따스한 햇살만 전해온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