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니스 동화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동화 속에서는 이런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누군가 내 앞에 홀연히 나타나 소원이 뭐냐고 묻고는 딱 한 가지 소원을 들어주겠다고 제안해오는 장면말이다.


물고기 형상으로 인간세상에 나갔다가 어부의 그물에 잡힌 용왕의 아들 얘기는 여러차례 소원을 들어주는 너그러움을 보임으로서 전통적인 한가지소원성취형 플롯에서 많이 이탈해있는 듯하지만 결국 탐욕스러우면서도 어리석었던 어부의 아내가 일생일대의 기회를 잘 활용하지 못하고 애초의 빈곤과 궁핍한 생활로 되돌아온다는 비슷비슷한 교훈을 준다는데서 다른 동화들과 대동소이하다.


테니스계에서도 동화 속 신델렐라처럼 환골탈태, 실력상승의 급물살을 타는 일이 종종 있어보인다.


프로입문 일이년 만인 십대 후반, 이십대 초반에 세계랭킹 몇 위 안으로 확 진입해버린 페더러, 나달, 죠코비치.....이들을 보면 마치 소원을 들어주겠다는 제안에 영혼마져 팔아버린 파우스트 상황이 의심될 정도다.


챌린저 대회 내내 성숙(늙어보인다고 해야하나?)해보이는 선수들이 여지껏 100위 200위 한참 밖에 머물면서 이루지 못할 꿈때문에 고단한 삶을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니 웬지 마음이 싸하고 안돼보였다.

난 이런 동화 속 돌발제안상황에 대비해서 주저도 망설임도 번복도 없이 딱 한가지 소원을 외쳐댈 준비를 아주 철저히 해왔다.


"노래 잘하는 것"


책 읽고 영화 좋아하면서 혼자 잘 놀고 노래방 가자면 딱 질색하는 걸 잘 아는 지인에겐 내 이 소원이 다소 뜻밖으로 들릴테지만 어릴 적부터 자기 목소리에 취할 정도로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를 수만 있다면 무인도에 아무 물건없이 홀로 던져지더라도 행복하게 죽어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다.


그런데 요즘 이런 상황이 들이닥친다면 다른 소원을 빌 것같다.


백보드와 볼 머신기에 라이트시설까지 갖춘 코트가 있어도 무인도엔 절대 가지 않을 것이고
그렇다면 나의 소원은?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TA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