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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코트의 아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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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분이 친구분을 떠나보내고 코트마저 떠나셨다고 하는데
그 심정을 저도 조금은 이해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저도 문병 한번 못가보고
(퇴원하고 집에 있을 때도 면역력이 떨어져서 방문사절이라는 가족들 말에)
잠깐 사이에 테니스친구 하나를 떠나 보냈고, 몇몇은 지금도 투병 중에 있습니다.

운동하는 사람이 건강을 더 챙긴다고 할 때 제가 아는 사람이 거의 공친구인데
주변에 암이 너무 많은 게 아이러니처럼 느껴집니다.
테니스가 경쟁스포츠라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러나?
자외선에 장시간 노출되어서?
황사에도 아랑곳 하지않고 공을 쳐서
중금속 가득한 미세분진을 가쁜 호흡으로 마음껏 들이 마셔서?
코트에서 많이 먹는 간식이 또는 주식이 주범인가?
바나나, 초코렛, 과자, 귤, 이온음료, 김밥, 짜장면, 수제비, 칼국수, 피자, 족발....
쌈박질도 많이하고 술판(소주에 패트병카스에 복분자 따로, 섞어 마시고)도 잦고,
담배 많이 피우는 남자회원들로 인한 간접흡연이 부른 살인적 결과인가?
아줌마들은 아줌마들대로 아저씨들은 아저씨들대로
가정과 직장, 취미생활을 무리없이 이끌어나가느라 마음고생이 따따블로 자심해서?

테니스치다가 갑자기 어지럽다고 쓰러져 영면하신 분 얘기도 종종 듣게되지요.
마라톤 동호회에선 아마 흔한 일일 겁니다.
학교 때 산악회를 했기 때문에
어린 나이부터 산악영결식에 가서 오열하는 가족들과 함께 애통해했었지요.

최근 유방암 수술을 받은 어떤 분은
저나 다른 사람이 보기에 테니스하기에 너무 착한 마음씨를 가진 거 아니냐 싶을 정도로
여리고 마음결이 고운 분입니다.
평소에 남편이 공치는 것을 그닥 달가와하지 않아서
가족들을 최우선으로 하면서도 어떻게든 좋아하는 테니스를 병행해보려고 늘 조심스러워했었지요.
담당의사가 절제한 환부가 오른쪽인데 테니스처럼 오른쪽을 과도하게 쓰는 운동을 계속하면
암세포가 활성화되서 재발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아예 라켓 놓으라고 테니스사형을 선고했답니다.
회복되면 다시 코트로 나갈 수 있다는 희망이 무너져서
이젠 우울증으로 죽을 것같다고 남편한테 하소연을 했더니
이제사 부인의 소중함을 깨달은 남편이 왼손으로 바꿔서 레슨받으면서라도
좋아하는 테니스를 계속하라고 했다고 하데요.

제가 몇년째 고혈압 약을 먹고 있는데 겨울에도 운동을 계속합니다만,
몹시 추운날에는 아침에 나올 때 설거지도 해놓고 집도 대충 치워놓고
죽을 각오로 코트에 나오는 적도 있습니다.
몽고사람처럼 보인다고 다들 말리는 벙거지를 눌러쓰고 내복 겹겹이 입는 중무장을 하고요.
집 나올 때 각오는 그렇게 비장한데 막상 코트에선 죽을 각오로 열심히 뛰지는 않게 되니 이상하지요!

라인 시비 때문에 싸우게 될 때 삶과 죽음, 투병 같은 문제에 비하면 얼마나 부질없고 사소한 일인가를
떠올려보면 지금보다 훨씬 코트가 조용해지고 한결 마음과 표정이 밝아질 겁니다.

우리 모두 건강하게 오랫동안 즐테하도록 노력합시다.
아프면 장마비 올 때까지 미루지 마시고 서둘러 병원가세요.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