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알게된 테코 테니스에세이 란에 올린 글인데 별반 대꾸가 없어서 여기에 재탕함을 용서하세요.


테니스장에서 공 때문에 만나게 된 사람들은 옛날 산에서 만났던 사람들처럼 빠르고 쉽게 친해지기는 하지만 그다지 깊은 만남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듯 하다.
이는 내가 나이를 먹은 탓이기도 하고 산행이 처음부터 끝까지 협업인데 반해 테니스는 철저한 경쟁스포츠이고, 비록 협업관계인 복식 파트너라도 암벽을 오를 때 내 생명을 그의 손에 맡겨야하는 자일파트너하고는 쨉이 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장점이라고는 포핸드하고 스매시 밖에 안보이고 단점은 테니스 기술적인 것 외에 잔소리에 시건방짐에 이기적이고 인색하고 야박하고 야비하기까지한. 이런 인간적 모자람이 줄줄이 차고 넘치는 사람이 어느 코트에나 적어도 몇명씩은 있기 마련.

몇몇 테니스사이트를 들락거려보면서 배우는 것도 많았고 공감했던 일도 많았지만 그 때마다 하늘아래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는 솔로몬의 탄식이 씁쓸한 느낌으로 와닿았다.
눈꼴 사나운 관행에 대한 내 푸념은 몇년전 아니 몇십년전 공을 쳤던 누구의 입에서 이미 나왔었지만 별반 달라진 것이 없고, 몇해 전에 테니스로 해서 상처를 받았던 사람은 테니스를 접었거나 고수가 되어 다른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높은 지위(?)에 올라있을테고, 그도저도 아닌데 아직도 테니스를 치고 있다면 그 사람 인내심이 대단하거나 성격적으로 피학대증이거나......내가 너무 냉소적일까?

나는 테니스가 냉담을 하게 한 많은 이유 중 하나인 EX-가톨릭이지만 아직도 종교를 가진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나을 거라고 믿고 있다. 인간이기에 잘못은 똑같이 저지르겠지만 법회든 참선이든 기도든 미사든 고해성사 등등의 소위 피드백 과정을 통해서 죄를 깨닫고 뉘우치고 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으려는 인간적인 노력을 쬐끔은 더하지 않을까 싶어서이다. 테니스 사이트에서 마주친 어떤 글귀는 조금 전 내가 파트너에게 충고랍시고 던진 말의 위선과 독선을 일깨워주었고 내가 죽도록 미워하는 행동을 서슴치않는 인간에게 연민의 정을 느끼는 여유를 갖게 해주었으니 교회가 별 것이며 부처님이 먼데 계시랴!

테니스장의 꼴불견들은 반드시 사이버 상의 건전한 테니스 동호회에 가입토록해서 다른 사람들의 입장에 서보게 하고 그날그날의 자신들을 돌아보는 글을 올리도록하게하면 테니스문화가 획기적으로 달라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하지만 글쓰기는 자발적이어야 하고 솔직해야 울림이 있는데 이들이 형식적인 반성문이나 시말서 쓰는 마음자세로 글을 올려 게시판을 어지럽혀서 착한 동호인들이 설자리가 없어져 버리면 이를 어쩐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