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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는 늘 아팠던 병약한 유년을 보내서인지
나이 먹으면서 가깝던 주변 분들이 병마나 사고로 또는 과로사로 불의의 죽음을 맞는 걸 자주 보고 들어서인지
내가 생각해도 내겐 병적인 건강염려증이 있었던 것같다.
이런 마음가짐이 인생의 구비구비에 만나게 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최선을 다하지않게하고
적당히 게으름을 부리게하는 삶의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건 아닌가싶어 내심 불만스러웠었다.
남들처럼 과로로 코피를 쏟아본 적도 없었고
밤을 새가면서 악착을 부리지도 않았고
눈물을 쏟고 이를 악물며 독기를 품어본 적도
가슴이 터져 버릴 듯 팔다리가 떨어져 나갈 듯 달려본 적도
미쳐버리게 파고 들었던 주제도
순교도 불사하는 신앙도
죽자살자 매달려본 사람도 없이
마흔을 넘기고 쉰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르렀다.
그런데 운동중독증이란 새로운 증세가 생겨나면서 이 브레이크는 삐걱거리기 시작했고
얼마전부터는 헛발돌며 먹통이 되어버린 것 같다.
어쩌면 여지껏 가져보지도 품어보지도 못한 때늦은 정열이나 열정이란 생각으로
브레이크 고장을 불꽃놀이 올려다보듯 기뻐했는 지도 모른다.
손가락 하나 까딱하기 힘들 정도로 피곤해지고
머리속이 아무 생각도 떠오르지 않는 멍한 상태가 되어야
비로소 적정의 운동량이 채워진 것 같아 가방에 라켓을 집어넣는다.
처음 십 몇 분의 욱식욱신 쑤시고 뜨끔뜨끔 결리고 시큰거리기도하는 아픔이
뛸 수도 휘두를 수도 있게 되는 그런대로 참을만하게 순해지는 순간으로 이어지고
비록 아파서 잠을 못 이룰지언정 피로와 땀으로 홍건히 젖은 몸이 가벼운 마음이 되어 코트를 나서게 된다.
익스트림스포츠에 탐닉하다 죽었다는 젊은 사람들 얘기는 허망하지만
테니스란 스포츠에 대한 쏠림과 지나침으로 근육이 찢기고 인대가 늘어나고 뼈에 금이 가는 중년들의 어리석은 이야기는 너무 친숙해서 서글프다.
자기 몸에 귀를 기우려서 조금 먼저 쉬어주고 풀어주고 어루만질 줄 아는 지혜는 언제 오는 걸까?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