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생인 박재석씨. 올해 50세다. ITFR국제남자안성퓨처스 예선 1회전에 출전했다.


연초에 ITF에 연회비내고 회원가입신청하고 국내에서 열리는 퓨처스대회에 출전신청을 했다.


도통 메일로 출전하라는 연락이 오지 않아 협회에 전화하고 안내를 받았다. 안성의 경우 대회장에 가서 현장 사인도 하고 기다렸다. 예선 대기번호에 있었는데 운좋게 출전하게 됐다.

경기는 건국대출신 정현일에게 0-6 0-6으로 패하고 나왔다.


박재석씨는 다음과 같이 경기 소감을 보내왔다. 

"아직 준비는 많이 못했지만 앞으로 제가 가야할 길에 처음으로 경험을 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기술 연마도 많이 해야되지만 게임 연습도 많이 해야되고  선수들이  많이 경직되서 에러를 많이하는걸 보면서 더 이완해서 컨트롤 해야겠습니다. 올 가을에는 제대로 훈련을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외국에 등록한거는 메일이 와야 가는게 맞지요!! 국내는 경비가 안들어서 현장등록하지만요~~"


박재석씨가 국제대회 출전하겠다고 '덤빈' 것은 2년전이다.  해도 안되니 포기하라 이야기했는데 막무가내다. 인생 50밖에 안됐는데 하고 싶은 것 하겠다는 것이다. 웰빙푸드 레스토랑도 하고 방송 카메라 촬영 일도 하는 등 경제적으로 별로 어렵지 않아 보이는데 꼭 테니스 국제대회 출전하겠다는 것이다. 


그러기를 1년을 '졸라'댔다. 어떨 때는 바쁘다고 전화도 안받고 리턴콜도 안했다. 나이 50에 뭘 하냐고 하면서.


근데 해냈다.  몇군데 국내대회 신청하다 연락이 안오니 직접 협회에 전화걸고 대회본부 담당자 찾아가 현장 사인하는 것 까지 알아냈다.  더 말릴 수 없었다.  남자 퓨처스대회는 올해 안성대회가 마지막이므로 베트남과 태국 그리고 파키스탄 대회에 출전신청을 했다. 연락이 올 지는 미지수다. 일단 예선전날 현장 사인하러 가겠다는 것이다.


외국에는 종종 프로들의 공을 받아보고자 ITF 핀 넘버 생성하고 연회비내 대회 출전하는 늙수레한 선수들이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는 박대석씨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

테니스가 그리 좋은가.


페더러, 나달, 세레나, 샤라포바,비너스. 어쩌면 그들은 더 이상 테니스를 안해도 레전드로 남고 평생 쓸 돈 벌어 놓은 선수다. 그럼에도 한다. 왜 그럴까. 테니스를 마치 구도자의 길 처럼 걷고 있는 수도승 같다.


나달과 US오픈 1회전을 하다 기권한 다비드 페러를 보면서 정말 더 테니스를 하고 싶은데 몸이 도저히 못 따라 준다며 기권하고 은퇴 수순에 들어갔다. 가슴 두꺼운 페러는 정말이지 매 경기 부지런히 뛰고 혀 내밀려 강한 스트로크로 플레이하는 선수다., 1000시리즈나 그랜드슬램 보다는 250시리즈 투어 우승을 많이 해서 한때 톱5안에 든 적도 있다. 나달이 천재라면 페러는 노력형.


안동시청 권오희 선수도 나이 마흔 넘어 테니스를 하는 이유가 뭔가 테니스에서 인생을 발견하고 자신을 승화시키는 차원이기에 왕성하게 대회 출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쯤이면 승패보다는 날라오픈 볼을 내 자신이 최고의 역량을 모아 어떻게 처리하게 되는 지 자신이 확인하고 싶은 것이리라. 실패하면 나름 반성하고 성공하면 희열을 느끼는 그 차원이다.


보통 테니스 성공해 스타가 되고 돈방석에 오르는 것을 목표로 삼지만 그럴 경우 대개가 실패한다고 보면 된다.  100위안에 들기까지 돈도 많이 들고 숱한 난관에 부딪힌다. 테니스로 절대 성공할 생각하면 오산이다. 너무 힘들다. 


그저 볼이 오면 다가가 치고 센볼이 오면 물러나 치면 되는 것이 테니스다. 이번 팔렘방 아시안게임 테니스를 취재하면서 중국 18살 우이빙과 31살 데니스 이스토민의 결승 플레이를 보면서 모든 볼을 앞에서 치고 볼에 다가가는 우이빙에게 이스토민이 밀렸다. 우이빙은 계속 공에 다가가 쳤다.   이스토민은 젊은 사자가 힘 빠질때까지 기다렸다. 첫세트 6대2로 우이빙이 이겼다.


2세트초반까지 우이빙의 기세로는 금메달이었다. 하지만 힘이 서서히 빠지면서 이스토민이 볼의 주도권을 잡고 돌렸다. 우이빙은 경기장 배수구에 여러번 빠지고 굴렀다.  우이빙의 샷도 좋지만 이스토민이 상대 힘빠질때까지 기다리다 힘빠지니 요리하는 모습이 일품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박재석씨의 도전은 무모하다. 출전하다보면 1게임 따고, 출전을 거듭하면 한세트도 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1년안에 올 지 2년안에 올 지 모른다. 어쩌면 06 06의 행진이 계속될 수도 있다. 하지만 코트에 서는 것이 좋고 경기전 긴장감을 즐기고 대회 전날까지 출전여부가 불투명한 것을 즐기는데 1년 6만원의 연회비와 참가비가 무슨 대수일까.  


세상에는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돈은 돌고 자신의 수중에서 사라지는 수도 있지만 하고 싶은 일은 늘 있기 마련이다.

 

  

안성퓨처스 예선 대진 

 

이번에 박재석씨의 국제테니스연맹 선수 등록을 하면서 참 간단하는 것을 알았다. 인종, 나이, 직업과 상관없이 테니스를 하고 싶으면 신청서 작성하고 연회비만 납부하면 된다.  


기사=테니스피플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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