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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Sep 17, 2017

[코리아오픈] 존재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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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선수들 수준과 큰 차이가 나는 코리아오픈이 왜 필요하지"


"총상금 25만달러 코리아오픈 할 돈이면 우리 선수들이 우승할 수 있는 2만 5천달러 챌린저 대회 10개를 여는게 맞지 않나"


"우리 선수들은 왜 예선 출전권도 못따고 와일드카드나 받아야 출전이 가능하지?"


"예선 1회전에서 왜 90%가 떨어지지?"


"이런 대회가 왜 우리나라에 필요하지?"


"외국 선수들은 워밍업부터 다르네"


16일 코리아오픈 예선 1회전이 열린 날. 관중석 여기저기서 많은 이야기들이 터져 나왔다. 토요일 올림픽공원을 찾은 이들은 그야말로 한국테니스 마니아들이다. 조용히 그늘을 찾아 앉아 선수들 경기를 관전했다.

 

# 장면 1

경기를 마치고 나온 한 우리나라 실업선수는 "상대 볼이 너무 세고 빨라 스코어도 까먹은 채 허둥대다 게임이 끝났다"며 아쉬워했다. 


상대의 체격 조건이 자신보다 낫지 않은데 어디서 스트로크의 힘이 나오는 지 빨래줄 같은 공줄기에 여러차례 당했다. 그러면서 그 선수는 "빠르고 강한 볼을 받아서 연습할 상대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자신은 투어 선수가 되고 싶은데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내비쳤다.


그 선수는 랠리가 길어져 힘들었다고 한다. 랠리를 끊을 기술이 없었다. 끊으려고 들어가려다 실수를 했다.

 

# 장면 2

예선 1회전 도중 한 외국 코치가 선수를 지도하러 철망을 넘어 경기장으로 들어오려하자 대만의 체어 엄파이어가 "노 " "노" "노" 하며 제지했다. 철망이 낮지만 넘어오지 말고 정식 출입구로 돌아 들어오라는 것이다. 


코치는 부리나케 돌아서 출입구를 통해 경기장에 있는 자신의 지도 선수 의자 곁으로 쏜살같이 다가왔다. 그러면서 주어진 짧은 시간에 속사포처럼 말을 꺼내 선수에게 전달했다. 그 선수는 게임을 지고 있지 않고 리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코치는 뭐가 마음에 안들었는지 선수에게 지도가 들어갔다.


코리아오픈 예선에 출전한 외국 선수들은 경기중 실수를 하면 코치를 보고 큰 소리를 질러댄다. 마치 '당신이 가르쳐준대로 했는데 안된다. 어떻게 된거냐. 당신 코치 맞아?'하는 투다. 반면 우리선수들은 스스로 자책하며 안타까워할 뿐이다. 우리선수들은 실수하면 코치 눈치를 보고 외국 선수들은 코치에게 항의를 한다.


우리 코치들은 코트에 들어가 선수를 지도하는 경우가 거의 목격되지 않았다. 크게 지고 있어도, 박빙의 승부를 펼칠때도 우리나라 선수들은 혼자 그 경기를 감내해야 했다.


왜 코치는 안들어갈까. 왜 코치를 안 부를까. 코치가 들어가면 달라지나, 코치가 지도를 해도 달라질 것이 없나. 그러나 외국 선수들과 코치들은 우리나라 선수와 코치들에겐 테니스 교과서나 다름없었다. 


그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우리들에겐 보약이다. 그렇다고 이들이 투어 100위안에 들고 그랜드슬램 8강 ,4강 가는 선수들이 아니다. 그럼에도 기본이 되어 있다. 우리는 그 기본을 눈에 넣어 배워야 그들을 따라갈 수 있다.


흔히 우리나라 여자선수들은 라켓만 들고 있어도 대학과 실업을 갈 수 있다고 할 정도로 여자 선수들이 희귀하고 선수생활할 여건이 좋다고한다. 오죽했으면 중국 여자 선수들 하나가 우리나라 실업팀에 들어가고 싶다고 할까.


연봉과 계약금, 이적료, 스트링, 라켓, 머리부터 발끝까지 용품 지급 게다가 아파트와 아침,점심, 저녁 식사까지 다 소속 실업팀에서 제공한다. 투어 30위권에 있어 연간 3억원 상금을 버는 크리스티나 플리스코바는 이번 대회 어떻게 해서든 우승하려고 목요일부터 와서 연습을 하고 혹시 자기와 붙을 수도 있는 예선 선수들 경기를 지켜 보느라 잠시도 코트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플리스코바는 우리나라 김천 JSM아카데미에 한때 있었던 마틴 코치의 지도를 수년간 받고 있다. 지난해 100위권 랭킹으로 왔는데 올해는 30위권으로 왔다. 2시간 늦게 태어난 동생 플리스코바는 세계 1위를 잠시 머물다 톱 10을 유지하고 있다.


창원챌린저때 비오는 추녀 밑에서 쪼그리고 앉아 벌벌떨던 플리스코바 모녀가 숱한 어려움을 이기고 이제는 톱10, 톱 30위권에서 노는 버젓한 투어 선수가 되어 있다. 그렇다고 언니플리스코바의 삶이 넉넉한 것은 아닌 것 같다. 1년내내 코치 동행해 다니면 자신의 수중에 떨어지는 것은 별로 없어 보인다.


우리나라 실업선수들이 통장에 수억원 저축해 놓은 것과는 천양지차다. 플리스코바는 미모와 실력을 갖췄어도 삼성이나 현대 등 굴지의 기업이 없는 나라라 후원도 변변찮은 동유럽의 여러 선수중 하나다.


몇년전 코리아오픈 우승한 러시아 선수는 라켓 몇자루 밖에 후원을 받지 못하고 러시아에는 투어 우승한 자신과도 같은 여자선수가 줄을 서 있을 정도로 널렸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선수들은 테니스 여건이 좋다. 투어 100위안에 들면 후원한다는 기업들이 다수 생길 수 있다. 세계여자골프에 우리나라 여자 선수가 점령하는 것에 비견되는 것이 여자 투어 100위안에 선수 1명이 들어가면 여자골프 후원사들이 테니스에 관심을 가질 수 있다.


투어 100위안에 들려면 첫째 꿈과 목표가 있어야 하고 둘째 연습방법과 연습상대가 달라져야 한다. 셋째 지도자들의 자세가 달라져야 한다.


 

▲ 쇼핑백대신투어백을 들고다니고 다음에는 WTA 가입비 비싸도 내고 출전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그런 것을 보고 느끼기 위해 16일부터 올림픽코트에서 열리는 KEB하나은행인천공항코리아오픈테니스대회를 봐야 한다. 


이번에는 골프에 큰 후원을 하는 하나은행이 테니스에 관심을 가졌고 배드민턴 등 스포츠 후원을 많이 하는 인천공항이 테니스에 러브콜을 보냈다. 잘만하면 후원사들은 늘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전국의 테니스를 하는 선수, 부모, 지도자, 가족과 친지 등은 꼭 봐야하는 것이 코리아오픈테니스대회다. 대회가 14년째 이땅에 버틴 존재의 이유다.


 

▲ 10명중 유일하게 예선 결승에 오른 김나리. 영월서키트 2주간 뛰고 코리아오픈에 운좋게 와일드카드를 받아 출전했다. 난생처음 코리아오픈출전했다고 한다. 골반을 쓰며 스트로크를 하는 우리나라 몇 안되는 선수중 하나다. 예선 결승에서 평소 이겼던 상대를 제치고 코리아오픈 사상 첫 한국선수 예선통과의 주인공이 될 지 기대된다

 

 

▲ 쇼핑백대신투어백을 들고다니고 다음에는 WTA 가입비 비싸도 내고 출전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 선생에게 혼난 학생처럼 고개숙인 모습이 인상깊다. 이기고 있어도 이들은 안심을 하지 않는다. 본선 못오르고 예선에서 지면 항공료와 숙박비 등 본전도 못 건지는 적자인생이 되기 때문이다

 

 

▲ 토요일 예선 1회전을 관전하는 팬들

 

  
 

 

 

▲ 크리스티나 플리스코바.세계 1위한 동생보다 1분 먼저 태어난 체크의 테니스 선수다

 

 

▲ 진지한 코치와 선수. 이 코치는 철망 담장 뛰어넘다 대만 체어엄파이어에게 제지를 당해 출입구로 돌아 들어왔다

 

 ▲ 인천시청 김다빈(왼쪽)과 그가 상대하는 일본 선수. 체격과 전사적 이미지는 김다빈이 낫다. 하지만 졌다. 김다빈이 지닌 장점만 잘 살려도 투어 100위안에 드는 선수다 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기사=테니스피플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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