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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더러와 US오픈 1회전을 멋지게 치른 프란시스 티아포. USTA/Billie Weiss


티아포가 본 페더러


그랜드 램 타이틀 19개 보유자인 로저 페더러가 미국의 19세 테니스 루키 프란시스 티아포 (70위)를 상대로 5세트 접전 끝에 4-6, 6-2, 6-1, 1-6, 6-4 로 힘겨운 1회전 승리를 가져갔다.


통계 수치만 보더라도 페더러의 우승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US오픈 챔피언 5회, 79경기 우승, 1회전 탈락 전무 기록에 비해, 티아포의 US오픈 성적은 예선 탈락, 1회전 탈락 2회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전설이 되어버린 자 대 주목받기 시작한 유망주 사이의 경기는, 상승세인 티아포가 활약할 경우 까다로울 수는 있을 것이란 예상을 뛰어넘어 마치 결승을 방불케 했다.


비록 경기에 패했지만 프란시스 티아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의 테니스를 향한 야망과 우상 페더러에 대한 경외심을 읽을 수 있다.



- 두 세트를 내리 내주고 4번째 세트를 시작할 때 힘들지 않았나?

= 힘들었다. 두 세트가 순식간에 지나가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4세트에 들어서면서 차라리 즐기자 생각했다.


- 지난 두 달 동안 국제적으로 이름을 알릴 기회가 있었다. 4개월 전 플로리다 사라소타에서는 코트의 소음에 반응하며 유머감각을 보여줬다.  페더러와의 오늘 경기는 최고의 테니스 게임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 경기에 대한 소감을 말해달라.

= 전혀 긴장감 없이 코트에 들어섰다. US오픈은 꼬꼬마시절부터 봐오던 대회다. 언젠가 센터코트에 서보는게 꿈이었고, 세계 최고의 테니스를 하고싶다고 말해왔다. 마침내 꿈이 이루어지는 날이 왔고, 준비는 되어있었다. 눈 앞에서 벌어지는 현실에 정말 흥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모든 것을 끌어내 최고의 경기를 펼쳐보자는 생각 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을 뿐이다.


- 아빠와 말할 기회가 있었나?

= 꼭 끌어안아 주셨는데, 길게 말 할 기회는 없었다. 아주 오랫동안 오늘밤에 대해 얘기하게 될 것이다.


- 물론 이기지는 못했지만, 훗날 돌아보면 선수 생활에 한 획을 긋는 랜드마크가 될만한 경기라고 생각하는지?

= 한동안 계속 생각하게 될 사건이다. 더 열심히 연습하고 나아지도록 노력하는 분명한 동기가 될 것이다. 이런 매치에서 승리도 해보고 싶다. 한동안은 세계 누구와 붙어도 자신있게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이제는 어떻게 경기 끝맺음을 하는가의 문제에 신경을 쓸 것이다. 훌륭한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하면서 승리 경험을 쌓기도 했다. 결국에는 패하는 경기보다 이기는 경기 수가 많아지게 되리라 생각한다.


- 관중들에게 에너지를 받는지?

= 관중들이 뒤에서 많은 힘이 됐다. 특히 4세트에서처럼 내 플레이가 잘 풀릴 때 관중들을 끌어들이면 나도 더 흥분이 된다. 관중들도 좋아하는 것 같았다.


- 로저 페더러의 강점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너무 많다. 우선 그의 서브는 읽어내기 힘들다. 리턴 점프샷이 그 누구보다 훌륭하다. 베이스라인을 포기하지도 않고 움직임도 최고다. 게임을 보는 눈은 그 누구와도 다르다.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


- 혹시 페더러가 경기 중에 전술이나 경기법을 변경하는 것을 느꼈나?

= 그렇다. 내 플레이가 잘 될 때, 나는 랠리를 주도하고 공도 강하게 치면서 압박했다. 그런데 페더러는 별로 하는 것 없이 내가 하는 대로 놔두는 거였다. 그러다가 내가 조금 뒷걸음질 칠 때면 여지없이 기회를 잡아 가져갔다. 그는 순간에 발휘되는 미세한 차이로 승리를 가져가는 듯 했다.


- 상위 선수들은 모든 경기에서 고른 실력을 보여준다. 경기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이런 점들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 그래서 그들이 지금 자리에 오르고 성취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나도 그런 경지에 오르려고 노력한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샷도 칠 수 있는 다양한 무기를 가진, 그래서 이기기 어려운 선수가 되는 것이다.


- 오늘 경기 내용에 대한 자부심과 결과에 대한 실망 중 어떤 것이 더 오래 갈 것 같은가?

= 아마도 자부심일 것이다. 페더러를 상대로 야간 경기에 애시스타디움에서 5세트에 6-4 까지 갔다. 물론 실망이 컸고 만족하지는 않지만, 좋은 경기를 보여주었다.


- 경기가 끝나고 페더러가 가슴을 토닥이며 뭐라고 말하던가?

= 지금까지 너무 잘 해왔다고, 나에게 엄청난 미래가 있을테니 계속 열심히 하라고 말해줬다.


- 대진표에 로저 페더러 이름을 보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이 무언가? 경기를 위해 어떤 준비를 했는가?

= 나의 팀원들이 모두 먼저 알았지만 나에게 말해주지 않았다. 연습 코트에서 만난 동료 선수들이 농담을 해도 무슨 말인지 몰랐다. 대진표를 눈으로 확인하고나서는, ‘스릴러를 한번 만들어보자’ 싶었다. 이미 한 번 붙어본 경험도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 간에 이기기 위해 최선을 쏟아부어야 한다고, 결국은 테니스 매치일 뿐이라고 생각하자, 어느 순간부터 로저 페더러라는 이름을 잊어버리게 되었다.


- 이런 순간이 오리라고 상상한 적이 있는지?

= 내가 테니스 경기를 하는 유일한 이유다. 하루도 빠짐 없이 이곳에서 경기하는 것을 생각했고, 아빠에게 내 꿈을 말하곤 했다. 마침내 그 기회가 온 것이어서 나에게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형, 엄마, 아빠에게 이런 내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 오늘의 경험을 발판으로 코트에서 훈련에 더 박차를 가할 준비가 되었나?

= 그렇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 졌다는 사실만으로 훈련하는 동기가 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세계 1위가 되고싶다. 그랜드슬램 우승을 따고싶다. 게임의 황제가 되고싶다. 그 목표를 이룰 때까지 열심히 연습하고 훈련하는 것이다.


- 로저 페더러로부터 장래가 밝다는 격려의 말을 들었을 때, 어떤 느낌이었나?

= 물론 경기에 패한 직후였기 때문에 그의 말이 바로 귀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마음을 진정하고 나서 생각해보니, 내가 대 페더러에게 그런 찬사를 들었다는 게 믿기지 않았다. 당대 최고의 선수이고 투어에서 만날 때마다 매우 친절하게 대해준다.

페더러는 항상 옳다. 옳은 말만 하고 옳은 행동만 한다. 테니스라는 스포츠를 대표하고 알리는 대사 같다고 생각한다. 그의 말이 나에게 얼마나 자신감을 심어주었는지 모르겠다.


기사=테니스피플 이은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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