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승자도, 고수도 없다.

테니스계는 영원한 승자도, 패자도 없고 영원한 고수도, 하수도
없는 모양이다.
항상 랭킹 1위를 유지하던 선수들도 어느 세월에는 랭킹이
하락하기 시작한다.
그러다가 차츰 그 이름은 우리의 기억에서 사라져 간다.
이것이 냉엄한 현실이다.

윔블던 사상 최대의 이변이 일어났다.
세계랭킹 2위 라파엘 나달(스페인)이 무명 세계랭킹 100위
루카스 로솔(체코)에게 무릎을 꿇었다.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볼은 둥글다는 말이 실감난다.

나달이 프랑스 오픈을 우승하고 그 여세를 몰아 윔블던까지
접수할 기세였다.
그런데 예기치 않았던 복병을 만나 좌초하고 말았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1세트를 타이브레이크 끝에 힘겹게 가져온 나달은 2세트와
3세트에서 스트로크 난조와 로솔의 큰 키에서 나오는 서브에
고전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4세트에서는 두 게임만 내주고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지만 이때
나달에게 불운이 따랐다.
날이 어두워져 조명을 켜기 위해 센터코트의 지붕을 닫는 과정에서
경기가 45분간 중단되는 바람에 나달은 4세트부터 시작된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하며 무너졌다.

나달의 경우는 반드시 이겨야 하는 부담을 가졌다.
그렇지만 로솔은 져도 그만이고 이기면 이변이기 때문에 오로지
한번 해 보자고 덤비는 것이다.
아무 생각 없이 볼을 강하게 때리는 볼이 다 들어가는 것을
막을 수가 없다.
‘그 님이 오셨다.’ 정말 그 님이 오신 것이다.

특히 5 세트에서는 로솔은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경기를 풀어
나갔다.
모든 것이 그의 중심으로 흘러갔다.
분명 5 세트에서는 로솔이 더 나았다.
그랜드슬램 센터코트에서 나달과 같은 선수를 이길 수 있는
기회는 인생에서 한 번 있을까 말까이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2005년 처음 프랑스오픈에서 우승한 나달은 2009년 16강 탈락을
제외하고 매년 정상에 올라 개인 통산 7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이런 여세를 몰아 윔블던에서 다시 우승할 것이라고 기대를 했던
팬들에게 실망을 안겼다.
영원한 우승자도 영원한 고수도 없는 것이다.

나달은 "이기길 바랐지만 졌다.
하지만 오늘 패배는 비극이 아니다.
단지 테니스일 뿐이다.
인생에서는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자신을 위로했다.  
그렇다.
한번 게임에서 질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다음에는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것이다.

나달은 작년부터 조코비치에게 결승전에서 무려 7패를 하다가
올해 들어 프랑스 오픈을 비롯하여 3연승을 했다.
다시 많은 연습과 연구를 하여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 올 것이다.
윔블던에서 비록 패했지만 올해 메이저대회인 US오픈이 남아 있다.
더욱 성숙되고 더욱 발전된 모습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고수라고 항상 이기는 것은 아니다.
고수도 질 수 있다.
그러나 이 한 게임이 모든 것을 말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윔블던은 더욱 재미있고 볼거리가 흥미로워졌다.
나달이 없는 남자선수들은 조코비치, 페더러, 머레이 등
누가 우승할 것인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게임을 즐겁게
보자.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