삑싸리의 유해성 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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삑싸리는 아무도 못받는다는 건 다소 어패가 있는 말인 듯하다.
그 "아무도"가 페더러도 못받아!에서 지난 18일 이후로는 나달도 못받아!로 바꿨겠지만...
의외성이 많아서 그렇지 깜짝 놀란 상대가 엉겁결에
즉, 타고난 유연성과 순발력과 빠른 발과 판단력을 총동원해서
교통사고현장처럼 코트 바닥에 타이어스키드자국을 남기면서까지 잘 받아넘길라치면
오히려 보낸 편에서 방심하고 있다 되치기 당하는 수도 있기 때문에
실제로 삑싸리는 오늘도 어제도 받아넘겨져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삑사리를 영미권에서는 frame shot이라고 하는데
이런 말이 있는 걸보니 삑사리 보내는 사람은 영어쓰는 나라에도 있고 그렇다면 다른 나라에도....
빗맞은 안타라는 말을 야구중계에서 자주 듣게 되는 걸보니
둥근 공을 갖고 하는 거의 모든 구기종목에서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싶고
결국 삑싸리는 전지구적이고 범스포츠적인 현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문제의 shot도 찬물에 위아래가 있듯이 다양한데
의외성으로 따지자면
네트에 걸렸다고 생각한 순간 네트를 살짝 타고 오면서
네트에 똑 떨어거나 궤적이 확 바뀌어버리는
네트코드샷이 으뜸이겠지만
삑싸리야말로 마음의 준비가 된 사람마저도 놀래키고
초보들끼리 공치며 웃다가 코트바닥에 빠져있는 배꼽 줍느라 바쁘게 하고
굳은 표정으로 심각하게 경기에 임하고 있는 사람조차
허탈해서 멋쩍게 웃게하는 특별한 뭔가가 있다.

정말 잘못맞아 보낸사람도 받는 사람도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천방지축인 경우도 있지만
어떤 삑싸리는 구겨서라도 네트 넘기고 우겨서라도 금 안에 넣으려는
절박한 발버둥이고 용쓰는 안간힘이라서
즉 잘못 맞아 예각이나 둔각이 심하게 나는 앵글샷이 된다거나
드롭발리가 되어 네트 넘자마자 팍 가라앉아 죽는 극단적인 숏트가 되어버리긴 했지만
이는 보내는 사람이 의도한 코스나 깊이가 단지 과장되었을 뿐
뜻한 바대로 실현되었다고나할까?

시합 다니는 엄마들이 인스탄트식품처럼 영양가 없는 공이라고
받기 싫어하고 가급적 피하려하는 공이
삑싸리가 빈번한 초보엄마들의 살랑살랑 넘어오는 말랑말랑한 공이랑
엄청 감겨와서 발리면 만들기 어려운 B조 아저씨들의 무지막지 센 공이라 하던데
주부들과 보건당국 간의 인스탄트식품의 유해성 여부 논란처럼
삑싸리의 유해성에 대해서도 동호인들 간의 광범위한 의견교환이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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