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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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잔치라는 말이 도시사람들에게는 시골서 유년을 보낸 나와는 다른 의미로 다가올 것이다.
돼지잡는 큰잔치가 있을 때면
마당가득 펴놓은 멍석 위에 딱벌어진 한상을 받아 거나하게 취한 아저씨나 할아버지들한테
어린 나도 종종걸음으로 부엌에서 새로 내어오는 음식을 부지런히 날라야 했고,
가끔 밖에 내놓은 화로 옆에 쪼그리고 앉아
머리에 수건 두른 아주머니가 지져대는 지짐이 귀퉁이를 떼내먹다 손을 데거나
동그란 지짐이 모양이 찌그러졌다고 야단을 맞기도 했다.

엄마가 당신에게 시어머니이지만 내게는 친할머니인 분의 흉을 볼 때마다
빼놓지 않고 하는 레파토리가 하나 있었다.
서울서 결혼식을 치뤘는데도 강릉에 내려가서 다시 혼례를 해야했고
사흘동안 동네사람을 퍼먹이느라 진 빚을 신혼살림에 갚아내느라 삼년은 허리가 휘었다고 한다.
서울사람인 엄마에게 할머니는 허례허식의 전형이었고
사흘동안 세끼를 온가족과 함께 와서 먹성껏 먹어대는 엄마에겐 생면부지의 이웃사람들은
도무지 염치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시골사람들이었을 것이다.

우리 동네에는 매년 봄가을로 동네테니스잔치가 열린다.
구력1년차에 대회에 나갔으니 벌써 삼년째다.
여지껏은 선수로 뛰느라 시합전에는 의례
좀 느는 것 같다가 최근 슬럼프 기미가 보여 컴퓨터에서 바이오리듬 점괘를 찾아봤더니......
하는 본인 걱정
연습 별로 안하는 것같아 보이는 파트너 걱정,
구력 십몇년 된 상대팀 만나 빵날 걱정,
비오면 순연되는 다음 주는 시아버지생신이라 안되는데 하는 일기 걱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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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 동네잔치를 주관해야하는 일을 맡고보니
오타투성이로 무성의해 보였던 팜플렛하나도,
하찮아 보였던 그저그런 참가상품하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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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고 과천에서 테니스치는 사람 2%만 모른다고 남들이 놀렸던
마당발이라는 게 막상 일을 하다보니 장점이 아니라 심각한 핸디캡일 줄이야.
개인적인 친분을 앞세워 기본 룰을 벗어나는 어려운 청을 해온다든지
개인적인 생각을 기탄없이 말해오기,
누구누가 오해(욕)들을 하고 있다는 전해듣는 말로 괴롭고,
같이 일하는 사람도 불평을 하고
이기고 지는데 클럽의 사활을 건 사람마냥
다른 클럽을 견제하고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고 시비거리를 찾고,
대진운이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불만과.....


팜플렛에 나온 좋은 문구처럼
좋은 계절에 이웃에서 공치는 사람들과 더불어 만나 하루 푸지게 잘 놀고 가는
떠들썩한 동네잔치였으면 하는데

아무튼 빨리 동네잔치가 끝났으면 한다.
그래서 다들 차분해져서
낯익은 사람들과 맘 편하게 웃으며 공치기를 바란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