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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와서 좋은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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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뜨자 오랜 습관에서 내다 본 창밖으로 비가 오고 있었다.
남들도 못칠테니하는 놀부심보가 동하며 비가 좋게 느껴질 때도 있구나 싶다.
아침비가 좋아진 걸 보니 좋은 게 늘 좋은 것도, 나쁜 게 항시 그런 것도 아니라는
돌고도는 세상 이치를 가르쳐주는 것같다.  
보는 사람마다 휴가 일찍 다녀오셨냐던 하루볕에 탔던 얼굴도
까만 티를 벗고 희멀게 지고 있다.
비 오는게 끔찍히 싫었을 때가 테니스를 제일 좋아하던 시절이었지싶다.
그렇다면 지금 비를 바짝 반기는 이 심정은 테니스에 정이 떨어졌다는 얘긴데...
테니스 안쳐서 좋은 점을 생각해보자.
우선 이것저것 바꿔봐도 뽀루지같은 피부트러블 일으키긴 마찬가지였던 선크림
회칠 범벅한 것같은 그넘의 것을 뒤집어 쓰지 않아도 되니 너무 좋다.
잠깐 외출할 때는 피부노화의 주범인 햇볕을 피해 자외선차단 양산 쓰고 다니면 되고.
비오듯 땀 쏟고 나서 벗어놓으면 축축하고 퀴퀴한 냄새나는 빨래감이 한무더기씩 나오는데
그 꼴 안봐도 되니 참 좋다.
사다보면 옷장이 죄 운동복 일색인데 그것들은 불룩불룩 튀어나온 군살을 광고하는 착 감기는 소재라ㅠㅠ
이제 신체의 약점을 감쪽같이 커버해줄 수 있는 스타일로 변신할 수 있을테고
노동자/농민처럼 신성한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 당당히 내밀며 악수할 형편이 아니라
상대의 부드러운 손바닥에 닿아 군살박힌 내 손이 만져질 때마다 부끄러웠는데 이젠 군살과도 빠이빠이.
시간에 쫓겨 급급하면서도 마냥 길어지는 술자리에 밤늦도록 붙들려 있어야했고
들떠있는 번잡한 인간관계에 휘둘렸는데 이젠 조용히 침잠할 수 있으려나.
테니스란 담으로 둘러쳐진 좁은 세상에서 너른 바깥세상을 보고, 발을 내딛고, 달려 나갈 수도 있다.
테니스란 세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게 테니스 욕을 실컷하면서 애증병존이란 인상을 받게 할 수도 있으며,
......
......
더 있어야하는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