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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균형적인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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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초등학교 다닐 때 유행하던 퍼프슬리브가 몇년 전 다시 눈에 띄기 시작하더니
스텔라 매카트니처럼 귀엽고 여성스러움을 강조하는 아디다스 라인이나
비너스 윌리엄스가 직접 디자인해서 시합 때 입고 나오는 11(일레븐)이란 운동복 브랜드에서도
소위 뻥소매라고도 불리는 이 패션아이템을 즐겨 사용하는 바람에
처음에는 촌스러운데다 팔 뻗고 어깨 돌려야하는 테니스같은 운동하는데는 엄청 불편해보이더니만
차차 눈에 익고나니 어렸을 때 생각도 나고 더 늙기 전에 딱 한번만 더 귀여운 컨셉으로 가보고 싶어
상설매장에서 입어봤다.
왼팔을 쑥 꿰고나서 아직 불편한 오른쪽 어깨에 잔뜩 신경쓰면서 오른팔을 천천히 오른소매에 넣었는데
중간에 딱 걸려버렸다.
거울로 양쪽 위팔을 번갈아 살펴보니 테니스하기 전에는 이 정도 좌우비대칭에 짝짝이는 아니었지 싶은데
페더러선수의 상대적으로 가는 왼팔이나 또는 상대적으로 굵은 오른팔이 떠오르고
나 역시 7년이란 세월동안 투핸드백핸드할 때 잠깐잠깐 왼손 쓴 외엔 거의 죽어라 오른팔로만 쳐댔으니
당연한 귀결이란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시누이네 開婚이 몇주 후에 있어 결혼식에 입을 옷이랑 신을 신발을 사러갔다.
테니스 시작하고나서부터는 운동복만 눈에 들어와서 점잖은 자리에 입어야하는 사복이란 옷은
거의 사본적이 없다시피해서
체형의 결점을 감춰주고 약간 날씬해보이는 검은 옷은 제법 많아 문상은 옷에 대한 부담없이 갈 수 있으나 누가 결혼식에 초대하겠다면 입고 갈 마땅한 옷 문제로 가슴부터 철렁한다.
뻥소매사건으로 오른손잡이니 왼손에 비해 오른손을 많이 썼고 오른팔이 약간 더 길고 더 튼튼?한 걸
겨우 이해하게 되었는데
이번엔 사복에 입을 수 있는 구두 사다가 평생 축구공 한 번 차 본 적이 없는 내가
오른발이 약간 더 길고 더 통통......해서 오른발잡이라는 걸 억지로 실감하게 되었다.
점원이 사는 것과 똑같은 가격에 맞춰준다기에 오른발 왼발을 짝짝이로 한 구두를 맞추고 왔다.
용불용설은 일세기전에 벌써 과학에서 설 자리를 잃었는데 왜 내 오른발은 성년을 훨씬 넘은 나이에
꾸준히 쬐끔씩 자라고 있었을까?
공치면서 움직임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 들었는데.... 그래도 오른발 주도형 스텝을 하고 있었나?
외국사이트에서 본 myadidas는 왼발/오른발의 각각의 발 볼과 발 길이에 맞는 맞춤운동화 광고였는데
수요가 공급의 어머니라는 것이 다시 한번 상기되었다.
그런데 이같은 불균형성장이 내 신체 우편과 좌편에서만 일어났을까?
인간과 세상에 대한 따뜻한 관심과 폭넓은 이해를 갖게하는 머리나 가슴 성품같은 것들이
코트에서 공과 사람과 부대끼면서 건강해진 신체만큼 균형성장을 했을까?
아니 운동으로해서 당연 건강할 것으로 기대되는 그 신체조차 혹사로 해서 피로와 노화로
속속들이 골병이 들었다면?
우리는 가장 약한 부분만큼만 강하다는 말이 있는데
특히 백핸드가 약점일 때 상대가 집요하게 백핸드로 공격해오면 다른 강점들을 제대로 못살리고
무너질 수 있고 로브 역시 마찬가지로 확실한 스매시 없이는 비록 강한 서브에 코스 좋은 리턴을 갖고 있고 깊거나 예리한 발리같은 무기가 장착되어 있다하더라도 승산이 없는 걸 자주 본다.
균형적인 성장과 발전, 골고루, 치우침없이, 모나지 않게 뭐 이런 말들이 문득
테니스에서도 중요한 덕목이란 생각이 들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