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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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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식구는 운동은 커녕 움직이는 것도 싫어합니다."
처음 오신 분에 대한 호구조사 결과 이 분 부인에게는 테니스에 대한 실날같은 희망조차 안보이는 반면
남편 좋아하는 운동을 적극적으로 막는 악처의 소양 또한 없어보여서 일단 다행이다 싶었다.

테니스회원들의 거반이 코트 근처에 살고 있어서 공 외에도 이렇게 저렇게 얽히게 된다.
자주보면 이웃사촌인데 술도 밥도 어울려 먹고 마실 기회가 많아 대가족 내지 유사가족같은 관계로 발전하기도 하고,
공 안치는 가족들은 물론 어쩌다 다니러 와 묵고 계신 어르신들이나 조카같은 확대가족관계까지 빠삭하게...
집에선 보기 힘든 부모 얼굴 보러 코트에 자주 온다거나 레슨 받으러 코트 들락거리는 아이들로해서
무심히 흘리고 가는 말 몇마디로 누구집 수저통에는 젓가락이 몇 짝 들어있는지
며칠 전 동네가 떠들썩했던 부부싸움은 이제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는지 죄다 알게 된다.

이제 부부회원이 절반을 넘다보니 전에는 지극히 정상으로 보이던 나같은 나홀로 테니스족이
코트에서 눈치 봐야하는 소수자가 되어가는 것같다.
가끔 모자라는 실력 때문에 코트에서 흔히 겪게 되는 그렇고 그런 대우는 아닌 듯하면서
뭔가 성차별적인 냄새가 나기도하는 묘한 상황이 생기는데 그런 일을 당하게 되면
전생의 업보를 따지기에 앞서 우선 비빌 언덕없는 외로운 처지 때문인가싶어 씁쓸해진다.

이럴 때면 맨땅에 헤딩하느라 어느새 돌처럼 단단하게 굳어져버린 머리를 매만져보기도 하고
해묵은 상처가 덕지덕지 앉아 두툴두툴한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하지만
그런 칙칙한 마음을 털어내고 씩씩하고 꿋꿋한 외양을 잃지 않으려고
상처를 주는 사람도 나쁘지만 이 바닥 생리를 알만큼 지내고도 그깟 일에 상처받는 사람은 더 나쁘다고
스스로에 다짐하면서 아랫입술을 깨물기도 한다.

그런데 가족단위로 공치는 사람이 부럽고 상대적으로 내 외로운 처지가 비관될 때도 있지만
내 한 몸 공치는 것이 복이지싶은 적도 많다.
코트는 일단 공적인 장소여서 아무리 가족이라도 다정도 병인양싶은 오버하는 모습을 보이면
누군가는 눈쌀을 찌부리게 되어있다.
내 가족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게 되면 마치 성미 급한 눈 먼 사람처럼 행동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면 가족 이기심, 질투, 집착, 역성, 간섭 등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으로 표출되어
분란의 소지가 되기 쉽다.
라켓 들고 코트에 나오는 사람들이 모두 도 닦은 도인일 것은 기대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왠만큼 사리판단은 할 수 있는 어른이기를 바라는 것이 과한걸까?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