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끄러운 일 두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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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아침형 인간과 거리가 멀었던 내가 새벽 수련에는 늦거나 빠지는 일없이 잘 다니고 있어서
스스로에게 기특하고 올빼미의 변신과 늦된 성실성이 몹시 자랑스러웠다.

그런데 어떤 이의 존재가 선인이 되려는 내 여정에 차질을 주고 있다.
그 사람으로 해서 내 호흡이 흐트러지고 단전에 집중했던 신경이 온통 그 사람에게 쏠리다보니....

내가 사랑에 빠졌다는 얘기가 아니라 미움의 구렁텅이에 떨어져 버렸다는 고백이다.

이 분은 지각과 결석이 자유로운데다
중간에 들며 날 때 문을 꽝꽝 여닫고 독자적인 소음을 발생하는 등
자신의 이런 행동에 대해 미안해하거나 남을 배려하는 기색이라곤
눈꼽만큼도 없어 보이고 말도 통할 것 같지 않아 보였다.
이 사람을 상대로 내가 군기반장을 자처할까말까 고민하느라
본말이 전도된 아침을 보내는 일이 잦아졌다.
더이상 이대론 안되겠다싶어 지도사범님한테 이 문제를 상의드릴까해서
오늘은 다른 때보다 일찍 갔는데 이미 그 시간에도 많은 분들이 나와 계셨고
이 분들이 날마다 새벽청소를 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처음 으로 알게 되었다.

시 시설이라서 월급 받고 청소하는 사람이 당연 있으려니 했고
(청소가 내 forte였던 적이 한번도 없었지만)
또 매트가 빼곡하게 깔려있어 단전호흡 전용시설인 줄 알았는데
무용반이랑 다른 취미활동반이랑 같이 사용해서 새벽마다 매트를 깔았다가
오후에는 붙어있는 작은 방 안에 차곡차곡 쌓아 치워둔다고 한다.
고작 숨차게 제시간에 맞춰왔다가 끝나면 아이 등교시키려고 뒤도 안돌아보고 내뺐던
내가 이러니저러니하는 잡념으로 부산했던 게 부끄러웠다.  



작년 번개 때 카풀로 사당까지 와서 지하철 갈아타고 어느 역에서 내려 택시타고 가면....
교통수단에 대한 일련의 탁월한 선택과 합리적 시간 계산으로
눈썹 휘날리며 한 오 분 쯤 일찍 도착할 수 있었다.
그런데 클레이코트 2면 다 솔질해서 라인 쫙 그어 놓고 기다리신 분을 뵙고
당황한 나머지 제가 최근 몇년 인조잔디코트를 전용구장으로 하다보니
초보 때는 잘 했는데 요즘은 자꾸 면정리 라인정리하는 걸 잊는다고 주절주절 변명을 늘어놓았던 게
두고두고 얼굴 화끈거린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