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이듦이 좋다. 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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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연말에 동창들한테 보낸 새해축하문자 말미에 있던 문구였는데
이 대목을 좀 생각하고 답해야 할 것 같아 몇 주 씹었다가(?)
어제 통화하면서 다른 친구들의 반응을 듣게 되었다.
노안이랑 주름살 빼고 나도라고 답한 친구부터
대체로 나이드는 것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는데
육아나 입시에서 해방되고(자식농사라도 일찍해놓을 껄하는 후회가 따르지만)
젊은 혈기에 삐걱거리던 부부사이의 문제도 애저녁에 갈라서지 않았으면
이제는 용인이든 체념이나 포기로 안정이 되었을테고,
비록 중년의 위기나 경제적/심리적 노후대책에 대한 불안한 마음으로 착찹할 수 있는 나이지만
친구들이 나이듦에 긍적적이었다는 반응이 이해가 갔다.
하지만 난 요즘 앉으나 서나 테니스 생각 뿐으로 단단히 미쳐있어서인지
나이듦이나 노화가 최대의 적인 이 젊은 운동을 하면서
근육이 손을 들고, 관절들이 아우성을 치면서 한발을 더 못 뛸 때마다
인생의 비애와 때늦은 회한에 휩싸이고 있는지라.
조금만 더 일찍 시작했더라면하면서
코트가 빤히 내려다보였던 고등학교시절
테니스에 폭 빠져 담임의 책무를 게을리해서 야속했던 선생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최루탄 연기만 자욱했던 시국과 학내사정으로
라켓 휘둘러 공 한번 넘겨보지 못하고 달랑 학점만 받았던 대학체육이 안타까왔고,
비어있는 코트도 많았고 남편도 테니스를 쳤던 미국체류기간
같이 레슨 받아보자던 후배도 있었는데  
골빈당이나 하는 오락 쯤으로 치부하고 외면했던 일도 억울했고,
동네 아줌마들 따가운 시선이나 입방아에도 아랑곳않고
짧은 치마입고 다니며 아이는 늘 혼자있게했던 이웃 아줌마를 덩달아 흉봤던 것도 미안하고,
마흔 너머 늦게 시작했을 때 더 열심히 달려들지 못했던 일도 분하고,
과욕을 부린 내탓이긴 하지만 부상이 잦았던 것도 한스럽고,
글쎄 오년 후, 십년 후 난 지금을 어떻게 돌아보고 또 무슨 후회를 하고 있을까?
인터넷에 시시한 글 올리면서 넋두리 할 시간이 있었으면
스윙연습 한 번 더하고, 한 발 더 떼게 스텝연습하고, 동영상 하나 더 봤었으면.....
후배들한테 지고 나오면서 내가 너희들 나이였을 때는(오년 전, 십년 전에는)
코트에서 펄펄 뛰었고 네트 앞에서는 훨훨 날라 공 하나 빠지는게 없었다고,
뻔히 속보이는 변명을 늘어놓지는 않을지?
그 나이에도 나름 행복할 일이 있으시겠지요하는 아픈 말씀을 하셨던 젊은 코치님!
전 지금 테니스 때문에 행복하고요, 앞으로도 몇 십 년은 더 테니스 때문에 행복할 겁니다.
믹 재거는 사십 넘으면 자살해야 하는 줄 알았다지만 오히려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잖아요!
참 위의 문자를 보냈던 친구의 아버님은 반세기 넘게 춘천에서 지역테니스 발전에 일정부분 영향을 끼치셨다는 정형외과의로 아흔쯤 되셨는데 일년 전까지만해도 테니스를 치셨다는데......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