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그녀를 처음 본 것은 04년도 윔블던 준결승전인 데이븐포트와의 경기에서였다. 당시 나의 첫 느낌은 그야말로 “와!”였다. 내가 놀란 것은 그녀의  테니스실력이 아닌 그녀의 외모. 아! 어떻게 저런 어린 나이에 여성으로서의 성숙된 몸을 가질 수 있을까?

그 순간  나는 이성을 잃고 짐승의 본능을 만끽하고 있었던 것이다. 더 말해서 무엇 하랴! 그때부터 난 마리아를 은근히 사모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나의 책상 위의 빈공간은 그녀의 경기 모습 사진으로 채워 가면서 말이다. 하지만 그녀의 04년 윔블던 최연소 우승 당시 각종 찬사를 보냈던 언론들이 그 이후 뚜렷할만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또한 그녀의 외도(모델 등으로의)와 러시아 선수들과의 불화설(당시 언론에서는 어린 나이에 갑자기 유명세를 탄 그녀가 코트 등에서 인사도 하지 않고 다른 선수들을 무시하며 오만해졌다고 보도)등을 이유로 그녀가 비난의 도마 위에 오르기 시작하면서 나의 관심은 그녀로부터 서서히 멀어져 가고 있었고 나 또한 그런 비난들에 동참하고 있었다.

물론 그러한 사실들로 인하여 그녀를 비난할 수도 있지만 그 비난들 중에는 단순히 질투심에 의한 비난도- 나의 개인적인 생각인데- 분명히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를테면 너무 일찍 성공한데다 예쁘기 까지 한 어린애에 대한 자격지심이랄까 뭐 이런 것 들이다. 또한 그녀의 테니스 실력에 대해서도 애써 깍아 내릴려고 하는 모습들은 나에겐 애처롭기 까지 보이기도 하였다. 사실 당시로서는 그녀의 테니스 실력은 별론 하더라도 멘털러티(정신력과 승부근성)에 있어서는 여느 선수들 보다는 월등히 뛰어났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왜 내가 애써 이런 소프트웨어적인 점을 계량화하여 타 선수들을 평가절하 하는 것은 그의 코치이자 아버지인 유리 샤라포바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한번 생각해보시라! 어떻게 될 줄 아무도 모르는 아홉 살 난 어린아이의 손을 잡고 머나먼 이국의 땅으로 단돈 500불만 가지고 떠나는 그의 결연하였을 심정을 생각해보시란 말이다. 또한 종종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하는 그녀의 행동들을 유심히 본다면 그녀의 멘털러티의 훌륭함은 그녀의 아버지로부터 기인함을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무언가를 주문하듯 중얼거리며 그녀의 아버지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진정 아름다운 어린 프로의 모습이다. 경기장에서 그녀를 응원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과연 마리아는 어떤 생각을 할까? 과거의 어려웠던 역경과 처절함을 떠 올리며 그녀는 이렇게 자신에게 주문할 것이다.  

“‘마리아 넌 할 수 있어, 넌 최고야’ 그 아버지가 나를 지켜보고 있어, 아버지를 실망시켜서는 안돼 아버지는 곧 나이고 난 아버지인거야! 그리고 나의 곁엔 아버지가 있잖아 그리고 넌 나를 결코 이길 수 없어, 난 최고니깐.” 마리아는 자신을 늘 최고라고 가르친 아버지를 보고 이렇게 주문하면서 그녀의 멘털러티를 더욱더 강하게 키웠음이 분명할 것이다. 그리고 역경과 처절함은 때론 가장 훌륭한 스승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이제 난 그녀의 테니스 실력이 아닌 테니스 능력(아직 미완성이기에)에 대해서 얘기해 볼까 한다. 사실 동호회 하수 수준인 내가 세계 탑 랭커인 그녀를 평가하기가 뭐하기에 난 여기서 그녀의 샷의 특징 등을 얘기하면서 그녀가 향후 어느 정도까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가늠해보기로 한다.
먼저 그녀의 샷에는 랠리 샷을 보기가 어렵다. 어떤 볼이든 위너이길 바라며 강력하게 그리고 기압까지 넣어서 네트 위를 사정없이 날려버린다.

슬라이스가 없다. 아무리 먼 위치의 백핸드 샷일 지라도 그녀는 드라이브로 일관한다.
스매싱 또는 하이발리 보다는 드라이브 발리를 선호한다. 서비스라인 근처에서의 뜬공은, 스매싱이 편해 보이는 공일지라도, 거의가 드라이브발리로 처리한다.
포핸드 샷 중에는 오른쪽 귀 위로의 상향 스윙을 자주 볼 수 있다. 약간 각도가 있다 싶은 공은 대게가 이런 형태의 스윙이다. 저도 이 스윙을 몇 번 따라 해본 적이 있는데 힘도 실리지 않을 뿐 더러 정확성도 많이 떨어졌다.

이런 특징들을 종합해보면 그녀의 테니스는 한마디로 현대 테니스의 주류인 파워테니스에 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함임을 알 수 있다. 슬라이스와 발리가 없음은 공격적임을 의미하고, 귀 위로의 상향스윙은 안정되면서도 각도 있는  크로스 샷을 구사하기 위함일 것이다. 게다가 그녀의 서비스를 보고 있노라면 그야말로 텍스트북 그 자체이다. 파워는 물론이고 타이밍을 잡기 위한 몇 번의 뜀박질과 차분한 숨고르기 그에 이은 높은 토스와 높은 점핑 후 최고정점에서의 타격과 팔로우스로윙 까지 어느 것 하나 흠잡을 데가 없는 그림인 것이다. 그렇다 마리아는 어려서부터 파워 테니스에 대하여 아버지로부터 철저히 트레이닝 받았을 것이다. 물론 에러도 많고 밸런스와 네트플레이에 있어 다소 부족함이 있다. 이런 부족함이 있음에도 지금 그녀는 세계5위권 안을 유지하고 있다. 이렇기에 나는 확신한다.

그녀의 시대가 올 날이 머지않았음을...... 최고의 미녀이자 최고의 테니스 실력자라는 명예를 한껏 누릴 수 있는 시대가 곧 올 것이 분명하다. 그녀는 지금 스토리메이커이다.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이 세상의 관심사이다. 그녀는 이런 모든 것에 초연하여 오직 테니스만을 고집할 때 그녀의 시대는 한걸음 더 빨리 다가올 것이다. 테니스가 직업이기엔 다소 어려 보이지만 당당히 직업이라고 말하는 그녀에게서 난 프로근성을 배운다. 그렇다 그녀는 테니스 뿐 만이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나의 스승 같은 느낌이 든다면 지나친 비약인가? 이제 나는 그녀를 감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는다. 그리고 우리 또한 그녀를 감정의 대상으로 보아서도 안 된다. 감정의 대상으로 보기엔 이미 그녀의 테니스는 저만치 앞서가 있다. 그저 코트에서 오랫동안 더욱 더 성숙해 가는 그녀를 볼 수 있는 것이 테니스를 좋아하는 팬으로서의 바램이고 즐거움일 것이다.

P/S: 전문적으로 그녀를 분석할 수 없는 능력인지라 그저 보이는 대로 기술하였습니다. 샤라포바에 대해 우리 동호인들이 배웠으면 하는 점(장점뿐 아니라 단점도)들이 있다면 고수님들께서 좀 더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