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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에 길이 있다

by tennisey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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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하마챌린저에 출전한 게이오대학 성요한

 

아들, 딸들에게 테니스를 가르치는 부모들이 많아지고 있다. 대를 이어 테니스를 하는 가족이 있는가 하면 외동, 남매, 형제, 삼남매에게 라켓을 쥐어주고 테니스를 하는 학교 근처로 이사를 하고 아카데미 근처에 원룸을 얻어 사는 학생들과 부모들이 있다.


집에서 가족들과 지내며 테니스부가 있는 학교에 다니는 선수는 아주 행복한 편. 대부분이 집과 떨어져 있어 부모중 한사람이 자녀를 학교에 데려다주고 학교 끝나면 오후에 아카데미로 데려다 주는 경우가 다수다.


부모 두사람 모두 아이의 테니스에 매달리거나 엄마가 주로 아이를 돌본다. 테니스 하는데 경제적 부담도 만만찮다. 먹고 자는 것에 두 집 살림은 기본이고 부모 중 한사람은 아이의 테니스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기까지 한다. 


레슨만 하면 그나마 다행이다. 오후 4시면 대중교통이 끊기는 지방 전국 방방공곡 옮겨 다니며 대회장에 출두하는 것도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먹고 자고 경기장 가고 하는 것을 모두 챙기려면 돈도 돈이지만 체력도 요구된다. 체력이야 버티면 된다지만 돈은 웬만한 직장인 월급으로는 감당이 안된다.


레슨과 국내 대회만 다녀도 양반이다. 좀 실력이 있어 국제대회라도 다닐라치면 집팔고 논팔아 미국유학가듯 해야 한다. 가까운 동남아시아 대회 2주 나가더라도 본인 항공과 숙식에만 수백만원이 들어간다.

 

테니스 본고장 유럽과 미국은 감히 꿈도 못꾼다.


그나마 우리나라보다 물가가 저렴한 캄보디아, 베트남, 태국 등에서 대회가 열리는 것은 다행이다. 대회 많이 열어주는 중국도 학부모 입장에서 고맙기 그지없다. 


자녀가 테니스를 잘하면 잘하는 데로 부모의 고민도 커진다. 아들딸의 랭킹만큼이나 고민지수도 올라간다고 보면 된다. 


고등학교 2학년쯤 됐는데 자녀가 테니스에서 두각을 내지 못하면 부모는 날이면 날마다, 밤이면 밤마다 하늘 꺼져라 한숨쉬고 걱정을 한다.

 

스카이대학 못보낼까 조바심 내는 부모보다 더하다. 교실 제대로 들어가 수업한 적이 별로 없고 수업들어가도 중학교때부터 진도를 못따라가서 책상에 엎드려 자기 일쑤인 터라 정상적인 대학 수학능력이 없어 대학을 억지로 들어가도 방황하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하다.


부모 직장포기, 자녀 테니스 외 다른 길 포기, 가정 포기, 학업포기, 심지어 학교 포기, 다양한 친구관계 포기, 책읽기 포기, 사회 적응 포기하고 오로지 테니스에만 매달리는 것이 오늘 한국 테니스 교육의 현실이라고 하면 지나친 것인가.

 

게이오대학 테니스부

 

일본 테니스 선수듫은 어떤가.


한국에서 일본으로 건너간 부모 밑에서 태어난 성요한(19)의 경우가 최근에 사례로 잡혔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한국이름을 갖고 있고 한꾹 국적이 있는 성요한은 재일동포가 아니라 재외국민이다. 재외국민은 한국국적을 가지고 외국에 거주하거나 영주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재일동포는 일본 국적을 소유한 사람도 있다.


아무튼 성요한은 일본에서 태어나 초-중-고를 거쳐 공부하고 방과후 테니스부에서 운동을 한 학생선수다. 프로로 갈까 대학에 진학할까 고민하다 현재 게이오대학 종합정책학과 1학년이다.

 

4월이 되면 2학년이 된다. 게이오대학은 우리나라 연세대에 해당하는 일본내 명문사학이다. 와세다대학이 고려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고 게이오대학은 연세대와 자매결연을 맺고 있다. 


성요한은 일본 사이타마 고등학교를 졸업했다. 고교 졸업후 공부와 테니스 실력이 돼서 게이오대학에 입학했다.

 

대학 테니스 대항전등에 출전하고 지난 2월 대학선수권 단식 8강에 오르는 등 실력을 보여 권순우가 우승한 요코하마 게이오챌린저대회에 본선 와일드카드를 받았다. 본선 1회전에서 테니스 전문 프로 선수에게 패해 탈락했다. 


일본 대학 선수들은 일본내 국제대회에 출전하지만 공부 때문에 제대로 훈련도 못하곤 해서 국제대회 출전 횟수가 점점 줄어들어 대학 공부의 길을 택한다.

 

대학 졸업후 전공을 살려 취업을 하는 길로 간다. 테니스한다고 라켓이나 2주에 하나씩 바닥 닳아 버리는 신발을 대주는 스폰서를 구하기 어렵다. 외국대회 출전에 필요한 경비도 스스로 마련하지 않으면 갈 수가 없다.


성요한을 만난 것은 호주 트랄라곤 주니어 1그룹대회장에서였다. 주니어 진로를 물어보니 프로는 어려울 것 같다며 대학을 진학할 것 같다고 했다. 고등학교 2학년때인 당시 성요한의 랭킹은 ITF 142위.


일본의 스카이대학에 속하는 게이오대학에 들어간 성요한은 1년도 채 안돼 3월 25일 게이오대학 졸업식장에서 상을 받는다.

 

성요한은 게이오대학 테니스부 출신이 경제학자 고이즈미 교수(1922년부터 10년간 테니스부 지도교수로 활동)가 만든 체육상을 받는 대상자로 뽑혔다. 대학체육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개인이나· 단체를 표창하기 위해 1967년에 고이즈미 체육상이 만들어졌다.

 

동시 수상자들이 있지만 일본인도 아닌 한국인, 그것도 1학년이 졸업생들과 교수들 앞에서 상을 받는 영광을 얻었다. 


일본대학 졸업식은 아주 진지하다. 단과대학별로 졸업식을 하는데 졸업생들이 강당에 모여 일찌감치 자리잡고 앉아있고 2층에는 학부모들이 정장차림으로 앉아 졸업식내내 경청한다. 


대학 응원단이 단상에 올라 대학 상징 응원을 한 30분간 해서 한 것 분위기를 올린 뒤 교가 제창을 한다. 그리고 시상식을 하고 명예박사 학위받는 유명인의 강의가 한시간 이상 진행된다.

 

강연회인지 졸업식인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다. 기자는 일본 와세다대학의 졸업식에 참석해 일본 프로야구 명인 오사다하루(왕정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날 오사다하루는 그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일대기와 사상 그리고 철학이 담긴 슬라이드쇼와 그의 강연이 1시간 반 이상 진행되는데 자리뜨는 사람이 거의 없는 것을 보고 우리네 졸업식과 다름을 느꼈다.

 

식장에는 거의 들어오지 않고 밖에서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총장의 축사는 거의 들리지 않는 식장내 소란스러움과는 영 딴판이었다.


아무튼 성요한은 그런 일본 대학 졸업식에서 영광의 수상자로 선정되어 참석한다. 


성요한은 대학테니스학생선수를 하면서 대학대항전과 가까운 곳에서 열리는 국제대회, 일본내크고작은 테니스대회에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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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훈련장과 대회장에서 만나는 부모들에게 테니스를 왜 자녀에게 시키는 지 물어본다. 


부모들의 한결 같은 답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게 하고 싶어서 시킨다고 한다. 테니스를 배우고 익혀 승부를 알고 패배를 알게 하고 잘 해서 프로 선수가 되면 좋고 나중에 작은 곳의 테니스 지도자의 길을 걸어도 후회는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테니스가 인간관계 형성에 아주 긍정적인 스포츠라고들 생각하고 있다. 또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데 테니스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여기고 있다.


테니스로 넉넉하지는 않지만 계속 연구하고 고민하면서 사는 은퇴없는 직업, 직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무실에 한 직업군인이 방문을 했다. 보름전부터 약속에 약속을 변경한 끝에 만났다. 


하는 말이 조코비치를 너무 너무 좋아해 상하이마스터스투어단에 신청했고 조코비치 경기를 하나도 빼먹지 않고 본다고 한다. 기자는 한국의 조코비치스페셜리스트가 되라고 권유하면서 영국기자가 10년간 페더러 연구해 써낸 페더그래피카 책을 한권 권했다.

 

페더러와 나누었던 대화 및 그의 지인들과의 독점 인터뷰를 바탕으로, 어떻게 바젤 출신의 젊은 다혈질 소년이 침착하고 차분한 운동선수가 되어 테니스계를 지배하고, 삼십대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노력하며, 자신보다 한참 어린 선수들을 상대로 타이틀에 도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10년 뒤 그 직업군인은 정년퇴직 전에 조코비치그래피카를 한권 만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은 자기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는 시대가 됐다. 성요한의 경우도 그렇고 현재 테니스를 자녀에게 시키는 부모들의 마음 속에 이미 그렇게 그려져 가고 있는 것 같다. 


테니스에도, 테니스 외에도 길이 있다.

 

테니스피플 박원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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