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cannot see this page without javascript.



울산&경주 테니스 여행 -8월 12일 첫째날-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ESC닫기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생을 젊게 만드는 것이 둘 있다. 첫째는 사랑이요, 둘째는 여행이다."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고 프랑스 사람들이 즐겨 쓰는 말이다.

만약 나에게 인생을 젊게 만드는 것을 말하라 하면
사랑과 여행에 이어 "테니스"를 추가하고 싶은데,
테니스를 함께 즐기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명산대천을 찾고
고찰누각을 관광하며 여행을 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것이다.

이번 여행은 6개월전부터 계획되어 있었는데,
전테교가 맺어준 소중한 인연의 사랑하는 사람들을 만나 테니스를 치고,
천년의 신라역사를 탐방하며
무엇보다 가위눌림처럼 나를 결박하고 있는 일상에서 벗어나
바람과 같은 자유를 느껴보고 싶어서
전테교의 누님 같고,
어머니 같고,
연인 같은
아소당님 곁으로 나는 떠났다.

아소당님과 함께한 이번 3박4일의 울산&경주 테니스 여행은
나에게 있어 결코 잊지 못할 생애 최고의 날들이었고
삶의 최대의 감격과 감동을 안겨 주었다.

설레임을 가득안고 천리길이 넘는 거리를 따라
기차에 몸을 싣고 내려간 울산!

수원과 울산이 그렇게 먼거리인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내려 가는 동안 내내
지난 1월에 마이클이란 온라인상의 인물 하나만을 믿고
한번도 만난적이 없는 나에게 레슨을 받겠다고 그 먼곳 울산에서 수원까지
직접 차를 몰고 달려 왔던 아소당님을 생각하자
새삼 고마움과 함께 사람에 대한 진실한 믿음과
테니스에 대한 그분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강하게 느낄수 있었다.

"이번 정착역은 이 기차의 종착역인 울산입니다"라는
안내방송이 들려오자 무심코 창밖을 바라봤고,
때마침 저녁 무렵의 시간인지라
울산의 젖줄이라는 태화강에 아름다운 일몰의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높이 쏘아올린 로빙볼이 하늘거리며 떨어지듯이
태화강을 붉게 물들이며 서산으로 낙하하는 태양을 보자
왠지 감동과 서러움 같은게 서로 교차하며 내 마음을 울렸는데.....

"천년을 거슬러 내려온 태화강
우리의 설움 백설처럼 녹아 강물처럼 흐르지만
강물에 씻어내는 아픔 당해본 자만이 알것이네" 라고 노래한
유명 시인의 싯구까지 떠오르며
내 가슴엔 기쁨과 쓸쓸함의 희비쌍곡선이 그려지고 있었다.

그런데 옆의 마징가님이 서서히 사라지는 해를 보며,
"울산대첩의 희생양 마이클이 침몰해가는 모습 같다"는 망언을 하며
챔피언전을 의식한 신경전을 걸어왔고,

뒤질새라 "붉게 물든 강물을 보니 패배한 마징가의 핏빛 같다"라는 말로
되받아치며 혀를 낼름거려 주었다.

아무튼 마징가님의 분위기 깨는 망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태화강의 아름다운 일몰풍경으로 인해
울산의 첫인상은 나에게 있어 매우 로.맨.틱.했다.

잽싼 걸음으로 역 밖으로 나오니
아소당님과 혜인이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여섯달만에 본 혜인이는 초등학교 6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아리따운 아가씨처럼 변해 있었고,
무엇보다 나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키가 커져 있었는데,
손에 책을 들고 있는 것을 보아 키뿐 아니라 생각의 크기까지
부쩍 자라 있음을 느낄수 있어 아주 대견스러웠다.

약 세달 만에 만나뵈는 아소당님께서도 역시 책을 들고 계셨는데,
그건 아무래도 장식품 성향에 좀더 가까운것처럼 보였고 ㅋㅋㅋ

그러나 책을 들고 서 계시는 자태가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뉴욕 자유의 여신상을 보는 듯 했다.

특히 따뜻한 사랑이 담긴 미소와 함께 "환영한다"라는 말씀을 하자
내 몸의 모든 세포가 일렁이는듯한 짜릿한 기분이 전해져 왔는데.....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껴안고 쪽.쪽. 거리며
뺨에 입을 맞추며 따뜻한 해후의 정을 나누었고,
연인들처럼 손을 맞잡고 역 주변을 거닐면서
울산방문의 소감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하던중에...

역 주변에 일렬횡대로 서있는 운치 있는 소나무를 보자
아소당님께서 "소나무가 시인 같다"라는 문학적 표현을 써주셨는데,
정말이지 울산역 소나무들은 시인 같았다.
두손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시인....

그 절묘한 표현에 고개를 끄덕이며,

"아소당님!
십년을 하루같이 푸르름을 잃지 않고
고매한 기품과 불매한 지조와 강직한 절개로
의연하고 청순하여 엄동설한이 돼야
비로서 변하지 않는 그 가치를 아는 저 소나무는
바로 아소당님의 모습입니다."라고 말을 하려 했는데,

"아부는 가득히"인지 "태양은 가득히"인지,
아무튼 그런 제목의 영화속 알랭드롱처럼
나를 향해 손을 흔드는 한 남자가 목격되어 말을 할수 없었는데,
그  남자는 다름 아닌 혜인파더즈(전테교 닉네임), 즉 아소당님의 남편이셨다.

혜인 파더즈님은 지난 김해모임때 사진을 통해 본적이 있었고,
아소당님을 통해서
"프랑스적인 똘레랑스 사고를 가진 자유를 사랑하는 매우 훌륭한 분"이라는 말을
"어깨 힘 빼고 쳐야한다"는 말만큼이나 많이 들었던 터라
사실 확인을 위해 꼭 한번 만나 뵙고 싶었다. ㅎㅎ

듣던대로 역시나 멋진 분이셨다.

특히 프랑스적인 사고를 가진 분이어서 그런지
유명 프랑스배우를 연상케 했는데,
한눈에도 매력적인 목소리와
부드러움과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눈빛을 가진 알랭드롱과 닮으셨는데
특히 눈빛 만큼은 거의 똑 같았다. ^^

그런데 생각보다 엄청 젊게 보이셨는데, 김해모임 사진하고는 전혀 딴판이었다.
글쎄....
전해 듣기론 마씨들 방문한다고
몇 달전부터 집을 완전히 개조할까 고민을 하셨다는데,
이왕 개조하는김에 얼굴까지 모두 뜯어 고친건 아닌지 의문이 들 정도로 젊어 보이셨다.
(이튿날 오직 사실만을 말한다는 바카스 정신님께서도 젊게 보인다는 말을 여러번 했다.)

계속해서 젊어 보인다는 말씀을 드리자,
그런 말은 생전 처음 들어보셨는지 어쨌는지 매우 흡족한 표정을 지으시며,
한턱 쏘시겠다며 저녁식사를 위해 자리를 옮겼는데
그곳의 음식점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아서 무척 긴장을 해야 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왕궁에서나 맛볼수 있을 것 같은 산해진미가
머신에서 레슨 볼 나오듯이 계속해서 쏟아져 나왔는데,
나중에는 내 위가 도저히 "감당"하지 못할정도였고,
음식점 이름을 왜 大甘堂(대감당)이라고 지었는지 이해할만 했다.

혹시 회원님중에
울산엘 가시게 되면 반드시 "대감당"이라는 음식점에 가보시길 권유 드리고 싶다.
정말로 "감당"하지 못할 정도로 쏟아져 나오는 음식에 행복감을 느낄 것이다.
다만,
"감당"하지 못할 음식값이 나오는것에 대해서는 절대 책임을 못진다.

원래는 가벼운 저녁식사를 하고 밤 열시경에 테니스를 치기로 했으나
화기애애한 분위기에 맛있는 식사를 하느라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고,
어쩔수 없이 곧장 아소당님 댁으로 향해야만 했다.

"여름손님은 호랑이와 같다"하여 여름엔 결코 다른집에 방문하지 말 것을
집안의 엄한 가르침으로 배워왔던 마씨들인지라 되도록 잠자리 만큼은
다른곳으로 하겠다고 거듭 말씀드렸지만,

"입추가 지났으니 더 이상 여름이 아니다"라는
선덕여왕의 모란꽃 이야기에 버금가는 아소당님의 지혜로운 말씀에
우리 마씨들은 탄복하며 아소당님의 뜻에 따라
첫날밤을 비롯한 모든 잠자리를 결례를 무릅쓰고 아소당님 댁에서 모두 해결하기로 했다.

집안에 들어서자 제일 눈에 띈 것은 깨끗하고 넓은 거실의 벽이었다.
어떤 집에 가보면 치렁치렁 걸어놓고 덕지덕지 붙여놓고 이것저것 박아놓아
정신이 하나 없는데,
아소당님의 거실 벽은 무미건조할 정도로 매우 심플했다.

하지만,

"마이클! 비 올땐 이곳에서 벽치기를 한다우"라는 아소당님의 말을 듣고서야
거실에 치장을 하지 않는 이유를 비로서 깨달으며 그분의 테니스에 대한 열정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해야했다.

아소당님께서 녹차를 준비하시는 가운데 서비스 박스만한 엄청 큰 TV화면에서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 노래가 흘러 나왔다.

이 음악은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인데......

그것만으로도 얼마나 세심하게 준비를 하셨는지 느껴져
목이 메이고 감동이 밀려와
감사의 눈물이 태화강을 넘치고도 남을뻔 했고,

모두가 쇼파에 앉아 그 노래를 감상하는데,
가슴을 뒤흔드는 애달픈 선율에 감흥이 되었는지
호기심 많은 혜인이가 영어자막의 뜻을 물어봐도
화면속 노래에 몰입만 할뿐
거의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을 정도로 침묵의 바다로
하염없이 빠져 들어갔고

노래중간에 혜인파더즈님은 고뇌의 표정으로 천장을 바라보기도 하고,
마징가님은 두손으로 얼굴을 감싸기도 하고,
때때로 나는 짙은 한숨소리를 냈는데......

분위기에 젖어 모두가 그렇게 하는줄 알았지만
노래 끝나자 마자
약속이나 한 듯이 모두 피난민처럼 흩어지는 것을 보며,
영어자막 가사를 해석하지 못해서 전전긍긍하는 일종의 과장된 제스쳐였음
알수 있었다. ㅎㅎ

"춘추공(마징가)과 유신공(마이클)은 이리 오도록 하시오!" 라는
선덕여왕(아소당님)의 부름에 손살같이 달려갔고,
여왕께서 손수 타주시는 녹차를 마시며  우리는 깊고 의미있는 대화를 나누었다.

테니스, 신라, 진철님, 성식님, 유리매님, 교장선생님, 울산, 혜인파더즈님.....

대화의 소재는 무궁무진했다.

새벽이 되도록 이야기는 끝이 없이 이어졌는데
사실 나는 그 이야기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다.

왜냐하면 은은한 밤의 조명 아래에서 보는 아소당님의 모습이
어찌나 뷰리풀하고 엘레강스하던지......

그야말로 그리스의 여신을 보는 듯 하여 정신을 차릴수가 없을 정도였다.

또한 로우발리를 하듯이 정확한 각도의 의한 차를 따르는 모습은 의식을 집전하는
여사제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고,

그 모습에서는 열정적인 신비함, 정갈하게 다듬어진 아름다움이 느껴져
차라리 경외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들었다.

무엇보다,
혜인파더즈님을 이야기할때는
오직 남편인 제우스를 사랑했고 가정을 중요하게 여겼던 헤라여신으로 변신했고

신라를 말할때는 지혜의 여신인 아테나 여신으로 변하고....
아소당님은 문자그대로 여신의 대명사처럼 변신의 변신을 거듭하셨는데,
이러한 변신에는 부엌의 고즈넉한 불빛의 조도낮은 조명도 한몫을 했다고 말씀드리고 싶다. ^^

어쨋건 다음에 회원님들께서 혹시 아소당님을 알현할때는
밤에 한번 꼭 만나뵐것을 권유하고 싶다.
그 모습을 보아야만 진정으로 아소당님을 보았다고 할수 있을것이다.

특히 밤에 듣는 아소당님의 목소리는 오래된 절의 풍경소리처럼 은은했는데.....
낮의 언어와 밤의 언어는 아주 다르다.
낮의 언어가 육체의 리듬과 같다면,
밤의 언어는 영혼의 선율과 같다고나 할까?
아소당님의 목소리는 혼을 울리는 그 뭔가가 담겨져 있었다.

끝이 없는 이야기에 밤을 지새울 것 같아
다음날의 스케줄 소화를 위해 그만 아쉬움을 뒤로 하고
각자의 취침자리로 돌아가야만 했다.

마이클 룸이라고 명명된 내 방에 들어와 자리에 누웠는데
방안의 서재며, 장롱이며 수원의 내 방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하여
그렇게 편안할 수가 없었다.

더군다나 열어 놓은 창문으로 동해에서 불어오는듯한
시원한 바람이 불때면 세상사의 모든 찌든때가 드라이 크리닝 되는것 같은
느낌이 들어 가슴속까지 상쾌할 정도였다.

그리고,

바람이 내 귓불을 스치며 간지럽힐때마다 아소당님께서 호텔캘리포니아 마지막 가사처럼
내게 이렇게 속삭이는 것 같았는데..

You can check out any time you like, But you can never leave...

"네가 언제든지 이곳을 나갈수는 있겠지만 결코 떠날수는 없을것이라고...."

글쎄...
아소당님을 만난것 자체가 나의 운명이자 숙명처럼 생각하고 있는 이 마이클이,
만약 아소당님 곁을 떠나게 된다면,
그것은 바로 지상의 문을 닫는 그날이 될것이라고 바람에게 전해주며,
내일 새벽 6시에 일어나야 한다, 일어나야 한다,를 주문처럼 외우며
서둘러 꿈나라로 향했다.
왜냐하면 오전 7시에 아볼로님께서 마씨들 집합명령을 내려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