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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니스 입문기

저는 중학교 2학년 때 처음 테니스 라켓을 잡았습니다.


지음 서른 다섯살이니깐 벌써 20년이라는 세월을 테니스를 하면서 (비록 중간에 쉬고 또 쉬고 하였지만) 지내왔다고 자부합니다.


정말 보잘 것 없는 실력이지만 그래도 속된 말로 맨땅에 헤딩한다는 정신으로 마구잡이 스윙으로 시작한 테니스!! 이 테니스를 시작한 것은 바로 지금은 저 하늘나라에 계신 선친께서 동네 라이벌 의식을 가지고 계셨던 친구분과 술을 한 잔 하시면서 발동한 오기에서 부터라고 하면 아버님께서 저를 꾸짖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초등학교 때부터 저하고 친하게 지내면서도 그 뭐랄까 선의의 경쟁을 하였던 제 친구 한 명이 있었는데, 그 친구하고 저하고는 전교에서 1,2등을 번갈아 가면서 하는 관계였고,

 

양쪽 아버님들 또한 우리들을 놓고 늘 내 아들이 잘 낫는니,아니다 내 아들이 더 잘 낫느니 하시느 사이셨답니다.

 

친구녀석이 밤을 샜다고 하면 저도 아버님 등살에 밤을 새워서 책을 봐야 했고, 친구 녀석이 밭일을 거들었다고 하면 어김없이 아버님께서는 저를 밭으로 데리고 가서는 과수원 풀을 베거나 약을 치는 일을 거들도록 하셨으니 저와 제 친구가 받은 스트레스는 엄청 많았었다고 볼 수가 있겠지요.

 

그러던 어느 날 저의 아버님과 저의 친구 아버님께서 동네 막걸리집에서 탁주 한 잔 씩을 하시면서 내기를 하신 겁니다.


지금까지 둘이 한 번도 안 시켜 본 걸로 누가 더 나은 아들인지를 증명하자는 것이 그 내기였고,
거기에 둘이 여지껏 한 번도 안 해 본 것이 테니스(당시 우리는 중학교 2학년이었고 우리 학교에는 시골 학교치고는 꽤 괜찮은 테니스 코트가 2면이나 있었답니다.)

 

라는 것에 두 분께서 흔쾌히 동의를 하시고 테니스 라켓을 각자 하나씩 사 주어서 한 달 후에 게임을 시키자는 내기를 하신 겁니다.

 

더욱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던 것은 그 내기의 내용이라는 것이 내기에서 진 팀이 동생이 되고 이긴 팀이 형님이 된다는 것이었답니다.

 

두 분은 동갑이셨고,내가 형님이니 니가 동생이니 하면서 티격태격을 자주 하셨거든요.


아버님께서 시내에 가셔서 당시 에스콰이어 라켓을 사가지고 오셨을 때는 정말 앞이 깜깜하더군요.


그 당시 제가 받은 테니스라켓은 프레임이 갈라지지 않은 외대 라켓인데 지금은 보기가 힘든 라켓이랍니다.(현재도 가지고 있음)..한 달 동안 한 번도 해 보지 않은 운동을 해서 게임을 하라니 정말 아버님이 원망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저의 아버님을 무척 무서워했던 터라 애꿎은 어머님한테만 저는 짜증을 내고 꾸역꾸역 아버님을 따라 테니스 코트로 나갔답니다. 처음에 벽을 보고 연습을 하면서 아버님께 뒤통수를 얼마나 많이 두들겨 맞았는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뒤통수가 얼얼하답니다.


저는 아버님이 테니스를 전혀 못 하실 줄 알았는데,


주위 사람들이 저의 아버님 폼이 참 좋다고 칭찬하시는 것을 들었을 때 아버님 테니스 하시는 것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하고 의아해 하면서도 아버님이 가르쳐 주시는 플랫 포어핸드, 플랫 백핸드를 죽어라고 벽을 향해 쳤답니다.


일 주일은 스트로크,다음 일 주일은 서브.세번째는 발리 그 다음에는 아버님과의 게임이었는데 당시 아버님은 백핸드를 저한테 가르쳐 주신 것과는 달리 슬라이스로 치셨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그래서 그 슬라이스 타점을 잘 못 잡아서 또 뒤통수를 많이 두들겨 맞았더랍니다.


이상한 것은 상대편 팀이 한 번도 코트에 나오지를 않아서 의아해 했는데 겜임이 끝난 후에 안 사실이지만 아무도 모르게 시내(당시 영주고등학교) 선수들한테서 강습을 받고 있었던 것 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아버님과 저는 지레 기가 죽어서 안 나오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승리는 따 논 당상이라고 생각을 했었답니다.

시간은 흘러서 운명의 경기가 있는 날,


아버님을 어디서 보셨는지 아이스박스에 얼음을 잔뜩 넣으신 후 거기에 각종 음료수를(당시에는 사이다 콜라 환타가 전부였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잔뜩 넣으시고는 그걸 리어커에다가 실고 저를 또 리어커에 태우고 학교로 향했답니다.


당시에 제 실력은 형편도 없었을 뿐 더러 겨우 공을 넘기는 정도 밖에 되지 않았지만 저 편은 미리 포기했다고 생각하신 탓인지 저의 아버님의 리어커는 정말 잘도 굴러가더군요.


네트에 마주 서서 인사를 하고 가위,바위,보를 하니 제가 이겼더라구요. 아버님께서 먼저 서브를 넣으라는 신호를 보내셨고, 그 때부터 저는 어떻게 경기가 진행되었는지 기억이 나지를 않습니다.

 

너무 긴장을 한 탓도 있고, 예상보다 상대편이 저의 서브를 잘 받아 넘기니깐 제 3구를 제대로 받아 넘기지 못 했던 것입니다.


벽을 보고 치는 것하고는 엄청 차이가 있었던 것은 물론 저보다 운동에서는 좀 앞섰던 상대편이기에 이리 저리 코스코스 찔러 주는데 공 쫓아 다니다가 그만 저는 저의 서비스 게임을 내 주고 말았습니다.


그 때 저의 아버님의 실망스런 표정 그리고 저를 큰 충격으로 몰고 간 것은 아버님께서 친구분한테 담배를 한 대 달라고 해서 피우시는 것이었습니다.제가 초등학교 들어가면서 부터 피우시지 않았는데 얼마나 실망을 하셨으면 저러실까하고 저는 겁부터 났고 머리는 정말 혼란에 혼란을 겪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이대로 지고 집에 들어가면 맞아 죽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면서 저는 죽어라 뛰었습니다.


정말 정신력.정신력하는데 그것이 제가 그 날 뛴 것이 바로 정신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결과는 5set 가운데 3set를 제가 먼저 잡으면서 승리의 여신은 저의 팔을 들어 주었습니다.


박세리 선수가 처음 LPGA선수권 우승했을 때를 T.V로 지켜 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처음에 뛰어 나오신 분이 세리 선수 아버님이셨듯이,


그 날 저는 아버님 품에 나고 처음으로 그렇게 깊이 안겨보았습니다.


저는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패배자의 그림자를 뒤로 한 채 저는 아버님이 미시는 리어커에 타고 집으로 돌아와 자짱면 곱배기를 먹었답니다.


태어나서 아버님께서 그렇게 좋아하시는 모습은 처음 보았기에 저도 너무 기분이 좋았고,지금은 저 하늘 나라에 계시지만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시면 아버님께서도 미소를 띠시리라 생각됩니다.

저의 테니스와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그 친구와 저와는 그 다음부터는 정말 테니스에서도 한 발의 양보가 없는 경쟁자가 되었답니다.


지금 서울 어디에서 살고 있다고 하는데 함 보고 싶기도 하네요.


저는 그렇게 술 한 잔 하시면서 하신 아버님의 내기에서 테니스를 접하게 되어 지금까지도 테니스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T.V를 본답니다.


저의 집사람은 그런 저를 조금 이상한 눈으로 보기는 하지만 말입니다.^^..그 때의 승리의 쾌감을 잊지 못해서 또 테니스가 가지고 있는 가장 좋은 매력때문에 저는 죽을 때까지 테니스를 하렵니다.


저의 지금 실력은 형편도 없지만 테니스를 좋아하는 마음은 누구 못지 않다고 자부하면서 테니스를 처음 배우시는 분이나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시는 분들, 실력이 안는다고 투정부리시는 분들 모두 열심히 배우고 익혀서 코트에서 저처럼 사랑하는 사람 품에 힘껏 안겨보시길 진심으로 빌어봅니다.


나의 테니스는 영원하리라고 굳게 믿으면서.......... 팔월의 첫날에 경북 영주에서...






[테니스는 어떻게 완성 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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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mment '6'
  • 김승훈 12.22 01:51
    영주고등학교?? 나두 영주사는데...전 20살입니다..ㅎㅎ
  • 이창로 04.02 05:48
    다시 읽어봐도 재밌나네요^^
  • 최진철 05.06 08:57
    저도 첫 게임 이겼는데요.. 베드민턴 하는 실력으로... 전 외국에 살기 때문에.. 별 이상한 인종들과 게임합니다.. 이 인종들이.. 운동에 타고나서 ^^;;; 그래도 전 연습을
  • 최진철 05.06 08:58
    꾸준히 했죠.... 저랑 같이 시작한 친구들이 어설픈 포핸드 사용할때.. 전 슬라이스 사용했으니 - -;; 지금은 학교 게임에 참가하면서.. 트로피 받고 합니다... 조금만 걸어감
  • 최진철 05.06 08:59
    us open 테니스 경기장이 있구요.. 여기에 이름 날리는 선수들 다 오져.. 저도 봤습니다 - -;; 아가씨.. 센프란스... 뭐.. 이름 날리는 선수들.. ㅋㅋ 정말 죽여요~
  • 최진철 05.06 09:00
    테니스를 해보면... 텔레비젼에 나오는 테니스 게임이 정말 재미있죠.. 그게 아니면.. 뭐가 뭔지 뭐르니 - -;; 지겹죠.. 하지만 알면.. 그립까지도 신경쓰는 ㅋㅋㅋ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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